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삶의 질과 소득 낮아
청년 유입 기대하기 힘든 상황

공익적 기능 감안해
체계적인 지원 근거 마련돼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마라도에는 '대한민국최남단'이라 적힌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마라도에는 '대한민국최남단'이라 적힌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금강산 육로관광의 시발점이자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제진검문소. 동해 최북단 접경지역인 명파리는 민간인통제선인 제진검문소 바로 앞에 위치한 마을로 현재 거주하는 주민은 300여 명 남짓이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됐을 당시 ‘불야성’을 방불케했지만 지금은 폐허와 쓸쓸한 모습으로 남겨졌다.

실향민의 고향인 교동도. 시간이 멈춘 섬으로 불리던 교동도는 2014년 7월 교동대교 개통으로 도심의 시간과 동화돼 흘러가게 됐지만 연륙 이후 오히려 인구가 감소세에 있다. 다리가 놓이며 교동도 주민들은 강화도에 더욱 의존하게 됐고 타지로 이주하는 젊은 세대가 급증했다.

국토의 끝섬인 가거도의 지역경제는 방파제 공사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1979년부터 방파제 공사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방파제 공사가 끝나면 공사를 위한 인력이 이탈하게 되고, 이는 곧 가거도 지역경제를 무너뜨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라도는 관광객에 의존하는 지역으로 보호구역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보호구역’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섬을 둘러싼 바다환경이 악화되면서 지역 내 수산물 생산이 급감, ‘마라도 해녀는 조업 없는 날도 뭍(제주본섬)에 가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연안어촌인 여호마을은 주민의 58%가 65세 이상의 고령이다. 국가어항이 존재하지만 지역소멸지수는 0.023에 머무른다. 통상적으로 지역소멸지수가 0.2 이하일 경우 ‘소멸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으로 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은 우리 국토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국토외곽지역’이다. 육지의 관점으로 볼때는 ‘끝’에 해당하지만 해양의 관점에서는 우리나라가 시작되는 관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는 우리 국토의 시작이자 끝인 국토외곽지역에서 더욱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토외곽지역 중 동지역을 제외한 267개 읍면지역의 인구는 지난해 말 174만4208명으로 고령화율은 27.74%다. 이는 지난해 말 국내 전체 고령화율인 15.7%의 2배에 근접한다. 또한 267개 읍면지역의 지역소멸지수는 0.295로 소멸 고위험군에 근접하고 있다.

국토외곽지역은 지역에 따라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새로운 사람의 유입이 거의 없으며 인구를 재생산할 능력도 부족하다. 또한 의료, 교육, 문화·여가 등 기본적인 삶의 질도 낮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소득마저 높지 않아 청년들의 유입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국토외곽지역이 처한 소멸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는 천문학적인 비용의 청구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국토외곽지역의 소멸을 막기 위한 보다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어항연구실장은 “국토외곽지역의 소멸은 위기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국토외곽지역이 가진 공익적 기능 등을 감안해 이들 지역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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