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농업이 정밀화, 자동화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생명공학 기술이다. 

생명공학기술은 유전체, 대사체, 표현체 등을 디지털정보로 변환해 빅데이터화 하고 기상, 토양정보 등 다양한 농업 빅데이터를 더해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 새로운 기능성물질을 발굴한다. 또한 품종개발단계를 가속화 하는 디지털 육종 등 정보 기반 농업 기술들이 빠르게 주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의 농생명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 개발과 함께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초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바이엘은 빅데이터와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토마토 신품종 개발 비용과 시간을 각각 66%와 17% 줄인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일리노이대학교 디지털 농업센터에 13.34페타플롭스 수준의 초고성능 컴퓨터를 구축 활용 중이다. 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 번의 연산 능력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농촌진흥청에서 2018년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의 일부를 관리전환 받아 다양한 농생명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환경을 구축하고 벼 유전체 빅데이터로부터 2700여 개의 엽록체 유전체를 단시간에 조립하는 등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농업 분야에 초고성능 컴퓨터 분석·활용 기법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농업 분야 초고성능 분석 인프라는 앞선 나라들보다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증가량, 전문가 의견과 앞선 나라들의 사례 등에 비춰볼 때 2023년까지 약 3페타플롭스 수준의 초고성능 컴퓨팅 성능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기상청 3호기 도입과 활용기술을 바탕으로 조만간 그 임무가 종료되는 2.9페타플롭스 성능의 기상청 4호기 관리전환을 추진 중이다. 또한 그 노력의 하나로 초고성능 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수랭식 시설이 갖춰진 빅데이터 연구동을 건축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에 초고성능 컴퓨터 인프라가 구축되면 강력한 계산 성능을 바탕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육종 등 농생명 혁신 기술의 개발·활용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현재까지 구축된 농업 생명 정보관리시스템을 이용한 결과로는 우장춘 박사의 ‘종의 합성이론’을 DNA 수준에서 빅데이터를 활용, 증명한 사례가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바 있다.  또한 그동안 쌓인 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초로 결명자, 도라지, 율무의 전장 유전체를 해독하고 주요 기능성물질 생산과 관련한 유전자 및 대사경로를 밝힌 사례가 있다.

특히 결명자의 경우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에 실려 우리 농업기술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가 화두다. 생명과학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융복합된 미래 농업·농촌은 기존의 식량과 식품 원료 등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향후 의약품, 에너지, 화학물질 등을 생산하는 농업으로 점점 전환돼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우리 인류의 걱정거리를 해소하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기술 개발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농업 분야의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에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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