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어업 미래를 함께, 지속가능성을 진단한다

코로나19 이후 삶에 대한 불안감 상승으로
저밀도 농촌 생활 관심 늘어

귀농 위한 사전준비·맞춤형 지원과
일자리 연계 교육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뒷받침 돼야

[농수축산신문=박유신ㆍ이한태ㆍ이문예 기자]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귀농?귀촌 증가로 30대 이하 귀농 가구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귀농?귀촌 증가로 30대 이하 귀농 가구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업’하면 대부분의 이들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낮은 사양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먹거리 생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농업에 종사하기는 꺼려 한다. 그렇다보니 농업의 가치는 그동안 더 저평가 돼 왔으며 타 산업에 비해 홀대 받기 일쑤였다.

‘농촌’ 역시 마찬가지다. 어르신이 대부분이 곳, 고된 농사를 짓는 곳, 살기 힘들고 불편한 곳으로 인식되다 보니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도시로 떠나면서 이제는 마을의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농업·농촌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농업·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농촌에서 농업을 업으로 삶의 가치와 여유,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귀농·귀촌인들이 일과 삶의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 바뀐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 도시민 2291명과 농촌 주민 1041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와 자신이 꿈꾸는 소망목록(버킷리스트) 등을 주요 내용으로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결과 도시민의 31%가 5년 내에 버킷리스트를 실행할 의향을 지니고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었으며, 이들 중 45%는 한가지 이상 농촌에서 자신의 희망을 실행하려 준비 중이었다. 전 국민으로 환산하면 945만여 명이 농촌에서 버킷리스트 실행을 소망하고 113만 명 가량이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찾으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들이 희망하는 농촌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1.1%가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기회’라 응답했으며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생활환경’, ‘아름다운 농촌 경관’의 순으로 답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설문조사를 진행했던 송미령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농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경제활동 기회와 생활환경 편의성이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농촌다운 특성이 살아 있는 경관도 중요한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향은 코로나19로 더욱 확대됐다. 코로나 이후 삶의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농촌에서의 삶을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농경연이 지난해 4월 도시민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과 수요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민의 20.3%가 코로나19 이후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67.6%는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도시민의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농업·농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증가세로 돌아선 귀농·귀촌인구

이를 반영하듯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49만4569명으로 전년대비 7.4% 증가했다. 2017년 51만6817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8년 49만330명, 2019년 46만645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귀농·귀촌 인구수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내인구 총이동량 증가와 함께 저밀도 농촌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의 귀농·귀촌이 증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30대 이하 귀농 가구수는 1362가구로 전년 대비 10.9%가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 이하 귀촌 가구수도 7만1614가구로 전년대비 20.7%가 늘었다.

정부의 정책적 유인책도 한 몫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농업·농촌에서의 비전ㆍ발전 가능성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높아진 게 주효했다. 이는 지난해 귀농귀촌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 30대 이하 귀농 이유로 39.1%가 ‘농업의 비전ㆍ발전 가능성’을 꼽았다.

 

# 귀농·귀촌 수요 고려한 맞춤형 지원으로 정책 변화

이 같은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정책의 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귀농·귀촌 정책의 방향을 신중한 귀농을 위한 사전 준비 지원, 귀촌인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착지 특성을 반영한 지역별 자율 프로그램 지원 강화 등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농업 일자리 연계 교육을 확대하고 농촌생활경험을 지원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을 확대 추진 중이다.

더불어 지역단위 통합정보 제공 기능 확대, 귀농·귀촌 통합 플랫폼 구축 등 귀촌인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유원상 농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은 “언택트, 워라밸, 인구저밀도 지역선호 등 생활양식 변화에 따라 귀농·귀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농업·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송미령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귀농인들은 농업 여건이 양호한 전통적 농업지역 중심으로, 귀촌인들은 주거·생활환경의 편리성, 자연환경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주를 본격적으로 선택하기 시작했고 수도권 지자체 보다는 전통적 농업지역에 위치한 시·군의 연간 귀농가구수가 확연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귀농·귀촌 의향이 있는 도시민의 생활양식, 새로운 인구를 수용하고자 하는 농촌지역의 여건과 지역발전 방향 등을 고려해 지역 단위 귀농·귀촌 정책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 외에도 도·농 병행 거주인구, 농촌지역 관계인구 등 다양한 형태의 교류 인구 확대를 통한 농촌 활성화 도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철저한 준비와 교육이 가장 중요

하지만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가 늘어나고 정부의 정책적 유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업·농촌에서의 삶을 선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장 살아갈 주거공간을 비롯해 토지를 구하는 일, 취·창업에 필요한 정보와 자금을 얻는 일, 낙후된 생활 인프라, 정서적인 장벽, 주민과의 갈등 등 현실의 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다수의 전문가와 농업 관계자, 실제 귀농·귀촌인들은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에 대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농촌에서의 삶이 뚜렷한 목적의식 하에서 새롭게 시작되며, 삶의 터전 역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준비와 각오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역 귀농·귀촌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귀농·귀촌을 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들과 어려움 등으로 다른 농촌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례들이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세 만큼이나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경연의 ‘역 귀농·귀촌 의향과 결정에 미치는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동기로 귀농·귀촌한 이주민이 역 귀농·귀촌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 학령기 자녀를 둔 귀농·귀촌인과 가구주가 먼저 귀농·귀촌지로 이주한 후 가족이 합류한 경우, 지인과 이주한 경우에 역 귀농·귀촌 확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관련 교육을 이수한 시간이 많고, 귀농·귀촌 연차가 높을수록 역 귀농·귀촌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귀농·귀촌을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귀농·귀촌을 결심한 이주민에 대해 정책적 보완과 충분한 교육, 초·중·고 교육정책, 가족구성원과의 충분한 합의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한 정책 확대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만 한국농축산연합회장(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은 “귀농·귀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을 평생 직업으로 삼아 지속할 수 있는 사명감”이라며 “지금의 농업은 많은 지식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된 성공스토리에 막연한 환상을 품고 시작했다면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귀농·귀촌을 위해서는 작목 선정부터 꼼꼼하게 살펴 공부하되 농업 관련 전문인력 육성을 지원하는 기관 등을 통해 교육을 받는다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며 “정부 역시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멘토링과 지원으로 귀농인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농촌에서 찾은 나의 삶] 

“대기업 그만두고 제주에서 농사짓는 삶, 만족해요”
- 김인태 수호농원 대표  

김인태 수호농원 대표와 아내 김점선 씨, 아들 김현규·김현승 군의 모습.
김인태 수호농원 대표와 아내 김점선 씨, 아들 김현규·김현승 군의 모습.

귀농 후 일과 삶의 균형 찾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늘어 '만족'

귀농·귀촌 꿈꾸는 이들 위해
체험 프로그램 운영 해보고파

 

‘(수호농원) 제주도 귀농 3158일차’, ‘(수호농원) 제주도 귀농 3159일차’….

블로그 ‘제주도 귀농 조수리 초보 농부의 제주도 정착기’에는 매일같이 귀농일기가 올라온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은 가족들과 도시를 떠나 제주에 터를 잡은 9년차 농업인 김인태(46) 씨다.

남들의 평가와 시선보다 삶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이들이 늘며 최근 김 씨와 같은 귀농·귀촌인도 늘고 있다. 김 씨의 삶을 통해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나가고 있는 귀농·귀촌인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 나와 가족 행복 위해 결정한 농촌행

타인의 시선에서 도시에서의 김 씨의 삶은 남부러울 것 없이 안정적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을 다니며 그럴듯한 직급과 명함을 얻었고 매월 꼬박꼬박 안정적인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김 씨는 하루 아침에 책상을 비우는 주변 동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젊은 나이에 열정을 다 바쳐도 회사에서 나가라 하면 준비도 없이 나가야 하는 게 너무 싫고 걱정됐어요. 남는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그는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내와 유치원생, 초등학생 어린 자녀들을 이끌고 제주로 떠나왔다. 다른 내륙 지역 농촌들과 달리 제주에는 같이 생각을 나누고 어울릴 수 있는 또래 부부들이 비교적 많고 아이들이 커나가기 적합한 곳이란 판단에서였다.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녹록지는 않았지만 김 씨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도시에서보다 더 풍요로운 마음으로 충분히 삶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가끔 농원에서 일손을 도우며 체험 활동을 한다. 사진은 둘째 아들 김현승 군이 수확한 콜라비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
아이들도 가끔 농원에서 일손을 도우며 체험 활동을 한다. 사진은 둘째 아들 김현승 군이 수확한 콜라비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

 

# 선택에 따라 삶의 만족도도 달라져

김 씨 부부는 키위 농사를 지으며 겨울엔 콜라비, 양배추, 브로콜리 등도 함께 재배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펜대만 굴리던 때보다 노동강도는 높아졌지만 주도적으로 시간을 분배하고 활용할 수 있어 오히려 마음의 여유는 생겼다. 며칠치 일을 바짝 마무리 해두고 ‘셀프 휴가’를 주기도 한다. 

“전에 한번은 뉴스에서 폭우가 쏟아져 백록담에 모처럼 물이 차올랐단 소식을 들었어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어서 바로 다음날 아내에게 다녀오겠다 이야기하고 훌쩍 떠났죠. 떠나고 싶을 때 바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아이들도 제주생활을 좋아한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아빠, 엄마와 수영을 가고 오토바이를 타고 등산과 낚시를 하는 모든 시간들을 즐긴다. 농촌에서도 도시 생활처럼 하교 후 빡빡한 일정으로 학원을 다닐 순 있지만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고자 떠나왔던 9년 전의 마음이 떠올라서다. 

농촌에선 가끔 생각지도 못했던 기쁨도 마주한다. 현관 문고리에 까만 봉투들이 걸려 있어 들여다보면 과일, 채소 등 깜짝 선물들이 있을 때가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나눠 먹자며 두고 가는 것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농촌에서 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장밋빛 꿈만으로 귀농·귀촌은 금물

김 씨는 지금의 농촌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이들에겐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TV에서 보여지는 소위 ‘억대 농부’나 ‘힐링 주말’과 현실은 다른 면이 있다”며 “나름 농사와 취미생활의 균형을 맞추며 즐겁게 살고 있지만 가벼이 생각하고 귀농·귀촌을 선택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농사를 선택하고 귀농·귀촌을 할 경우 노력한 만큼 결과물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시세 등락에 따라 기대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는 등 각자가 무게를 두는 가치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씨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실제 농촌을 체험해 보고 귀농·귀촌을 결정,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인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드러냈다. 더 많은 이들이 농촌의 소소한 삶에서 만족을 느끼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끝>

 

 

# [기고] 귀농·귀촌의 재인식과 농업·농촌의 과제 - 장민기 (사)농정연구센터 소장

 

21세기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인구, 기후문제이다. 물론 수없이 많은 문제들이 있고 하나하나 해결해 가고 있지만 거대 과제인 인구와 기후의 문제는 이해하는 것도, 해결책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농업·농촌은 이 문제의 최일선에 있다. 특히 농촌은 고령화에 과소화까지 직접 맞서야 하는 상황에 있다. 인구 유출입이 거의 없는 조용한 사회, 고즈넉한 공간이 소멸을 막기 위해 ‘시간’과 맞서 싸워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인구문제는 거대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흔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귀농·귀촌을 연결한다. 실제 모든 통계가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행처럼 잠깐 관심을 가지다가 없어질 현상이 아니다. 앞으로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10년간은 귀농·귀촌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수상한 내용들도 많다. 원격지의 농촌은 귀농·귀촌의 흐름에서도 소외돼 있다. 사람들은 ‘도시에 붙어 있는 농촌’으로 가고, 청년은 오히려 수도권 도시로 움직인다. 10년도 빨리 지나간다. 그 이후는 다시 역귀농·역귀촌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기대하는 부분은 이 시대가 ‘정주(定住)’에서 ‘유동(遊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동의 중심에 있는 청년세대가 농업·농촌에 여러 가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은 어느 일에, 어느 공간에, 어느 조직에 매여 있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은 이 유동을 한 번 더 꼬아 놓았는데 ‘집에서 유동’하는 최고 수준의 디지털 문명을 순식간에 정착시킨 것이다. 

농업·농촌에는 기회이다. 그동안 온갖 유인책을 동원해서 “(농촌에) 굳이 가야해?”라는 질문에 답을 내야 했다면 이제는 “굳이 여기(도시)에 살아야 해?”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거슬러서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 커지고 있다. 

농업·농촌은 사실 ‘정착’에 가깝고 ‘유동’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농지, 주거, 공동체 등 많은 요소들이 그렇다. 그럼에도 유동이라는 이 시대의 변화가 농업·농촌의 기회라고 하는 것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가능성 때문이다. 사회적 포용, 농업의 생태·환경성, 공동체 속의 교류라는 농업·농촌이 가지는 전혀 다른 특성이 미래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귀농·귀촌을 고령화, 과소화라는 농업·농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미 귀농인, 귀촌인들이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를 오게 하는 과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문제가 돼 있는 것이다.  

알아야 소통하고, 소통해야 관심도 생기고 함께 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의 교류는 손님을 끌어오는 마케팅이 아니라 삶을 둔 건강한 만남이어야 한다. 귀농·귀촌은 유동을 교류로, 그리고 이를 ‘다른 정착’으로 이끌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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