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쌀의 날’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식량안보·쌀의 가치 재조명

필리핀, 코로나19로 각국이 식량 수출문 잠그면서
지난해 3~4월에는 쌀을 비롯, 식량 확보 어려움으로 국가적 위기 봉착

쌀 소비 활성화 위해 쌀 가공식품 소비 활성화·수출 '박차'

매년 '쌀가공품 톱10' 선정
적극 홍보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쌀 제품 선봬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쌀의 날은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에 대한 국민적 관심 환기와 긍정적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날이다. 한자어 쌀 미()의 획을 풀어 나온 숫자 8, 10, 8(, , )을 조합해 818일로 정했으며,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선 여든여덟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쌀의 날을 기념해 우리 쌀의 가치와 의미 등을 되새겨본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쌀의 가치에 대한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쌀의 가치에 대한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 힘들게 지켜온 우리 쌀

산업 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반도체를 흔히들 산업의 쌀이라 부른다. 이처럼 쌀이라는 단어의 남다른 쓰임새는 그만큼 우리 국민에게 쌀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상징한다.

지금이야 쌀이 우리 국민의 주식이라 불리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량자원이 됐지만 과거에는 쌀의 자급이 농정 최우선 과제이자 목표로 강력하게 추진될 정도로 풍족한 쌀 생산이 절실한 때가 있었다. 좁은 국토에서 식량, 특히 쌀을 넉넉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농업증산계획 등의 이름으로 정부 수립 이래로 계속돼 왔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다른 품종에 비해 수확량이 30% 이상 높은 다수확 신품종 통일벼의 보급으로 우리나라는 어렵사리 쌀 자급이라는 민족 숙원을 이뤄냈다.

하지만 쌀 자급이란 목적이 평탄하게만 달성돼 온 것은 아니다.

1980년 사상 초유의 냉해 피해와 연속된 흉작으로 통일벼를 중심으로 한 식량증산정책이 재검토됐고, 양질성·다수성 품종 개발과 재배품종 전환 과정을 거쳐야 했다. 1990년대에는 쌀 시장 개방화 이슈로 인해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등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와 더불어 쌀 자급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정부와 국민이 어렵사리 지켜온 우리 쌀은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재조명 받았다. ‘식량안보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며 쌀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우리의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 것이다.

 

# 쌀을 포기하면 생기는 일들

지난해 코로나19의 확산 초기 바닷길과 하늘길이 막히며 전 세계 각국에선 자국의 식량안보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량자급률이 50%도 안돼 대부분의 곡물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외부 요인에 따라 식량안보가 크게 위협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가 중요해졌다는 응답은 74.9%로 나타났다.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이 얼마나 고조됐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주식인 쌀의 식량자급률이 90% 이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식량안보 위협 공포 속에서도 모종의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주식인 쌀을 홀대한 필리핀의 사례는 우리의 안도감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필리핀은 지난해 3~4월 심각한 식량 공급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쌀 생산량이 자국 수요량보다 많아 수출까지 했던 필리핀은 농업을 홀대하고 소위 돈이 되는 관광산업에만 몰두, 1988년 쌀 수입국으로 전환됐다. 쌀 자급률은 급격히 하락했고, 2000년대 중·후반엔 세계에서 쌀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로 각국이 식량안보 확보 차원에서 식량 수출문을 잠그면서 지난해 3~4월에는 쌀을 비롯한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경험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7~2008년에는 6개월 간 쌀값이 3배나 오르는 쌀값 폭등기에도 필리핀은 다른 방도가 없어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필리핀의 사례는 왜 우리가 반드시 쌀을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 일각에선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정부가 유독 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 국민의 주식인 만큼 식량안보 차원에서 다른 산업, 다른 품목들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 고품질 쌀 생산·수출활성화 박차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쌀, 우리 국민은 얼마나 소비하고 있을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201171.2kg이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속 감소세를 보이다 2019년에는 처음 60kg선이 무너지며 59.2kg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소비가 더 줄어 57.7kg을 기록했다. 다양한 먹거리 활성화와 주식(主食)에 대한 개념 변화 등으로 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쌀 소비를 활성화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보다 맛밥 좋고 지역 적응성이 좋은 국내 육성 벼 품종을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시범재배 등을 통해 가장 뛰어난 품종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쌀의 날을 앞두고 최고품질 벼 생산·공급 거점단지에서 재배 중인 벼 품종들을 소개했다. 올해 최고품질 벼 품종은 가와지1(경기 고양) 삼광, 운광, 대안, 고향찰벼(강원 원주) 진상2(충북 괴산) 백옥향(충남 서산) 미호, 십리향(전북 익산) 새청무, 진상2(전남 영광) 호평, 조명(전남 함평) 일품, 미소진미(경북 상주) 삼광(경남 거창)이다. 이 품종들은 오는 10월 말부터 시중에 유통될 예정이다.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쌀 가공식품의 소비 활성화와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제조·생산된 쌀 가공식품의 수출액은 1376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26.9%나 더 많이 해외 시장에서 팔려나갔다. 여전히 우리 교민들의 수요가 큰 편이지만 최근에는 BTS(방탄소년단) 등이 몰고온 케이-푸드(K-Food) 열풍을 타고 소비층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쌀가공식품협회도 쌀 가공식품 수출업체 지원을 비롯해 매년 쌀가공품 톱(TOP)10’을 선정해 적극 홍보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쌀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오프라인 행사 통해 가치 확산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쌀의 날과 관련한 온프라인 행사들이 축소·진행되고 있다. 매년 쌀의 날을 전후해 다양한 할인행사, 공연, 전시 등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행사 규모를 축소하거나 온라인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성남·고양·수원·삼송·양주·동탄유통센터, 농협유통(양재·창동유통) 등 수도권 계통매장에서 쌀의 날을 기념해 쌀 20kg 이상 구매고객에게 1kg 쌀 증정품을 제공한다.

오는 23일까지는 온라인 퀴즈 이벤트도 진행한다. 개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퀴즈 정답과 농업인 응원문구를 작성해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추첨을 통해 100명을 선정, 2~3만 원 상당의 쌀이나 쌀가공품 꾸러미를 전달한다.

이벤트 참여 인원에 따라 기부 행사도 펼친다. 온라인 이벤트 참여 인원 수 등을 쌀 무게로 환산해 최대 1000kg의 쌀을 세이브더칠드런 산하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하며 쌀의 날 행사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부산, 서울 등지에선 쌀 책갈피 만들기 등 시민 체험활동을 통한 쌀 소비 활성화 홍보도 활발히 펼쳐졌다.

 

<농림축산식품부·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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