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읽으며 ‘농부’ 꿈 키워…“관광농업 선두주자로 우뚝 설 것”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나의 사명은 농업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2027년까지 관광농업 분야의 선두자가 될 것이며, 2032년에는 ‘다섬 농업 후계자 육성 재단’을 설립해 농업의 소중함과 매력을 알리겠습니다.”

2011년 식물이 자라는 것이 마냥 예쁘게만 느껴졌던 한 고교생이 적은 사명선언서의 내용이다. 
 

‘상록수’를 읽으면서 어린 여성이 농촌계몽운동에 힘쓰는 모습을 보고 농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안다섬 장안산할매 대표.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단순히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안 대표는 농촌에서 이 같은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후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직원과 1만3200㎡(4000평)의 농장에서 오미자, 사과,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장안산할매의 가장 큰 장점은 초심을 지키는 농부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꿈을 향한 스토리를 들어봤다.

 

# 농업은 내운명

 

“처음에는 중학교 시절 관심이 있었던 조경을 배우기 위해 아무 연고도 없던 경북 안동의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학업과 더불어 동아리에서 국화도 키우고 조경설계 선수로서 설계대회에도 참가했으며, 농업 관련 아이디어로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하며 농부로서의 역량을 키웠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조경을 비롯한 농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안 대표. 당시에는 대한민국의 최고 농부가 되겠다거나 억대농부가 되겠다는 포부는 없었다. 상록수라는 소설을 읽은 후 강한 인내력과 의지로 농촌계몽운동을 이끌고, 살신성인한 채영신이라는 주인공을 멘토로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하며 농업인으로서의 삶을 꿈꿨다. 
 

관광농업에 대한 꿈을 안고 한국농수산대 화훼과에서 이론과 실제 경험을 쌓고 연꽃농사를 짓기를 희망했지만 초기자본과 수익성을 계산했을 때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돼 포기하고,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를 선택하게 됐다. 
 

전북 장수에 터를 잡은 계기는 고교 진학 시절 농촌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고자 귀촌한 부모님의 뜻에 따른 것이다.
 

“2015년 농업을 전공했다는 자신감 하나로 시작한 농장 운영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봄에는 예쁜 꽃과 풀벌레 소리가 좋아 밭에 가는 게 즐거웠지만 여름이 되자 땡볕에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고 집에서 선풍기를 쐬며 누워 있거나 계곡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먹는 등 영화 ‘리틀포레스트’처럼 농촌생활을 즐겼습니다.”
 

여유만만 이었던 초보농부는 농장에 흰가루병 확산으로 전체 오미자의 70% 이상을 잘라내야 만 했던 일을 계기로 달라졌다. 당시 조수입은 300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큰 적자를 보게 된 것이다. 이후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터의 교육, 주변 어르신들의 조언을 듣고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옛말의 참뜻을 세기며 마음을 다져 먹었다. 낮에는 일, 밤에는 공부하며 쉬는 날 없이 열정을 다해 달려 나갔다.

 

# ‘작물과의 신뢰’, ‘고객과의 신뢰’가 제일 중요

 

“농장을 가꾸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입니다. ‘작물과의 신뢰’,‘고객과의 신뢰’ 등 신뢰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처음 쌓는 건 쉽지만 한 번 무너지면 20배, 30배 노력해도 다시 쌓기 어려운 게 신뢰죠. 그래서 제 소개를 할 때마다 초심을 지키는 농부 안다섬입니다라고 소개합니다.”
 

초심을 지키는 안 대표의 농장명은 ‘장안산할매’다. 장안산을 지키는 산신이 할머니 산신인데, 할머니 산신이 있는 자락은 먹을 것이 풍요롭고 식물이 잘 자란다는 설화에 따라 ‘농작물이 잘 자라고’, ‘안전하고·건강한’ 식품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안 대표는 합성식초나 누룩을 첨가하면 빠르면 2주, 늦어도 2달 안에 식초를 만들 수 있지만 내 부모가 먹는, 나중에 내 남편이나 아이가 먹을 식품이라고 생각하고, 4단계 발효과정을 통해 10개월 간 천연발효식초를 만든다. 
 

“농업은 굉장히 고되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세상에 쉽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생명을 가꾸고 이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은 그만큼 가치가 큰 산업입니다. 이에 농부의 수많은 땀방울로 키워내고 열정으로 수확하는 보석 같은 농산물을 값지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안 대표는 가공품을 생산하며 손편지를 쓰는 등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농부가 되고자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충성고객을 500명 이상을 확보했다. 이후 청년경쟁력제고사업 지원을 바탕으로 공장을 짓고 기계들을 설치하며 교육장도 만들었다. 오미자 청에 죽염을 첨가해 기능성과 맛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 6차 산업 융복합의 실현, 후계농업인력 양성이 꿈 

 

“6차 산업 융복합을 실현하며 후계농업인력을 양성하는 대표 농업인으로서 미래성장을 주도하고 싶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품질의 다양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도농교류·농촌체험 활성화를 꾀하려고 합니다.”
 

안 대표는 다양한 계층에게 농업에 대한 가치 교육·체험을 진행함으로써 식생활 교육을 널리 보급하는 한편 전문 농업인력을 육성함으로써 농업 위상을 높이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혼자만 잘사는 농업·농촌이 아니라 발전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4-H중앙연합회 부회장, 장수군 4-H연합회 부회장, 장수발효사랑영농조합법인 대표도 역임하고 있다. 
 

“관광농업의 선두자가 돼 재단을 설립하고 후계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사명을 담은 사명선언서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생각처럼 현재 선두자가 돼 있지는 않지만 농업·농촌의 발전과 6차산업의 실현, 후계농업인력양성이라는 같은 꿈을 꾸며 이 같은 삶을 스케치 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전 국민 모두 깨달았으면 한다는 안 대표. 그가 쓴 사명선언서의 내용처럼 농업의 소중함과 매력을 알리는 선두주자가 되길 바란다.

 

# [특별인터뷰] 김현성 장수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고령화로 인해 농업인력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장수에 정착한 청년들이 지금처럼만 미래농촌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길 바랍니다. 청년농업인들의 농촌 유입이 지금보다 더 확산되려면 다양한 정책 발굴과 더불어 청년농업인들의 성공적인 영농정착 사례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2020년 10월부터 청년농업인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김현성 장수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께서 농사일을 하셨기 때문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이에 아버지와 같이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시험을 보고 농업기술센터에 입사했다.
 

“최근 지역 4-H연합회에서 공동으로 재배하는 옥수수과제포 수확 선별장에 갔는데 20명이 넘는 인원이 새벽 일찍부터 힘든 내색 없이 서로 즐겁게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청년농업인의 멘토로서 일하면서 김 지도사가 최근 가장 뜻깊었던 장면이다.
 

그는 “월 80만 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주는 영농정착지원사업과 후계농업인 육성을 위해 최대 3억 원의 대출 자금 지원, 청년농업인 생산지원 사업 등 여러 사업이 있는데 이 중에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은 공모사업으로 지난해 생산제조 설비와 체험교육장 설치를 지원했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농업 현장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에게 힘이 되는 지도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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