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돼지등급판정 기준 개선()이 관련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검토한 안에 불과한 자료가 유출돼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 내심 억울하다는 게 축산물품질평가원측의 설명이지만 내부적으로 마련한 돼지등급판정 기준 개선()을 살펴보면 등급판정확인서에 암퇘지를 표시하고, 성별로 등급기준 별도 적용, 흑돼지 표시, 흑돼지 별도 등급기준 신설, 삼겹살 부위의 품질평가 강화를 골자로 한 규격등급 개선과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선택권 강화 등에 초점을 두고 있어 나름대로 상당한 준비를 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는 점과 생산자단체와 1차 육가공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면 검토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우선 등급판정 기준 개선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행 도체등급 판정은 도축단계에서 돼지의 이분도체 상태를 하나의 상품평가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에 불과한데 성별 맛 차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이 등급 기준만 변경한다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등급판정 기준은 등급판정의뢰자인 생산자와 지육을 상품으로 구매하는 도매시장의 중도매인, 육가공업자간 공정한 기준이면 족하고 좀 더 나아가 도체 등급판정이 사양관리, 종돈개량, 사료효율성 등을 따지는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만 해도 그 역할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도축단계에서 개체별로 10초 안팎의 시간 동안 도체등급판정을 해야 하는 현실속에서 설령 돼지 도체 자동 판정기계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삼겹살 부위의 품질평가를 할 수 있다는 발상 역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계는 삼겹살의 중량과 지방함량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지 참고사항에 머물거나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이지 규격등급 개선에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 흑돼지의 경우 2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가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kg6168원으로 1+등급 6149, 1등급 6134원에 비해 가장 비쌌고, 일부 삼겹살 육질 테스트 결과에서도 소비자의 육안 평가와 맛 평가는 등급기준과 육안·육질평가의 기준이 다르게 나왔다.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처럼 소는 근내지방함량이 육질로 이미 통용되고 있는 반면 돼지는 생육 특성상 품종이나 사육기간, 사육방법, 사료급여 형태에 따라 달라 육질을 정의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또한 용어의 개념 측면에서 등급과 품질이 다르지만 생산자, 육가공업자, 소비자 등 각자의 입장에서 이를 혼용해서 사용하다보니 등급판정 기준 개선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과 혼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과 기준 개정에 최종 책임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 외에도 재검토 과정에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준이 규제로 변질되거나 오히려 수입 돼지고기와의 역차별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기준을 보다 단순화하는 것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시장 자율에 맡길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 등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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