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렬 한국음식인문학연구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현지 식문화·법규 고려안한 

외국인 대상의 한식문화 홍보는

국내용 홍보 이벤트에 불과

인문·사회과학적 이해가 선행돼야

얼마 전 한국에 장기 거주하고 있거나 여행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수 백  명을 대상으로 한식에 대한 인지와 이미지 조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정량조사와 더불어 진행된 그룹인터뷰(FGI)와 개별심층면담(IDI) 조사가 함께 진행됐는데 이때 음식문화 관련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알게 됐다. 그중 한 가지는 ‘발효(fermentation)’다.

김치, 된장, 간장, 젓갈 등 우리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들의 상당수는 발효식품이고 실제로 발효식품만큼 장점이 많은 음식도 드물다. 그래서 해외에 한식과 김치를 홍보할 경우 예외 없이 한식의 주요 특징이 발효식품임을 내세운다. 
 

그런데 조사 결과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발효는 ‘썩은 것’, ’부패한 음식‘ 등으로 매우 부정적 이미지로 인지돼 있었다. 음식을 연구하는 학자나 특별히 개인적으로 건강한 음식, 동양 음식을 공부하는 소수 외에는 예외 없이 발효란 구토가 나오는 기분의 나쁜 개념어(concept of vocabulary)이다.

“너희가 즐기는 요거트나 치즈도 발효식품인데?”라는 추가 정보제공과 질문에도 “그것은 요거트, 치즈이지 발효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즉 발효식품 그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는 ’발효‘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이 김치, 장, 막걸리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발효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이해와 우회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
 

한 민간단체는 뉴욕타임즈에 많은 돈을 들여 비빔밥, 김치 등 한식 광고를 게재하고 국내 언론들은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한양 이를 대서특필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민속학자이자 김장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시키는 데 막중한 역할을 한 미국인 문화학자 로버트 파우저 박사는 한식문화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서 그 광고들을 ’망신‘이라 표현했다.

그 이유는 비빔밥 광고 사진 위에 올린 노란 달걀 그림은 날달걀의 식용을 금지한 미국 뉴욕주 식품 관련 법규 위반이며 날달걀을 먹지 않는 주류 미국인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과의 김치 종주국 논쟁 와중에 올린 김치 광고의 카피 문안 중에도 확인과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현지의 식문화나 법규를 무시한 이들의 홍보 활동이 실제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식문화 홍보 활동이라기보다 국내용 홍보 이벤트가 아닌가 하고 말하는 이들조차 있다. 
 

많은 이들이 ‘음식이 문화다’라고 말하고 한식 세계화 역시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앞의 두 사례에서 보듯 실상은 문화적 접근에 관한 내용과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현지의 음식 문화를 비롯해 법규와 예절 등을 망라한 인문·사회과학적 이해와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의 관점과 주장만을 전달하려는 일방 주의적 태도는 그만큼의 거부감을 수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식품이므로 우리만 만들고, 우리만 팔고, 우리만 자랑하겠다는 식의 배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듣는 이들이 불편해하는 ‘한식 세계화’라는 공격적인 표현보다 ‘한식 알리기’ 또는 ‘한식문화 전파’라는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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