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서 일하다 농업의 미래를 봤죠"…인생 제2막 농업에 올인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대기업 베이커리 카페에서 식음료를 담당했던 청년이 귀농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청년농업인이 직접 재배해 더욱 빼어난 농산물이라는 뜻의 수수(手秀)를 영농조합법인의 이름으로 지었다는 박근호 대표. 

대학교에서 관광조리학을 전공하고 베이커리 카페 정직원으로 입사하며 식음료업계의 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던 청년은 지금 강원도 4-H 연합회의 회장이자 유스파머 드론방제단 단장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직함을 갖게 됐다.
 

영농현장에서 청년농업인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주변의 청년농업인과 힘을 합쳐 농업발전을 이끌겠다는 박 대표. 그가 인생 제2막을 농업에 올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가업을 넘어 대표 청년농업인으로

 

“아버지가 평생 동안 일궈온 참숯의 명맥을 잇기를 희망해 2012년 참숯 생산, 유통을 돕기 위해 강원도 홍천으로 내려왔죠. 당시 주변 농가들을 보며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뜻을 품고 계획적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농업의 미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농업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최고의 참숯에만 몰두했던 그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농업을 배우고자 다시 대학을 찾았다. 농사지을 땅 한 평 없었지만 강원대 마이스터대학 친환경 채소학과를 입학해 청년농업인으로서의 삶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9900㎡(3000평)의 농지를 임대한 박 대표는 대추방울토마토와 멜론을 재배하며 이론과 실습을 병행했다.
 

“4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농업인으로서의 생활리듬은 익숙해졌지만 문제는 소득이었습니다. 그나마 판로를 덜 신경 써도 되는 도매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정 물량 이상이어야 했기 때문에 직거래, 홈쇼핑, 로컬푸드 등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개별농가의 한계와 중복투자의 어려움 등이 생기면서 난관에 봉착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개인 농장을 벗어나 청년들과 함께 4-H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한 그는 2017년 홍천군 청년농업인 공동브랜드인 '유스파머(YouthFarmer)'를 론칭하며 홍천의 미래농업발전의 시작을 내딛었다.
 

“오는 23일에는 군을 넘어 강원도 전체 청년공동브랜드 ‘강온’(강원도 디지털농업을 온(ON)하다) 개발 론칭 행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언택트 시대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로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다양하게 사용될 예정입니다.”

 

# 더불어 사는 농촌 확립

 

“2012년 처음 임대한 농지 9900㎡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판매한 금액은 1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농촌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은 너무 막연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20대 중반이고 부모님과 같이 생활한다고 해도 1000만 원은 아니다 싶었죠.”   
 

매출을 분석하던 그는 좀 더 계획적인 영농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작기별로 파종, 정식 품목을 정하고 원물 유통 외에 가공을 위한 시설을 갖추게 된다. 가공시설은 절임배추 가공공장이었다. 온라인을 통한 절임배추 판매는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고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의 배추도 구매해 절임배추로 판매했다. 
 

“직접 재배하거나 주변농가에서 품질을 검증 받은 배추는 가공 후에도 우수한 품위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시중가 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불티나게 팔렸죠. 이에 매출은 2012년 1000만 원 가량에서 2019년 1억 3000만 원으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조금 부진했지만 다양한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나아질 것입니다.”
 

절임배추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주변의 농업인들로 더불어 사는 상생구조를 만들고 있다. 고령의 농업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에 대한 노하우를 배움으로써 더 좋은 품위의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래농업 위한 기반 확대

박 대표는 2018년 전국 최초 청년농업인 방제단인 유스파머드론방제단을 출범했다.
박 대표는 2018년 전국 최초 청년농업인 방제단인 유스파머드론방제단을 출범했다.

 

“2017년 홍천군 4-H연합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후계농과 창업농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했습니다.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농장명이 없거나 포장디자인이 힘든 창업농과 판로의 어려움을 겪는 후계농들과 함께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죠.”
 

박 대표는 처음 농사를 지으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후배들이 되풀이 하는 일이 없도록 개선을 위해 앞장섰다. 청년뿐만 아니라 후배양성을 위해 힘쓴 그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홍천농업고등학교 진로명예교사로 활동 중이다. 
 

“2015년에는 홍천군 4-H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공동과제포를 멜론으로 선정해 멜론재배 기술을 전파했으며 직접 경험한 마케팅, 판매를 바탕으로 지역축제를 활용한 공동판매를 선도했죠.”
 

공동과제포 판매 활동을 시작으로 젊은농부들이 미래농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을 줬다. 뿐만 아니라 홍천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2018년 전국 최초 청년농업인 ‘유스파머드론방제단’을 출범했다. 유스파머드론방제단의 수익금은 기부와 더불어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방제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농업인들에게는 무료로 방제를 해드립니다. 지역의 공원, 골프장, 코로나19 방역 등에도 연 10회 이상 활동하고 있죠. 드론방제단을 더욱 확대하고 보급에 힘쓸 생각입니다.”

 

# 젊은 농장, 깨끗한 농장으로

 

“수수한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농장의 가장 큰 장점은 부모님이 생산하는 친환경 농자재 참숯 가루와 목초액을 사용해 농업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한 농작물을 재배된다는 점입니다. 매년 재배하는 절임배추는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 맛이 더욱 좋습니다.”
 

 노지와 시설하우스 1만6528㎡에서 방울토마토와 멜론을 재배했던 그는 현재 가장 많이 소비되는 품목인 배추, 고추, 감자를 위주로 재배하고 있다. 본인의 농장을 가꾸고 남는 시간에는 다른 농가의 일을 돕고 방제도 해주는 그는 혼자보다는 공동체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장의 생산시설은 경쟁력제고사업, 청년농 창업기반 구축 등의 사업을 통해 갖췄다.     
 

“급변하는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팜 시설을 시공해 강원도 대표 농장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강온을 활용한 유통망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1차 농업 생산 기반 인프라 구축으로 신규 청년 창업농들이 농사를 짓기 전 일할 수 있고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농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 현실에서 방제와 농작업 대행을 통해 농가들에게 작은 보탬도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조한철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지도사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달 18일에 진행한 유스파머 드론방제단의 시연회입니다. 한 달 정도 방제단과 공들여 준비한 시연회로 지역 농업인과 농업관계자들의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성공적으로 마친 시연회 행사는 방제단의 청년농업인들에게도 큰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던 조한철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강원도 원주에서 우연히 농업을 접할 기회가 생기면서 농업인으로서의 삶을 꿈꾸게 된다. 귀농이 녹록치 않았던 그는 농업인이 될 수 없다면 그들을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시험을 보고 홍천농업기술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홍천군농업기술센터는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잇점을 살린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농업 발전을 위해 푸드플랜과 스마트팜 사업 도입을 통해 청년농업인 수익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농기센터의 전문가교육, 마케팅지원, 멘토링은 청년농업인들이 최고로 뽑는 농업기술센터의 지원내용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자체 브랜드개발(찰옥수수 찰수르), 포장재 지원 등 농산물 마케팅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2년 연속 강원도4-H연합회장을 배출할 정도로 전국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4-H연합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4-H 회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유스파머 드론방제단은 다른 지자체의 롤모델 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농작업 대행이나, 스마트팜 사업 등을 통해 4-H 회원과 청년창업농 등 청년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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