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비료, ‘병해충 방제 효과’ 과대광고로 농업인 피해 우려

보증성분 전체 0.1~0.2%에 불과하기도
실제 효과 확인 방법조차 요원
영세한 업체 경우 시효·시해 보장해주 않키도

과대·과장 광고금지 시켜
소비자 올바른 인지 도와야
판매자 관리·감독 강화 필요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최근 비료수입업체 한 곳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무등록 농약 수거명령’ 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다. 복합비료에서 ‘파라콰트디클로라이드(이하 파라콰트)’가 검출됐다는 이유다. 파라콰트는 ‘그라목손’으로 잘 알려진 고독성 농약(제초제) 성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살농약’ 등으로 불리며 2012년 사용이 전면금지 됐다.

어떻게 비료가 농약, 그것도 사용이 금지된 고독성 농약으로 둔갑해 판매될 수 있었는지 살펴봤다.

# 그라목손 검출 논란 법정 공방

전남의 비료수입업체 A사는 2019년부터 미량요소복합비료 B제품을 수입해 강원, 전남, 제주 지역 등지에서 녹두, 콩, 벼, 보리, 고추, 고구마, 감자, 더덕, 마 등 특정작물의 건조제로 판매해오다 지난달 농진청으로부터 무등록 농약 수거명령 처분을 받았다. 농진청의 B제품 성분분석 결과 파라콰트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에 A사는 ‘파라콰트 성분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농진청을 상대로 무등록 농약 수거명령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해 현재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농산업계, 특히 작물보호제(농약)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미량요소복합비료나 4종 복합비료가 비료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농약의 효능이 있는 것처럼 판매·유통돼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는 결국 소비자인 농업인의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청지역 한 시판상 대표는 “일부 미량요소복합비료나 4종 복합비료가 마치 병해충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등 농약의 효능이 있는 것처럼 입소문을 내며 판매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영양제 성격이 강한 비료로 농업인이 농약의 효능을 기대하고 구매해 사용하더라도 원했던 효과를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 농약과 같은 효과가 있다?

실제로 미량요소복합비료나 4종 복합비료 제품의 홍보 전단이나 영상을 보면 비료인지, 농약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B제품의 경우도 식물건조제로 판매됐는데, 비료관리법에 따른 비료의 정의는 ‘식물에 영양을 주거나 식물의 재배를 돕기 위하여 흙에서 화학적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물질, 식물에 영양을 주는 물질,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토양개량용 자재 등’으로 ‘식물의 건조’는 해당 사항이 없다.

또 다른 4종 복합비료 C제품은 유사한 디자인의 유기농업자재 D제품과 동일한 제품명으로 판매된다. C제품에는 ‘4종 복합’이라 표기가 되는 반면 D제품은 친환경 유기농업자재라고 밝히고, 제품명만이 크게 눈에 띈다.

소비자가 C제품과 D제품을 혼동하기 쉬운 디자인이라는 점 외에도 제품 특징에 대한 설명은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C제품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면 ‘4종 복합비료로, 친환경 유기농업자재인 D제품에 비료성분인 칼슘, 붕소, 아연, 목초액 등 영양성분이 첨가돼 작물의 성장과 영양 공급을 돕는다’고 적혀있다. 문제는 D제품의 특징을 흰가루병, 배추뿌리혹병, 무름병, 노균병, 총채벌레 등 주요 병해충을 방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D제품은 유기농업자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설명에 문제가 없지만 C제품은 유기농업자재도 아니고, 농약도 아니다. 주요 병해충을 방제하는 D제품에 영양성분이 첨가된 제품으로 소개됨으로써 소비자는 C제품을 마치 농약과 같은 병해충 방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워진다.

# 약효·안전성 보장 어려워

미량요소복합비료나 4종 복합비료가 마치 농약처럼 소개돼 판매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농약의 경우 농약관리법에 따라 제품 등록 시 약효, 약해, 독성, 잔류성 등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시료와 함께 농진청에 제출해야 한다. 반면 비료는 비료관리법에 따라 비료의 종류별로 제조 원료, 보증성분 등을 지자체장에게 등록한다.

농약은 농약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인 농업인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피해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입증되는 반면 비료는 효과나 피해가 아니라 효과나 피해를 나타낼 수 있는 성분의 양 등을 제출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농약의 경우 방제력(약효)이나 피해(약해)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비료는 실제 효과나 피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게 되는 대목이다. 특히 보증성분의 전체 함량이 0.1~0.2%에 불과한 미량요소복합비료의 경우는 실제 그 효과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조차 요원하다는 평이 많아 소위 ‘물장수’라는 빈축을 사고 있기도 하다.

작물보호제 업계 한 관계자는 “농약의 경우 약효나 약해에 대해 제조사에서 책임을 지고 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량요소복합비료나 4종 복합비료의 경우 대형 제조사가 아닌 영세한 업체의 경우 시효나 시해에 대해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은 채 영업력만으로 매출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 PLS시대, 농업인 피해 우려

효과 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을 들 수 있다.

농약과 달리 비료는 온라인이나 통신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약은 독성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전용 운송차량을 이용해야 하며 택배 등을 활용한 온라인·통신 판매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 도입과 농약 안전관리 판매기록제 시행으로 시판이나 농협 등에서 농약을 구매하더라도 구매자의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제약이 없는 비료, 특히 미량요소복합비료나 4종 복합비료는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구매는 편리하지만 만일 농약성분이 포함돼 있는 등 안전을 위협할 요소가 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농진청의 주장처럼 A사의 B제품에 파라콰트가 사용됐다고 가정할 경우 누구나 2만~3만 원정도면 판매가 금지된 그라목손 유사 제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B제품은 드론전용제품도 있었기 때문에 주변 농가의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 농산업 관련 교수는 “파라콰트 같은 경우 작물에 처리하는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잔류에 대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환경에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며 “일부 미량요소복합비료나 4종 복합비료가 마치 농약과 같은 방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효과나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담보하기 어렵고, 오히려 PLS시대에 농업인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비료업계는 지도·관리로 풀어야

미흡한 제도에 대한 보완과 철저한 관리를 주문하는 작물보호제 업계와 달리 비료업계는 일부의 잘못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보다는 지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농약이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라면, 비료는 작물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면역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영양제라고 설명한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과 영양제에 대해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거나 취급·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과대·과장 광고를 금지시킴으로써 소비자가 올바르게 인지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만큼 비료 역시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도와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료업계 한 관계자는 “비료가 공정규격 내에서 제대로 제조된 경우 면역력이나 생육 증진 효과가 있을 뿐 농약과 같은 병해충 방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료 등록이나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일부 판매자가 법을 어기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그러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적발하고, 지도·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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