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동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농지은행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이일동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농지은행부장
이일동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 농지은행부장

전남 나주에서 벼농사와 함께 젖소를 기르고 있는 나모 씨(38)는 젖소 사육 규모를 늘리기 위해 축사를 신축하고 농기계를 구입하면서 5억 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됐다.

부푼 기대와 달리 젖소 사육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료값은 날로 상승하는 반면 전염병에 감염된 젖소가 발생하면서 소득이 급격히 줄었다. 생활비는 생활비대로, 은행이자는 이자대로 빚이 점점 늘어가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우연히 경영회생사업 안내 현수막을 보고 한국농어촌공사에 연락하게 됐고 경영회생지원사업 상담 후 지원자금을 받아 빚을 갚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고한다.

최근 나 씨 농장에선 젖소들을 위해 항상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나 씨의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부채를 상환한 뒤 마음이 가벼워져서인지 젖소들도 건강히 잘 자라고 유기축산물인증도 받아 인근 로컬푸드매장으로 판로를 넓히면서 축사경영이 안정화되고 있다.

현재 나 씨는 5년 안에 매도했던 축사와 농지를 환매할 계획을 세우고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다. 농업은 비, 바람, 온도 그리고 24절기의 변화 등 계절의 변화와 하늘의 순리에 절대 의존하고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큰 축산 농가의 경우 농가 경영규모 확대에 따른 위험으로 인해 농가 부채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가 부채는 3759만 원으로 전년대비 5.2% 증가해 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경영에 있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재해, 전염병, 판로문제 등 다양한 위기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있다면 농업인들이 빚에 허덕이지 않고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 농가에게 버팀목이 돼주고 있는 농어촌공사의 경영회생지원사업은 자연재해, 부채 등으로 일시적 경영 위기에 처한 농가의 농지를 농어촌공사가 매입하고 해당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단순히 부채만 청산해주는 것이 아니라 농가가 부채를 상환한 뒤에도 영농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다. 원 소유자에게 매입액의 1% 이내 임대료로 최대 10년간 해당 농지를 임대해주고 있으며 임대기간 중 언제든지 다시 매입할 수 있는 환매권도 우선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또 지원농가의 환매 부담 완화를 위해 매도 농지의 부분환매와 분할 상환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부채가 4000만 원 이상이면서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40%이상이거나 최근 3년 이내 농업재해로 인한 피해율이 50%이상인 농업인 혹은 농업법인이며 농지는 물론 축사 등의 농업용 시설도 지원이 가능하다.

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영회생지원사업에 총 5429억 원을 투입, 위기에 처한 2240농가를 지원했다. 이 중 현재까지 환매기한이 만료된 1222농가의 약 95%(1166농가)가 농지를 되찾아 재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매기한 도래를 앞둔 농가에 대해선 향후 환매를 통해 농지를 되찾아 갈 수 있도록 환매 활성화 교육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농가 재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남도 내 연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고소득 농가는 5547호로 조사됐다. 이러한 강소농의 성공사례를 보면 숱하게 찾아오는 경영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거울삼아 재기해 현재의 성공스토리를 일궈낸 공통점이 있다. 한 번의 실패로 주저 앉지 않도록 위기 농가의 희망사다리가 돼주는 농어촌공사의 경영회생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강소농들이 증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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