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생산한 과일 유통까지 …건강한 먹거리 판매 '입소문' 자자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김원준 부자농원 대표가 수박하우스에서 출하를 앞둔 수박을 선보이고 있다.
김원준 부자농원 대표가 수박하우스에서 출하를 앞둔 수박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했는데 요리를 공부하면서 이 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될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에 군 전역 후 서울의 한 과일가게에서 일하면서 유통을 공부하게 됐죠. 그러면서 직접 농장을 경영하고 유통까지 전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0대 초반의 청년농업인 김원준 부자농원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하우스와 과수원에서 농약줄을 잡고, 농작물 수확을 도우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대학 진학차 도시로 나와 그 곳에서의 삶을 꿈꿨지만 복잡한 도시생활과 내면에서 느껴지는 갑갑함은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김 대표는 고향인 강원도 양구로 다시 내려와 청년농업인이 됐다.

현재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고추는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출하하고, 사과와 수박은 도매와 더불어 직접 운영하는 과일마켓에서 판매해 수취가격을 향상시키고 있는 김 대표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 요리전공 대학생... 식재료에 관심을 갖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취를 하며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했다. 그러나 입대 후 많은 고민에 빠졌다. 요리사로서의 삶에 만족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묻다가 요리를 위해 필요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일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에 서울의 한 과일가게에서 일하면서 유통을 배웠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위, 포장, 크기 등을 알게 됐다. 이후 생산과 유통을 내손으로 직접 한다면 유통마진이 줄어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김 대표는 고향인 양구에서 아버지에게 일을 배우면서 생산과 유통을 직접해봐야겠다는 포부를 키웠다.

“과일가게에서 일하면서 농산물들이 제 가격을 받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죠. 그래서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게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농사지은 농산물도 제 값을 받기 위해서는 판로 다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이에 아버지의 경험과 제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부자농원을 키워야겠다는 일념으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농장이름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와 부자가 되고 싶은 뜻을 모아 부자농원으로 지었습니다.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초기 정착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3년 동안은 아버지에게 일을 배우면서 월급을 받았죠.

처음에는 하우스 6600㎡(2000평), 그 다음해는 1만3200㎡(4000평), 그 이후에는 과수원 3만3000㎡(1만평)을 관리하면서 체계적으로 일을 배웠습니다.”

양구를 떠나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하고 방학 때만 일을 도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농부의 삶을 살고자 4년 동안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것이다. 

#주변 농가와의 네트워크, 전문 지식 습득

“처음 3년은 부모님께 월급을 받으면서 농사일을 배웠습니다.

아버지를 통한 배움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농업인들은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4H-연합회에 가입하고 활동하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배웠죠.

대학 생활 중 친하게 지냈던 형이 강원도 홍천에서 먼저 농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초기 애로사항 해결 방법이나 영농활동에서 필요한 사항을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농업이 아닌 요리를 전공했기 때문에 농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강원도 농업 마이스터대학에 입학, 기본적인 농작물 생리부터 배웠다.
 

“농작물의 생리를 잘 알아야 그에 맞는 시비를 할 수 있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의 1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마이스터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운이 좋게 사과 전문가를 알게 돼 사과농사의 기초와 나무의 생장, 겨울 전지의 중요성 등을 배우게 됐죠. 모르는 부분을 주변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죠.”
 

현재 그는 강원도4-H연합회 정책국장을 맡으면서 초기 영농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 직접 생산한 농산물, 지인의 농산물도 직접 판매

 

 김원준 대표가 운영하는 과일마켓에서는 직접 재배한 과일과 양구 지역에서 생산된 과일 등이 판매된다.
 김원준 대표가 운영하는 과일마켓에서는 직접 재배한 과일과 양구 지역에서 생산된 과일 등이 판매된다.

“전량 도매시장으로 출하할 경우 판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은 있지만 가격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가 내가 직접 판매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양구군에 청년창업 지원 사업을 받아 2020년 과일마켓이라는 과일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는 과일가게 직원으로 일하면서 유통단계를 줄이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의 과일마켓에서는 김 대표 농장에서 수확한 수박, 사과와 사과즙, 그리고 양구군 청년농부들이 생산한 과일을 판매한다.
 

다양한 과일을 맛보기를 희망하는 지역 소비자들을 위해 양구군에서 과일이 생산되지 않을 때는 가락시장에서 직접 과일을 구매해 매장에서 판매한다. 김 대표의 과일마켓에서는 내 딸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고품질의 다양한 과일을 판매하다보니 주변의 입소문이 자자하다. 
 

과일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의 95% 이상이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일 정도로 건강한 먹거리를 파는 매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것이다.
 

“매장이 크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판매 전략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컵 과일과 더불어 과일 선물바구니, 소포장 판매, 대량 판매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청년농업인들이 재배한 과일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흙과 물, 빛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 앞으로의 그의 꿈은 단일 품목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재배해 한 품목에 명장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명장과 더불어 주변의 청년농업인, 귀농인들에게 멘토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가 양구를 넘어 강원도, 전국을 대표하는 청년농업인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인터뷰] 이석노 양구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양구군에서는 5대 명품화 사업으로 사과, 수박, 시래기, 아스파라거스, 곰취에 대한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 5대 작물에 대한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기후변화와 관련된 교육도 진행 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 작물을 좋아했던 이석노 양구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 되고자 시험을 보고 지도사가 됐다. 올 초 양구군농기센터로 발령받고 현재 청년농업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술지도를 위해서는 현장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청년농업인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기 정착 시 어려운 부분이나 현재 농업활동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 등에 대해 귀담아 듣고 있습니다. 현장의 청년농업인들의 열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이 지도사는 계절마다 발생하는 병해충이 많고 유통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귀농 이전에 작목을 미리 정하고 지역 농업기술센터나 농업기술원을 찾아 관련 지원, 교육 등에 대해 먼저 문의해야 초기 애로사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작물이 수확돼 소득이 창출되기 이전까지 생각보다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막연히 정부의 지원만 생각하고 귀농할 경우 2~3년 안에 빚만 지고 다시 회귀할 수 있습니다. 지역, 작목, 정착 요건, 소득 창출 방안 등을 꼼꼼히 점검한 후에 귀농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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