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의 쌀 소비 마케팅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이상기후 등으로 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식생활·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소비량마저 감소 추세이지만 쌀은 여전히 우리 국민의 주식이자 가장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쌀에 대한 인식도 바뀐데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비대면(언택트) 구매를 꺼렸던 소비자들이 온라인시장을 경험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쌀 생산자와 가공·유통업계도 변화된 소비성향에 맞춰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비대면시대의 쌀 소비·마케팅의 변화를 짚어본다.

 

# 코로나19로 바뀐 소비 트렌드와 쌀 시장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많은 일상을 바꿔 놓았다. 특히 소비행태의 변화는 쌀 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꼽자면 우선 생활 속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며 내식 행동이 늘었다. 이는 비대면 소비 활동의 증가와 함께 간편하게 데울 수 있는 식품과 쉽게 조리 가능한 집밥을 위한 요리 재료 소비가 증가하는 등 식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9월까지 외식업체의 월 평균 쌀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반면 소비자들의 절반인 50.9%는 전년보다 쌀 구입량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줄었다고 응답한 이는 12.3%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 대다수가 가정내 식사 횟수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단순히 밥상용 쌀 이외에 쌀 관련 가공식품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통계청의 ‘2020 양곡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식료품·음료제조업) 부문에서 원료로 사용한 쌀은 65130톤이었다. 업종별로는 떡류제조업과 주정제조업이 각각 24.5%, 24.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특히 식류품제조업의 경우 떡류제조업(159179) 다음으로 도시락·식사용 조리식품이 143152톤으로 가장 많았다.

 

# 쌀 선택의 기준을 바꾸다

이처럼 거리두기와 비대면으로 촉발된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쌀 마케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위 집밥 트렌드와 연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TV 다큐와 집밥요리 소개 방송, ‘미소곡간온라인 채널 홍보 등을 통해 쌀과 쌀가공식품을 홍보한 결과 쌀·쌀가공식품 호감도는 74.4%로 전년대비 4.4%포인트가 늘었으며, 쌀 중심 습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 이상(84.4%)이 공감했다.

이에 올해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온라인·비대면 교육홍보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개편하고 소비행동 변화를 위한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 요소를 발굴해 쌀 홍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변화로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먹는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 대신 (’), 즉 자신의 취향에 맞는 쌀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높아지면서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소비자는 쌀 구매시 가격, 품종, 재배지역, 도정일자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브랜드로는 쌀 맛을 연상하기 어렵다보니 자연스레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짙어지면서 쌀 소비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착안해 농협은 소비자들이 취향과 선호에 맞게 쌀을 선택·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품종별 식미 특성 도식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쌀도 와인처럼 여러 특성들을 손쉽게 비교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농협은 체계적 분석 과정을 거쳐 분류한 품종별 특성을 그래프 등을 통해 시각화해 품종별 맛 지도를 국내 최초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식미 특성 도식화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는 물론 쌀 소비 의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집밥을 먹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고급미 수요와 품종의 다양화가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다소 비싸더라도 이왕이면 좋은 품질의 쌀을 구매하겠다는 소비 심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비변화에 대응해 최근 대형유통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신품종 쌀을 선보이며 소비자 몰이에 나서고 있다.

농정원도 올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생산되고 있는 각 지역 대표 쌀의 품종, 특성, 식미평가, ·맛 등의 정보를 수집, 이를 바탕으로 생활형 콘텐츠를 다양화해 실질적인 쌀 소비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 ‘다양성으로 무장한 가공식품으로 쌀시장 확장에 나서

쌀 시장의 또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는 다양성이다. 그동안 쌀 소비는 밥용 이외에 주로 떡이나 주정용,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쌀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앞다퉈 출시되면서 소비지시장에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통적 쌀 가공식품의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맛과 재미를 더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적 쌀 가공식품의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맛과 재미를 더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네이처오다가 건강한 맛 구현을 위해 국내산 유기농 쌀을 주원료로 만든 프리미엄 라이스칩 달칩달칩 초코샌드’, 국내산 쌀과 계란을 원료로 밀가루 보다 지방 함량이 낮고 글루텐이 없어 밀가루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들도 안심하고 섭취 가능한 신화당제과의 우리쌀전병’, 라이스도우와 프리믹스를 이용해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맛있는 쌀 간식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고안된 라이스클레이의 쌀이랑놀자쿠킹박스와 간단 쌀 디저트등 국내산 쌀을 사용해 맛과 영양, 편리성, 재미까지 겸비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돼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농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POS 소매 매출액 기준 2019년 가공밥, , 죽류, 쌀과자, 쌀라면, 현미유, 쌀식빵 등 주요 쌀가공식품의 소매시장 규모는 8840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10.9%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가공밥 4938억 원, 1542억 원, 죽류 1332억 원, 쌀과자 911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공밥, , 죽류, 쌀라면 등 주요 쌀가공식품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aT가 지난해 821일부터 31일까지 소비자 9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80%에 달하는 소비자가 최근 3개월 이내 가공밥을 구입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떡볶이떡(48.2%), 쌀과자(45.1%), 죽류(43.4%)의 구입 경험률도 4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 쌀 본연의 가치 업그레이드해 수요 창출 시도 속속

쌀 본연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해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가성비를 중시하기보다는 쌀의 품질과 영양소를 업그레이드 해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븐일레븐은 품질과 맛을 차별화해 매일 먹어도 또 먹을 수 있는 집밥 같은 도시락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베스트 도시락 상품을 한끼 연구소 브랜드로 리뉴얼 하고 국산 품종의 단일미(삼광미)만을 사용하고 있다. 혼합미를 사용하면 밥맛이 단일미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어 비록 생산비가 높지만 밥의 식감을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편의점 제품이라도 충분한 한끼가 될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에 쌀 전문가들은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품질과 영양소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온라인몰 이용 확산에 판매채널도 다양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유통이 늘면서 대형마트나 수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이 주를 이뤘던 쌀의 유통구조도 온라인몰로의 이동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쌀 판매 마케팅 방식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비 패턴의 변화로 새로운 판매 채널로 급부상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 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로, 실시간으로 쇼 호스트가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유사하나 장소나 시간 제약 없이 시청이 자유롭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거래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미 2019년에 그립과 카카오가, 지난해에는 네이버가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비대면 시대 속에서 라이브 커머스는 순간적인 유행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한국쌀가공식품협회도 지난해 918일부터 112일까지 라이브쇼핑 모바일앱 그립(Grip)을 통해 다양한 쌀가공품 쿠킹클래스 라이브 판매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이 행사는 기존 오프라인 쿠킹클래스를 온라인 쌀가공품 쿠킹클래스로 전환해 모바일로 즉시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브커머스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도 쌀가공식품협회는 비대면 소비 확대와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 온라인을 통한 판매지원과 쌀 홍보·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27일부터 열린 ‘2021 쌀가공식품산업대전에서도 온라인 전시관을 마련해 우수한 쌀가공식품을 소개했다.

농정원도 오는 11월 농업인의 날을 맞이해 전국 각 지역의 대표 쌀과 저탄소 재배방식으로 생산한 쌀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