규모화·전문화·품질균일화·마케팅·수급관리까지 기능 확대…통합마케팅조직 품목 중심으로 개편, 수급관리도 의무화해야
통합마케팅 조직의
조직·규모화 확대되고 있으나
품목전문화·전속출하
생산계획·자율적 수급관리 기능은
다소 미미한 상황
코로나19로 비대면·온라인 시장 '급성장'
온라인 맞춤형 시설·장비 지원 필요
포장박스·파렛트·운송차량에
센서·전자태그 부착…효율성 높여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겨울 대파 주산지인 전남 진도의 한 포전. 이 포전에서 수확한 대파는 개인 작업장에서 선별, 포장 작업 후 도매시장으로 출하됐다.
겨울 대파 주산지인 전남 진도의 한 포전. 이 포전에서 수확한 대파는 개인 작업장에서 선별, 포장 작업 후 도매시장으로 출하됐다.

지금까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산지유통정책은 생산자 조직화를 중심으로 규모화·전문화를 구축, 소비지 시장에서의 거래교섭력을 높이고 소득증대를 바탕으로 경영 안정을 달성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2013년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 추진으로 농산물의 고비용, 높은 가격 변동성, 산지와 소비지 간 가격 비연동성 해결을 위해 도매시장 유통 효율화, 직거래 확대, 생산자단체 중심의 유통계열화, 수급관리 체계화 등 5대 개선과제를 추진해왔다.

이러한 유통정책의 추진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온라인거래 확대,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확대 등 거래 다양화, 생산자조직 중심 통합마케팅조직 규모 확대, 농업관측 개선, 수급매뉴얼에 의한 수급관리 등은 어느 정도의 정책효과가 있었지만 주요 농산물의 수급불안과 가격변동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산지에서는 통합마케팅조직의 조직화와 규모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품목전문화, 전속출하, 생산계획·자율적 수급관리 기능은 다소 미미하다.

최근에는 생산자 조직 스스로 경영과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의무자조금제도가 활발하게 추진 중이며, 생산에서 수급관리까지의 역할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에 생산자조직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적정한 생산자조직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생산자조직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산지규모화로 품질제고와 품질균일화, 생산전문화·영농환경 개선, 공동선별과 공동계산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생산자조직의 자율적인 수급조절을 위해서는 계획생산이 필요하며 수급정책 참여조직에 대한 정부지원, 교육·관측 정확성 제고가 요구된다.

방울토마토의 경우 대부분 개인농가가 수확 후 농협 계통으로 출하한다.
방울토마토의 경우 대부분 개인농가가 수확 후 농협 계통으로 출하한다.

# 통합마케팅조직 2019년 기준 107개소

2012년 우리나라 원예농산물 통합마케팅조직의 개념이 도입된 후 통합마케팅조직은 농업 산지정책의 핵심주체로 자리 잡았다. 또한 산지유통활성화 참여조직과 기초 생산자조직이 생산한 농산물을 상품화해 소비지 유통채널에 판매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생산자조직의 역할 제고와 농산물 유통정책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통합마케팅조직은 2012년 165개소에서 2019년 107개소로 35.2% 가량 감소했다. 조직화 취급액 기준이 연차별로 상향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조직이 선정에서 탈락하는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대형조직은 조직화 취급액이 연 100억 원 이상으로 2016년 73개소까지 늘어났으나 2019년 63개소로 감소했다. 중형조직은 조직화 취급액이 연 100억 원 미만으로 2012년 123개소에서 2019년 44개소로 약 64.2%가 줄었다. 중형조직은 농업법인의 비중이 54.5%로 농협조직보다 많았다.

통합마케팅조직이 보유한 산지유통활성화사업 참여조직은 2014년 445개소에서 2015년 543개소로 증가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17년 402개소에 그쳤다. 형태별로는 농업법인보다 농협의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산지유통활성화사업에 주로 참여하는 지역농협이 통폐합된 데 따른 것이다.

참여조직은 취급액 기준으로 통합마케팅조직 참여율이 2014년 32.5% 수준이었으나 2017년 42.3%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농협 조직 중 취급액이 큰 조직의 참여율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2017년 참여조직의 취급액 4조8335억 원 중 통합마케팅조직으로 출하한 금액은 2조461억 원으로 42.3%의 참여율을 보였다. 농협의 참여조직 취급액 약 4조4127억 원 중 통합마케팅조직 출하금액은 1조8820억 원, 농업법인의 참여조직 취급액 4208억 원 중 통합마케팅조직 출하금액은 1641억 원으로 각각 42.6%, 39%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는 108만9000호이며 이 중 통합마케팅조직을 포함한 생산자조직에 참여하는 농가는 25만1000호로 약 23.1%를 차지했다. 2000년 대비 전체농가는 21.3% 감소했으나 생산자조직에 참여하는 농가 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참여농가 중 원예농산물 생산농가는 2000년 13만5000호에서 2017년 11만7000호로 감소했다.

# 통합마케팅조직 취급액 2019년 기준 3조7530억 원

통합마케팅조직의 취급액은 2013년 3조2933억 원에서 2018년 4조241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2019년 3조7530억 원으로 감소했다. 조직별로는 농협이 2018년 3조3064억 원에서 2019년 3조2170억 원으로 2.7% 가량 줄었으나 농업법인은 동 기간 7177억 원에서 5360억 원으로 약 25.3% 감소해 농업법인의 감소폭이 더 컸다.

2019년 통합마케팅조직 당 평균 취급액은 약 351억 원을 기록했다. 농협의 평균 취급액은 378억 원, 농업법인은 244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통합마케팅조직의 취급 물량은 206만1000톤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농협조직이 2018년 168만7000톤에서 2019년 175만2000톤으로 전년 대비 3.9% 가량 증가했으나 농업법인은 동 기간 41만6000톤에서 30만9000톤으로 약 25.7% 감소했다.

한편 통합마케팅조직당 평균 취급물량은 1만9000톤이며 농협조직의 평균 취급 물량이 2만1000톤으로, 농업법인 평균 취급물량인 1만4000톤 보다 많았다. 2019년 통합마케팅조직의 취급단가는 kg당 1821원으로 2017년 1921원보다 다소 하락했다.

농협조직은 1836원, 농업법인은 1735원으로 농업법인 보다 농협조직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됐다. 통합마케팅조직의 조직화 취급률은 참여 기초생산자조직의 공동계산, 계약재배 금액과 물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2012년 조직화 취급액은 1조4994억 원에서 2019년 2조1237억 원으로 41.6% 증가했다.

2019년 농협조직의 조직화 취급액은 1조5982억 원으로 전년대비 감소했으며 농업법인의 조직화 취급액은 5256억 원으로 전년대비 증가했다.

# 농협 수탁사업 90.6%, 농업법인은 9.9%

2019년 통합마케팅조직 사업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농협은 수탁사업이 90.6%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매취사업은 9.4%에 불과했다. 반면 농업법인은 수탁사업 비중이 9.9%, 매취사업은 90.1%로 매취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통합마케팅조직의 출하처 중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비율은 2012년 43%, 2017년 37.2%로 감소했으며 동 기간 대형유통업체로의 출하 비중은 26%에서 31.1%로 다소 증가했다. 동 기간 농협조직이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비중은 2012년 50.7%에서 2017년 45.1%로 줄었으며 대형유통업체로의 출하는 22.7%에서 29.3%로 증가했다.

농협조직이 식자재·단체급식으로 출하하는 비중은 2012년 7.3%에서 2017년 1.5%로 감소했다. 농협, 농업법인 조직 모두 군납, 전자상거래, 외식업체, 직거래로 출하하는 비중은 다소 낮으며 TV 홈쇼핑의 출하 비중은 농업법인이 농협조직 보다 다소 높은 상황이다.

통합마케팅조직은 규모화를 통해 시장에서의 거래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두 조직 모두 대형유통업체의 출하비중이 증가하고 농업법인이 식자재·단체급식으로 출하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통합마케팅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배추는 대부분 산지유통인이 재배, 유통하고 있으며 품위와 가격에 따라 수확 후 바로 출하되거나 저온저장고에 보관 뒤 유통되는 형태다.
배추는 대부분 산지유통인이 재배, 유통하고 있으며 품위와 가격에 따라 수확 후 바로 출하되거나 저온저장고에 보관 뒤 유통되는 형태다.

# 산지유통 혁신조직 육성 필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와 농산물 온라인거래 시장의 급성장,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따른 물류 체계·혁신 기술 발전, 대형유통업체(오프라인)의 성장세 둔화, 수급안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 증대 등의 요인들을 바탕으로 농산물 유통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지유통의 주체인 생산자조직의 역할제고와 기능강화를 통해 산지유통의 혁신주체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통합마케팅조직 육성을 통해 생산자조직의 규모화와 공동출하 활성화에 대한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으나 전속출하, 품목전문화, 자율적 수급관리 기능은 미흡한 상황이며 지난 10년간의 통합마케팅조직의 양적 성장과 대비되는 부정적 평가와 한계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통합마케팅조직 지원정책에서 제기됐던 문제점을 보완하고 산지유통의 혁신 주체로서의 역할 제고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생산자조직 육성이 필요하다”며 “생산자조직은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해 온라인거래 확대 등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고 품목전문화를 통한 역량강화, 수급관리 실행조직으로서의 수급관리 기능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형태의 산지유통 혁신조직을 육성하기 위해선 기존의 통합마케팅조직을 품목중심, 전속출하 체계로 구축, 수급관리를 의무화한 혁신주체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 통합마케팅조직을 다품목 취급에서 전문 취급품목 조직으로 전환시키고 품목기준은 자조금 설치품목과 최대한 연계해 육성하는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전남 무안의 한 개인창고에서 양파 선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남 무안의 한 개인창고에서 양파 선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생산자조직 정책 다양화돼야

우리나라 산지유통정책은 생산자조직의 가격 교섭력 확보를 위해 조직화와 규모화에 중점을 둔 정책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동안 생산자조직의 주요 거래처는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로 산지유통시설은 단순 선별·포장 후 출하하는 기능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농산물 생산자조직의 비대면 거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지조직도 온라인 유통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기존 생산자조직의 단순유통기능에서 온라인 유통 확대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구축돼야 하며 이를 위한 산지유통정책의 다양화가 요구된다.

그 일환으로 정부의 농산물 산지유통시설지원 사업에 온라인거래 기능 구축을 위한 시설 리모델링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농산물 산지유통활성화사업에 온라인거래에 대한 평가점수를 신설해 온라인거래를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 오프라인 거래에서 단순가공, 소포장, 꾸러미 등 맞춤형 상품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지원 정책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견해다.

더불어 포장박스와 파렛트, 운송차량에도 센서와 전자태그를 부착해 농산물의 모든 운송정보, 물류정보 등에 대한 데이터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기술을 이용한 빅데이터 마케팅과 수급조절, 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 생산자조직 자율적인 수급조절 참여 동기 부여해야

생산자조직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통합마케팅조직 기초정보를 관리하면서 새로운 산지유통 혁신조직 운영에 필요한 출하약정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시 되고 있다.

농가, 참여조직, 마케팅조직 등록관리, 유통시설관리, 생산·출하상황 관리, 농가와 마케팅조직의 출하약정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며 이는 농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생산자조직, 지자체 담당자 등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으로 수립해야 한다.

농산물의 잦은 수급불안으로 농가소득과 소비자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남에 따라 수급안정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수급조절에는 한계가 있어 생산자조직의 자율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농산물 수급조절 프로세스는 농경연 농업관측본부에서 농산물 과부족에 대한 정보를 주산지협의체에 제공하면 정부, 농협, 농경연 등이 참여하는 주산지협의체에서 적정 물량 대비 수급조절 물량과 시기를 결정한다.

이후 주산지협의체의 결정 사항을 품목별 의무자조금 단체에 전달하고 의무자조금 단체가 각 지역에 할당량을 정해 지자체에 전달한다. 지자체는 산지유통혁신조직, 참여조직, 기초생산자조직으로 전달·이행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생산자조직의 자율적인 수급조절을 위해서는 사업이 정착될 때까지 생산조정제를 통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며 “생산조정제는 품목별 재배의향면적 조사 결과 적정 재배면적 대비 과잉이 예상될 경우 의무자조금에 참여하는 농가나 법인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가격을 보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양파는 재배면적이 3~4년 마다 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이후 재배면적 감소로 가격이 크게 오르는 추세다. 2010년, 2011년, 2014년, 2018년의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많았고 다음해에는 재배면적 감소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봄배추 역시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재배면적이 과잉이었던 시기는 2017년과 2018년, 고랭지배추는 2017년, 가을배추는 2014년, 2017년, 2018년, 겨울배추는 2017년과 2018년 재배면적이 과잉됐다.

이처럼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 다음해에는 재배면적 감소로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생산 조정으로 가격의 등락 폭을 줄일 수 있다. 실제 과잉으로 산지폐기를 했던 배추, 무의 경우 생산조정제를 실시했을 때 비용이 덜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에 따르면 2014~2019년 배추 시장격리 예산은 284억 원으로 시장격리를 추진하지 않고 3.3㎡(평)당 1000원으로 생산조정제를 실시했을 경우 예산은 121억 원이 필요해 시장격리보다 163억 원이 덜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도 2014~2019년 시장격리 예산은 189억 원으로, 3.3㎡당 1000원으로 생산조정제를 실시했을 경우 예산은 75억 원으로 추정돼 시장격리 보다 114억 원이 덜 소요된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정부의 농업정책 중 생산자 조직화가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데 2010년 이후부터 생산자 조직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생산자 조직의 내실화와 충실화에 맞춘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농산물 유통정책 개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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