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디지털 농업기술 활용은 노지농업 노동력 ·농작물 생산성

-재배 편리성 높고 식량자급률 제고

-식량안보 확립 기대할 수 있어

서유럽과 중국의 홍수, 북미의 폭염 등 세계 각국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날씨로 캐나다는 과일 열매가 조기에 익어버리거나 갈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밀 수확량이 3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온열질환으로 농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폭염과 열대야의 지속으로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7월 말 기준으로 닭, 돼지 등 축산동물 22만70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상기후는 육지의 동식물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에까지 영향을 줘 마치 커다란 도미노처럼 전 지구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마다 농업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마저 지연되면서 가뜩이나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은 지금 최악의 일손부족 상황에 처해있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과거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한 농업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농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디지털 농업은 농업인이나 농업 관계자가 식량 생산 개선을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롭거나 앞선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무인 자율주행 농기계나 무인기(드론) 방제, 자동 물 관리시스템, 식물공장 등이 그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디지털 농업으로 논 영상 물꼬 시스템, 벼 생산량 예측 작물모형, 무인기 활용 씨뿌림·방제 기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화·지능화된 이 기술들은 벼 재배에 들이는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안정 생산의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물 절약과 저탄소 기술을 구현하는 데 최적화된 기술로 기후변화 대응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영상 물꼬 시스템은 원하는 수위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물꼬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집에서도 이동통신(모바일)을 통해 논물 조절, 벼 생육, 물길(수로) 상황을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벼 생산량 예측 작물모형은 자연재해나 기상이변 등이 적용돼 오차가 적다. 쌀 출하 시 농가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고 정부의 식량 정책 수립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영상을 기반으로 한 작물생육진단은 특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작물의 생육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영상에 나타난 작물 고유 파장으로 생육부진이나 시듦 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농업인이 직접 노지에 나가지 않고도 작물의 생육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즉시 적절한 관리와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콩을 대상으로 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작물 품질 분석으로는 근적외선 분광분석(NIR, Near-Infrared Spectrometer)을 이용해 1분 안에 7가지 밀 성분을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밀 품질분석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생산자나 생산지역 등의 정보를 담은 생산이력뿐 아니라 어떤 품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품질이력까지 더해 디지털 유통 체계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산 밀의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알권리를 보장해줄 것이다. 
 

디지털 농업기술의 활용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노지농업의 노동력과 불확실성 문제를 줄이고 농작물의 생산성과 재배편리성을 높일 수 있으며, 나아가 식량자급률 제고와 식량안보 확립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내외부와의 데이터 개방과 공유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균등한 발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농업현장의 협조와 산학연과의 긴밀한 교류로 디지털 농업기술이 현장에 잘 안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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