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우리나라는 세계적 원양조업국

-어업자원 개발·지역경제 발전 기여

-원양어업에 대한 인식 제고, 이해확산 필요

“교수님,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연간 생산액이 얼마나 됩니까?”

 “약 1조5000억 원 정도 될 겁니다. 그런데 그건 왜?”
 

“그렇게 크지도 않는 것 같은데 이렇게 뉴욕까지 오셔야 되고, 저희도 바쁜데...”
 

“...님, 남태평양 도서국이나 아프리카 연안국들과 우리가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가 뭐가 있을까요? 원양어업 외에 저들과 이해를 나눌 분야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 모두 유엔에서는 한 표를 행사하는 회원국이지 않습니까?” 
 

“정말 그렇네요”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유엔총회 수산결의안 채택회의에 처음 참석했을 때 담당 외교관과 이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그날의 대화로 우리 대표단은 원양어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폭을 같이 하게 됐다.  
 

어업은 21세기인 지금도 원시산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산업이다. 잡는 방법과 기술은 발전했지만 자연자원을 대상으로 한 포획, 채취의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영토 전쟁으로 점철된 인류사를 거치면서도 아직도 주인 없는 바다, 즉 공해를 대상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17세기 초 그로티우스(H. Grotius)는 항해·통상·어업의 자유를 들며 공해자유의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해양은 만인에게 귀속되며 특정국가나 개인이 전유할 수 없다는 것인데, 바다는 너무나 광활하고 그 자원이 무한하므로 인간의 사용으로 고갈될 우려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부터 시작된 어로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여건의 변화는 어업자원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특히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개도국이 원양어업에 진출하면서 국가 간 무주물 선점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공해자유의 전제 조건들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됐으며, 원양어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 됐다.
 

오늘날 공해는 유엔해양법협약, 공해어업협정을 비롯한 국제법과 여러 지역수산관리기구(RFMO)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주인 없던 바다에 배타적경제수역(EEZ)라는 이름의 울타리가 쳐지고, 입어료를 내고 쿼터를 받아야만 조업할 수 있는 바다로 바뀌었다. 공해로 남아 있는 수역도 지역수산관리기구와 인접 연안국의 감시체제에 놓여 있다. 환경 관련 여러 국제협정이 있지만 어업분야만큼 다양한 국제협정과 많은 국제기구가 설립돼 있는 분야는 없다.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 전 부처 중 외교부 다음으로 국제 업무가 많은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원양조업국이다. 1990년대 초에는 800척이 넘는 어선이 연간 100만 톤 이상을 어획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200여 척의 어선이 연간 50만 톤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연근해어선 4만여 척이 연간 90만 톤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원양어업은 지리적 원격성, 조업수역의 나쁜 기상조건, 지역 어업인들의 관심 부족으로 연안국가들이 이용하지 않던 어업자원의 개발과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우리 원양어업은 경제개발 초기 소중한 외화 가득원이자 젊은 청춘들의 도전 무대 역할을 해 왔다.
 

먼바다에서의 어업이라 원양어업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그 거리보다 더 멀어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원전쟁의 시대라는 21세기, 지금도 6000여 명의 어선원들이 그 전쟁의 최일선에서 파도와 싸우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원양어업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이해의 확산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바다로 남겨 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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