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지역시스템공학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축사서 배출되는 냄새배출제수 기준

악취냄새 측정 표준 가이드 정립 안돼

자연환경·산업특성 고려 빅데이터 구축

공기 오염물질 배출 관리·민원 대응 필요

2000년 이후 생활 수준의 향상과 식문화의 변화에 따라 국내 육류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의 2019년 총 생산액은 19조7307억 원 가량으로 전체 농업생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축산업은 생산성 정체와 외국 축산물 수입, 농촌 노동력 감소·고령화, 축산시설의 밀집화, 축산 질병의 빈번한 발생, 축산냄새를 포함한 환경 부하 등 다양한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 
 

특히 축산업이 성장하고 축산시설이 고밀도 사육, 대형화됨에 따라 축산냄새 민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축산냄새 민원은 2014년 2838건에서 2019년 1만2631건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악취 민원 4만854건 중 3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으며 축산시설의 인허가 등 관련 규제들도 점점 더 강화되고 있어, 축산산업 발전에 큰 저해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축산냄새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스마트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본인이 참여하고 있는 과기부 다부처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축산시설 공기 재순환시스템 개발’ 연구를 통해 축산냄새 배출 저감과 사육환경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축산냄새의 저감을 위한 첫걸음은 냄새 발생의 원인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각 환경조건별로 냄새 발생의 정량적 데이터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축산농가에서 어떠한 환경 요인으로 얼마만큼의 냄새가 발생하는지의 정확한 인지를 통하여 냄새를 저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저감 노력에 대한 정확한 정량적 결과가 제시돼야만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환기 구조별 냄새 측정 위치, 냄새 측정방법, 측정시간, 최소 측정횟수, 데이터 처리방법 등에 대한 축산냄새 측정과 처리방법 메뉴얼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각 연구자의 경험이나 결정 등에 따라 측정 위치나 방법 등이 달라짐으로써 수집된 빅데이터의 상대적 불평등으로 질적 수준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축산냄새의 정량적 분석을 위한 관능법 실험 자체가 비용이나 시간, 인력이 많이 필요로 하기때문에, 대부분의 축산냄새 관련 연구가 상관성이 낮은 암모니아 등 단일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된 악취 측정 프로토콜의 정립을 통해 신뢰도 높은 빅데이터가 구축이 안 되면 농림축산식품부나 축산산업의 종사자들은 본인들의 축산냄새 저감을 위한 노력들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으며, 또한 관련 규제나 법규를 만들 때 항상 수세적인 위치에 놓일 수 밖에는 없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의 8개의 연구기관이 참여해 축산시설의 배출계수 산정을 위한 VERA프로토콜을 개발, 제공하고 있다. 가축의 일령, 사육시설의 환기구조, 사육시설의 구조적 특징, 분뇨처리방법, 냄새 저감 시설의 종류, 계절 등의 조건에 따라 냄새 배출량이 달라진다. 
 

측정전략과 방법에 따라, 배출량 데이터 처리 방법들과 냄새 배출패턴에 따라, 샘플링 시기를 제시하고 있으며, 냄새 시료의 채취와 보관방법, 시료 분석 방법, 측정된 냄새 배출량 데이터의 처리 방법 등도 제시하고 있다.

본인이 현재 참여하고 있는 EU국제공동연구에서는 유럽 27개국이 함께 참여해 유럽 전체의 통일된 축산냄새 실험과 분석 프로토콜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외의 경우 오랜기간 꾸준히 구축되고 있는 현장 실측 자료를 통해 축산냄새 배출계수를 제시하고 있으며 배출계수 측정과 산정을 위한 프로토콜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축사에서 배출되는 냄새배출계수 기준과 악취냄새 측정을 표준 가이드가 정립돼 있지 않다. 통일된 실험방법, 데이터 처리 등에 대한 기준이 제시된 우리나라 축산냄새 측정 프로토콜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렇게 개발된 축산냄새 측정 가이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산업특성을 고려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작게는 마을 단위의 지역 크게는 국가 전체의 축산시설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산정해 공기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관리와 민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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