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입법 취지 공감하지만 농업인 피해 막중”

현 청탁금지법, 농업인 피만 말려
선물가액 상향 조정·정례화해야

시행령 개정 서둘러
농업인 피해 최소화 필요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최근 농업계에선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상 선물가액 상향 조정·정례화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금품 수수 금지를 통한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 등을 위해 제정된 이 법률안이 엉뚱하게도 코로나19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인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27일 농업인들의 선두에 서서 선물가액 상향 조정·정례화를 외치고 있는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을 만나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문제를 짚어봤다.

 

# 애꿎은 농업인들만 피해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때문에 애꿎은 농업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법의 취지는 살리고 농업인들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농축수산물에 대해선 설·추석 명절 선물가액을 20만 원까지 상향·정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철선 회장은 추석이 바짝 다가오면서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국회의원들과 시시때때로 접촉하며 의견을 피력하고 한국과수농협연합회를 통해 성명서를 내는 등 농업인들의 애끓는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추석 명절에 사과는 전체 생산량의 48%, 배는 65%가 유통된다는 통계가 증명하듯 사과, 배는 주로 제수용이나 선물용으로 먹는 과일이라며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때문에 명절 소비가 줄면 결국 가격 하락, 농업인들의 소득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명절 선물은 주변에 그간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갖는데, 10만 원 상한선 안에서 특히 축산물의 경우 모양새 있는 선물세트 구성이 나오기 어려워 오히려 공산품 등으로 소비가 옮겨가고 있다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대가성 있는 선물을 어떻게 걸러낼지를 고민해야지, 지금과 같은 기준과 방식으로는 농업인들만 피 말리는 법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긍정 효과 체감하려면 선물가액 상향 조정 시급

인터뷰 내내 박 회장은 청탁금지법 상 선물가액 상향 조정이 시급이 확정돼야 한다며 조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물가액 상향 조정이 시장에서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유통업계의 준비와 소비자 홍보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추석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도 권익위가 요지부동인 탓이다.

지난 설에는 24일 전, 지난해 추석에는 23일 전에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조정이 이뤄진 바 있다. 이에 비춰봤을 때 늦어도 93일까지는 결론이 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청탁금지법 상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범위 한시적 조정이 지난해 권익위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될 만큼 이로 인한 긍정적인 파급력은 이미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여러 차례 농축산물 선물가액 상향 조정을 통해 사회적 동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고, 이 같은 조치가 법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농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증명해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 담양·함평·영광·장성) 10인의 국회의원이 발의,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청탁금지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 같은 농업계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 데서 시작된 것이라며 다시 한번 국민적 관심과 권익위의 적극적 움직임을 호소했다.

이렇게 가다간 우리 농축수산물이 명절 선물, 차례상까지 외국 농축수산물에 자리를 내주게 되는 불행한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올해도 과수 농가들은 냉해, 과수화상병, 우박 등으로 많이 힘든 상황인데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 농업인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였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개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법률안은 설·추석 명절 이전 30일부터 종료 후 7일 이내의 의례적 선물의 경우 농축수산물에 한해 20만 원 한도 내에서 부정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예외로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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