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생산·유통 데이터 정보, 생성 단계부터 디지털화 과제 선결돼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와 유통은 우리 생활 속에 점점 스며들고 있으며 사회적 욕구와 신기술 개발이 상호 작용하면서 디지털 전환은 끊임없이 진화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식품유통학회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농식품 유통혁신을 주제로 지난 8~9일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인 회관에서 ‘2021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병서 한국식품유통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의 진화로 산업 생태계가 변화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다양한 비대면 방법들의 개발 뿐만 아니라 고객별 맞춤 서비스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하계 학술대회 대주제를 디지털 전환에 따른 농식품 유통혁신으로 정했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농식품 유통의 디지털 전환에 관한 주요 이슈들에 대해 여러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식품유통학회 ‘2021 하계학술대회’의 주요내용을 지상중계한다. 

 # 한국의 디지털 전환 추진과 농산물 유통 대응 -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이 주로 기술의 변화에 따른 사회, 경제, 산업 등 총체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디지털 전환은 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특정 산업 내의 경영체 내부 또는 가치사슬 내 연관 경영체 간의 프로세스, 조직, 시스템, 비즈니스 모델 등의 혁신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1단계의 디지털화는 콘텐츠의 형태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며, 2단계 디지털화는 디지털화된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된다.

일례로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종이송품장을 전자송품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1단계 디지털화에 해당한다. 종이송품장을 전자송품장으로 전환하면서 이를 활용해 출하예고제 방식을 적용한다면 2단계 디지털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산지에서 미래에 출하할 농산물을 전자송품장으로 출하예고하고, 소비지 유통에서 이를 예약거래, 선물거래함으로써 미리 거래조건이 체결된 적시, 적량, 정품, 적가의 농산물이 도매시장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유통된다면 각 단계의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반도체, 자동차, 우주, 금융, 소매 등 산업 적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생산과 농산물 유통 등 농산업 분야는 가장 늦게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고 초보적 수준에서 진행 중이다. 농업정책 또한 농업생산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등 스마트농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지 몇 년 밖에 되지 않는다.

농산물 유통분야에서는 소매부문의 비대면 온라인유통혁신에 대응하고자 최근 산지 농산물유통센터(APC)를 스마트화하는 스마트APC 정책과 온라인 기업간거래(B2B) 농산물거래소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초보적인 수준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부문과 농산물 유통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의 가장 기초가 되는 농산물 생산과 유통 데이터 정보를 생성 단계부터 디지털화하는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반 구축과 농업인·유통관계자·유통주체를 대상으로 교육·연구기반 구축, 생산, 유통 데이터의 생성, 수집, 관리, 분석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농업정보 데이터 댐과 이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농산물 유통의 온·오프라인 디지털화를 위한 거래정보 디지털화와 온라인거래 활성화 등도 요구된다. 전국의 공영도매시장에서도 현재 오프라인 중심의 거래체계를 보완·확대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도매거래 체계를 구축해 거래의 장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까지 확장함으로써 현 50%대의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 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

산지는 최대한 도매시장을 주요 판매처로 대규모 출하에 집중하고 도매시장에서 유리한 거래교섭력과 가격형성으로 농가 수취가격과 농가수취 비율을 높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 미국의 디지털 전환 추진현황·시사점 - 김윤식 경상대 교수

미국 농업부문에서 디지털 전환 흐름은 농장에서의 사물인터넷(IoT)과 센서 활용, 농기계에서의 IoT·센서 활용, 드론 등을 통한 작물 모니터링, 농업용 로봇 적용, 무선식별시스템(RFID)센서를 통한 이력 추적, 머신 러닝을 통한 분석 등이다.

농식품 유통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식품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친환경농산물, 농산물우수관리(GAP) 등 생산과정에서의 안전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콜드체인시스템 등 유통과정에서의 안전, 바코드, QR코드, RFID, 지능형 라벨 등 추적관리 부분이다.

‘에이버리 데니슨’은 세계 최초의 점착 라벨을 발명한 회사로 상품 포장 라벨, 사무용 라벨, 자동차 포장재, 바코드 티켓, 광고·판촉용 간판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용되는 점착 소재, 라벨, 태그와 특수 화학제품 제조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의 디지털 솔루션은 RFID, QR코드 등이 포함된 지능형 라벨이다. 지능형 라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자 단위 포장과 유통, 중간단계에서 상자 갈이, 재선별, 재포장 없이 최종단계까지 그대로 배송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농산물·GAP 인증 등 박스 포장 단계에서 인증 확인이 가능하면 적용 가능하다.

지난해 8월 미국 LA에 ‘아마존 프레쉬’ 1호 매장이 개장됐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위주로 매대가 구성돼 있으며 계산대 없이 운용된다. 스마트 쇼핑카트와 음성비서(Alexa)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아마존 프레쉬의 특징은 각종 카메라와 센서 기술을 적용한 소비자 감지와 구분, IoT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소비자 구매 패턴 분석, 대시카트(쇼핑객이 카트에 상품을 담으면 카메라와 무게 센서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계산을 해주는 카트)를 이용한 즉석 결제 등이다. 무게나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바코드 등이 부착돼 있지 않은 신선 농산물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했다.

농식품 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도 데이터 생성부터 수집·처리, 활용 등 스펙트럼이 넓으며 주로 생산단계에 적용된다. 전반적인 흐름 속도는 정보기술(IT)부문에 비해 늦다. 유통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대형생산업체·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진행 중이며 최신 기술이 모두 적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관련된 데이터 생성(RFID, 지능형 라벨 등)이 가능한 환경부터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도입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생성, 클라우드의 수집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생산자 중심의 규모의 경제를 키우지 않으면 유통업체와 기술기업에 종속 심화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 일본의 디지털 전환 추진현황·시사점 -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
 
지난해 12월 일본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디지털 사회의 실현을 위한 기본방향은 국민의 행복한 삶 실현,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사회의 실현, 국제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경제발전의 실현 등이다.

농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의 정의는 지금까지 아날로그로 관리하던 업무의 디지털 전환이다. 전환 목적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제공할 수 있는 농업을 실현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은 효율적인 생산 방법을 통해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업 현장의 작업 부담을 경감하고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또한 공급자 경쟁 격화와 수요의 다양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2020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에 명시된 농업 분야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 경영 실현, 데이터를 통한 소비자 요구를 과학적으로 파악, 소비자가 가치를 실감할 수 있도록 농식품을 제공해가는 농업으로 변화 모색 등이다.

농업분야 디지털 전환이 부진한 이유는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절대적 리더의 부재, 수확량 변동에 따른 산지-소비지 간 힘의 균형 문제로 통일된 방식 정착 곤란, 고령의 생산자가 수용하기 위한 도구의 부재로 명시돼 있다.

일본의 고치현은 산·학·관·민 합작으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농업 플랫폼 연계 기반의 식물 인터넷(IoP) 클라우드를 추진했다. 3000여 농가의 주요 6개 품목(가지, 피망, 오이, 풋고추 등)재배·출하 정보를 IoP 클라우드에서 일원화하고 시설 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병해충 발생 데이터, 노무-경영정보, 기기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고치현의 IoP 클라우드는 농업인이 PC,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마련했다.

전국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직거래 플랫폼인 ㈜비빗도가든의 '타베쵸쿠'는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전달함으로써 유통 경로를 축소시켰다. 생산자가 농협, 도매, 중매, 소매업자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존보다 수취가격이 향상됐다. 소규모 농가도 이용 가능하며 생산자-소비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어 차별화된 농식품의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한 디지털 전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 농업생산과 연계한 유통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영효율성과 부가가치 제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라 품질보증과 대금결제 안정성, 물류 효율화도 관심이 집중된다. 도매시장은 디지털 전환 속에서 온·오프라인이 병존하는 중층적 유통경로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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