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기능 증진·농업인 소득안정 위해 부정수급 ‘발본색원’ 해야
강제처분 불가능한 행정점검·조사권한…부정수급 단속에 '한계'
담당 인력·전문성 부족
수사권이 사회복지 보조금 등
일부 분야에만 도입돼
행정점검만으론 실효성 '글쎄'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지난해 5월 도입된 공익직불제가 시행 2년차를 맞이하며 연착륙을 위한 내실화가 필요시 되고 있다. 특히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이라는 제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경작자 위주로 직불금이 지급되도록 직불금 관리시스템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수사권한이 없는 행정점검만으로는 고도화되는 부정수급 방식에 대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점검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부터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태는 수면 아래 있던 농지의 불법·부정 취득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에 특별사법경찰을 활용해 공익직불금 부정수급 조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이와 관련된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7월과 지난 3월 국회에 잇따라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공익직불제 연착륙에 있어 특별사법경찰이 왜 필요한지 살펴봤다.

# 끊이지 않는 직불금 부정수급문제 

농업·농촌의 공익증진과 농가 소득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공익직불제는 문재인 정부의 제1 농정공약이자 농정혁신의 시발점이라 평가될 정도로 제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급대상과 지급된 예산만 해도 지난해 112여만 명에 2조3000여억 원에 달한다.

이에 제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고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실경작자가 지원받는 문화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직불금제도 개편 전후 여전히 부정수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정 누수뿐만 아니라 농업인으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 이는 정부 불신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 공익직불제 도입 이전인 2015~2019년 5년간 직불금의 부정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148건, 2016년 54건, 2017년 41건, 2018년 24건, 2019년 12건으로 꾸준히 발생해 왔다. 공익직불제 도입 첫 해인 지난해에도 정보분석, 현장점검 등을 통해 신청건수 중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2만6000건을 적발, 사전에 지급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정부도 앞서 2019년 10월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강화 방안을 마련하며 농수산 직불금을 ‘고위험사업’으로 분류하고 특별사법경찰 도입과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LH 사태로 불거진 농지 불법 취득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직불금 부정수급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신청단계부터 부정수급을 사전 차단하고 기본직불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례를 점검하기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지자체 합동으로 점검반을 구성, 지난 4월 26일부터 현장점검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행정점검만으로 부정수급 끊기에는 한계

직불금 부정수령 방식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행정점검으로는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현 행정점검·조사상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공익직불제 추진에 있어 특별사법경찰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도 인정한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가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강화 방안을 마련하며 그 이유로 부정수급 점검·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정수급을 해도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부정수급 점검·조사를 담당할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수사권이 사회복지 보조금 등 일부 분야에만 도입돼 행정점검만으로 실효성 있는 대응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개호 의원은 지난해 7월 사법경찰관 직무범위와 수사 관할에 공익직불금 부정수급 단속 사무를 추가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하 사법경찰직무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로 “읍·면·동 단위 경작사실심사, 지자체별 교차점검, 현장조사, 명예감시원 운영 등 행정을 통해 부정수급을 방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일부 부재지주 등이 양도세 감면 목적, 농업인의 지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이용해 직불금을 거짓, 부정하게 신청·수령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고도화되고 있는 부정수급의 방지를 위해 정부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본원과 지원에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했지만 현장점검 시 부정신청·수급이 의심되는 경우가 있어도 부재지주와 경작자의 담합 등으로 행정점검으로는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전했다. 기존의 강제처분이 불가능한 행정점검·조사 권한만으로는 부정수급 단속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서삼석 의원도 지난 3월 농지소유조사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관 직무수행 권한을 부여해 농지투기를 근절하고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며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서 의원 역시 “농지이용실태조사 실시 등 행정을 통해 불법 전용·임대 등 농지법상 위반행위를 방지하고 있지만 현장점검 시 전문 수사 인력 부재로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단속체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들 개정법률안 모두 농지에서 실제로 경작하는 실경작자가 농지를 취득하고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발의의 목적이 비슷하면서 이미 원산지 허위 표시 위반 범죄에 대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받은 농관원에 추가로 부정수급 단속 권한을 부여할 경우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달 23일 국회를 통과해 지난 18일 공포된 ‘농지법’,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등 농지관리 개선을 위한 3개 법률의 이행을 뒷받침할 관련 입법이라는 측면에서 조속한 국회 통과가 요구되고 있다.

# 농림업부문 1500여 명 특별사법경찰관 운영, 범죄 수사 신속·효율성 제고

현행법 상 사법경찰은 검찰청·경찰청·해양경찰청에 소속돼 범죄에 대한 일반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일반사법경찰’과 그 밖의 중앙행정기관·지자체 등에 소속돼 특정한 영역의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하는 ‘특별사법경찰’로 구분된다.

특별사법경찰은 사회가 전문화·복잡화되는 경향과 각종 행정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반영해 등장한 사법경찰제도로, 범죄 수사의 신속성·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특별사법경찰은 형사소송법과 사법경찰관직무법에 근거를 두고 특별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법무부령)에 의해 범죄수사에 대한 직무상의 규율을 받고 있다.

특히 전문적인 업무 영역에 종사하는 행정공무원 등에게 관련된 분야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 전문지식을 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고, 시·공간적인 제약으로 일반사법경찰의 접근이 어려운 경우 범죄 현장 접근성이 높은 자에게 수사권을 부여해 신속한 범죄 수사를 도모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에 1956년 법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인원이 확대돼 2019년 기준 중앙행정기관에서 지명된 특별사법경찰 1만1529명, 지자체에서 지명된 특별사법경찰 8994명 등 총 2만523명에 달한다. 이중 농림업부문의 경우 농관원(원산지 허위 표시 등 위반) 1033명, 국립종자원(종자사업법 위반) 36명, 농림축산검역본부(가축전염병예방법, 식품방역법 위반) 181명, 농촌진흥청(농약관리법·비료관리법 위반) 10명, 산림청(산림, 임산물, 수렵 관련) 239명이 특별사법경찰로 지명돼 있다.

# 특별사법경찰 필요성 인정 불구 국회서 지속 계류, 조속 통과 시급

특별사법경찰 직무범위에 공익직불금 부정수급 단속을 포함하자는 주장에 관계 부처와 국회가 타당성과 필요성, 시급성은 인정하면서도 몇 가지 과제로 1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의원의 개정법률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사항으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의 긴요성·시급성이 충분히 인정되는지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직불제법)상에 규정된 범죄의 일부가 법률 제안취지와 무관하다는 이유 등을 꼽았다.

직불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증거 인멸이 어렵고 비전문가로서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으며, 부정수급 건수와 금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또한 특별사법경찰권 직무범위로 공익직불제법 상의 범죄, 즉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신청·수령한 행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공익직불금 등록을 신청하거나 변경신고 등을 한 행위 △제출 서류의 내용이 거짓임을 알고도 증명한 행위 △직무상 알게 된 위반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누설하거나 해당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행위 등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마지막 비밀 누설 행위에 특별사법경찰권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직불금 단속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관계기관인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경찰청 모두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보고서 역시 공익직불금 단속 공무원을 통해 부정수급범죄에 대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수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긍정적인 입법취지와 함께 특별사법경찰권 부여의 시급성과 직무범위의 적절성 등에 관한 고려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평가했다.

특별사법경찰 지정과 관련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 현장을 다녀보면 농업인들이 먼저 공익직불제 도입 취지를 무시한 불법·부정한 방식으로 직불금을 수령하는 이들이 없게 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지금은 농업·농촌내의 문제이지만 이같은 부정수급문제가 외부로 노출될 경우 공익직불제 자체의 의미나 순기능보다는 직불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 출발한 공익직불제가 안착도 되기 전에 비난을 받아서는 안되며, 특히 시행 2년차를 맞은 올해는 농업인들간에도 형평성 문제가 더욱 불거질 수 있어 특별사법경찰과 같은 보다 강력한 점검·조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초기에 부정수급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더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특별사법경찰관 도입 등 적극적이고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실제 농사를 짓는 이들이 농지를 소유하고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