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통상장관회의 “수산보조금 협상 연내 타결 노력”…보조금 폐지 대비해야
IUU어업·남획된 어종, 금지보조금으로 공감대
국가간 이견…연내 타결은 미지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열린 WTO통상장관회의에서 수산보조금 협상 타결을 위한 각국의 의지를 확인하고 수산보조금 관련 개도국 지원 범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열린 WTO통상장관회의에서 수산보조금 협상 타결을 위한 각국의 의지를 확인하고 수산보조금 관련 개도국 지원 범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들이 수산보조금 협상의 연내타결의지를 보이면서 향후 수산보조금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5일 화상으로 열린 WTO통상장관회의에서 각국 통상장관들은 수산보조금 협상의 연내타결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큰 틀에서의 동의일 뿐 세부적으로는 여전히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이 많은 터라 20여 년간 끌어온 수산보조금 협상을 조속한 시일내에 마무리 할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그려지고 있다.

# 20년 이어진 협상

수산보조금 협상은 2001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WTO각료회의 규범협상그룹에서 수산자원보호를 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 2008년 도하개발아젠다(DDA) 논의과정에서 본격화됐다.

과잉어획과 과잉어획능력 등으로 수산자원이 고갈되는 가운데 기존 협정으로는 어족자원의 고갈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수산보조금 협상의 내용을 두고 WTO회원국 간 의견차가 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뉴질랜드를 필두로 한 피쉬프렌즈그룹에서는 수산보조금 금지이슈에서 공세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은 금지보조금의 범위가 과도하고 수산보조금과 과잉어획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라 2017년 열린 제11WTO각료회의에서는 SDGs를 반영, 지난해까지 과잉어획과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을 금지하는 합의에 도달하겠다는 각료결정을 채택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피쉬프렌즈그룹과 ACP(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국가들도 금지보조금의 범위를 IUU어업에 기여하는 보조금과 남획상태의 수산자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 등으로 제한하는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입장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이던 일본도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되며 종전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ACP국가와 피쉬프렌즈 그룹의 제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 의장안, 리스트방식으로 보조금 금지

수산보조금 협상에서 WTO 의장안(Chair Text)에서는 금지대상 보조금의 리스트를 나열하는 리스트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수산보조금 협상관련 의장안에서는 불법·비보고·비규제(IUU)어업과 남획된 어종(Overfished Stock)과 관련한 된 보조금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장안 5조에서는 과잉어획능력과 과잉어획과 관련된 보조금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는 모두 남획된 어종이 대상이다. 금지대상인 보조금은 어선의 건조와 인수, 현대화 등 어선의 성능향상과 관련한 보조금 기계 또는 어선에 필요한 장비의 구매에 관한 보조금 유류·얼음·미끼 등의 구매와 관련한 보조금 사회적 비용과 보험 등과 관련한 보조금 어선주(Operator)의 소득에 대한 지원 선박 또는 어선주, 선원의 소득에 대한 지원 어획물의 가격지지 등 어업과 관련한 보조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남종오 부경대 교수는 이번에 제시된 의장안에서는 지난해의 안보다는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보조금이 금지되는 것은 IUU어업과 관련된 보조금이거나 남획된 자원을 어획하는 업종의 과잉어획능력과 과잉어획에 기여하는 보조금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 미국, 강제노동도 IUU어업에 포함시킬 것 제안

미국은 강제노동(Forced Labor)IUU어업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지난 526일 제출한 제안서(Proposal)에서 선상에서 이뤄지는 강제노동이 IUU어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회원국들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선상에서의 강제노동을 없애는 것이 IUU어업의 근절을 위한 노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박과 선주는 강제노동과 관련한 정보를 가능한 범위내에서 공개하는 등의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선상에서 이뤄지는 강제노동이나 선원들의 인권 문제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주요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에서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제안으로 강제노동 문제를 IUU어업으로 규율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다국적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강제노동문제를 IUU어업으로 규율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WTO 수산보조금 협상에서는 미국의 주장이 반영될 확률이 높진 않지만 앞으로 미국이 강제노동문제를 국제 규범으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산보조금 폐지 대비해야

수산보조금 협상의 타결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보조금 폐지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열린 WTO 통상장관회의에서 수산보조금 협상의 연내타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폐지대상 보조금의 각론을 두고서는 여전히 국가간 이견이 있는 상황으로 협상이 연내에 타결될지는 물음표가 그려지고 있다. 다만 최근의 동향을 볼 때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터라 이에 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종오 교수는 수산보조금 협상은 코로나19로 화상회의로 진행되다보니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보조금 협상의 타결에 대비해 보조금 폐지의 파급효과와 업종별 피해 정도를 분석, 이를 바탕으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도 협상의 타결 시점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타결될 수도 있다이에 대비해 어선감척과 보조금 구조의 재편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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