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프리미엄 세트 매출 두드러져
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매출
와인·주류 44%·농산물 27.8% 증가
가락시장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출하·판매 피해 극심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이마트 성수점에서 왕특과 제수용 사과를 소개하는 모습.
이마트 성수점에서 왕특과 제수용 사과를 소개하는 모습.

코로나19 장기화로 추석을 준비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지난 7월부터 사전예약판매부터 시작됐다.

대형유통업체 대부분의 선물세트 판매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백화점의 경우 추석 본 판매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이와 달리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을 대표하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지이달 초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늘면서 추석 성수기 선물세트 판매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이 선물 받은 가공식품을 중고로 다시 판매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대형유통업체와 가락시장의 올해 추석 결산을 살펴봤다.  

롯데백화점에서 QR코드를 활용한 비대면 셀프 구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에서 QR코드를 활용한 비대면 셀프 구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 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판매 성장 주목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13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와인·주류가 44.8%나 신장했으며 농산물은 27.8%, 수산물은 11.2%, 건강·차는 11.8% 상승했다.

비대면 명절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마음만이라도 전달하기 위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면서 20만~30만 원 상당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매출은 34.9%나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17.3% 늘었다. 건강상품 부류가 42.1%로 가장 큰 신장폭을 보였으며 청과 21.4%, 주류 19.1%의 신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막바지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 성공했다. 

막바지 명절 선물을 구매하고 당일 급하게 배송이 필요한 고객의 편의를 위해 당일 배송 서비스인 ‘바로배송’을 명절 연휴기간 수도권 전점에서 운영한 것이다.

또한 QR코드를 활용한 비대면 셀프 구매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의 편의성을 강화했다. 코로나19에 따라 많은 고객들이 보다 안전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비대면 쇼핑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전일호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식품팀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으로 이번 추석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명절 선물세트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8.5% 증가했다. 이 중 과일부문이 37.4%, 와인은 36.7%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도 7개 점포에서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0일까지 선물세트를 구매하면 당일에 배송해주는 ‘명절 임박 배송 서비스’를 운영했다.

백화점의 두 자릿수 성장과 달리 대형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한 자릿수 성장에 불과했다. 이마트의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판매실적은 6.4% 증가했다. 과일세트 중에서는 사과 대비 상대적으로 작황이 양호했던 배 선물세트의 매출이 17.8%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대면 명절로 20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며 “앞으로도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지난 7월 29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5.6% 늘었다. 주류 매출이 50.5% 증가했으며 건식품 9.7%, 수산 10.4%, 과일 7%의 신장세를 보였다.

추석 성수기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장에서 과일경매가 진행 중이다.
추석 성수기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장에서 과일경매가 진행 중이다.

# 코로나19가 덮친 가락시장… 출하도, 판매도 적신호

가락시장은 추석 성수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9일부터 과일, 과채류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중앙청과(주)의 거래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거래 중도매인들의 확진 사례가 급증하면서 경매를 중단해야 했고 추석 전에는 정가·수의매매 외에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청과와 거래하던 출하자들은 가락시장 내 다른 도매시장법인으로 출하하거나 다른 도매시장으로 출하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가락시장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휴장일이 당초보다 이틀 앞당겨졌다. 출하선 변경과 앞당겨진 추석 휴장일로 수취가격이 하락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강원 춘천에서 과채류를 재배해 중앙청과로 출하하는 한 농업인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석 성수기 출하했던 농산물 가격이 예상보다 20% 이상 낮아 농가 입장에서는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며 “산지 주변의 도매시장보다 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생산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안동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다른 농업인도 “기존에는 분산 출하를 하다가 중앙청과의 얘기를 듣고 다른 도매시장으로 출하했는데 가격은 형편없었다”며 “주변의 다른 농업인들도 가락시장의 나머지 도매법인에서 반입량을 처리하는 게 한계가 있는지 수취가격이 낮았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고길석 중앙청과 이사는 “가락시장 내에서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망을 논할 수 없는 단계”라며 “출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석 성수기 정신없이 돌아가야 하는 가락시장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고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가락시장에서 20년 넘게 과일 소매 직판을 하고 있는 이 모씨는 “평년에는 명절 직전 선물세트를 구매하기 위해 가락시장을 찾던 소비자들을 확진자 발생 보도 후 찾아볼 수 없다”며 “하루 한 상자를 못 팔고 퇴근한 날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중도매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시민들이 가락시장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택배업체까지 기존에 예약받은 물량 외에 추가적인 발주는 어렵다고 밝히면서 대부분의 중도매인 점포 내 과일선물세트 재고가 산적해 있다.

동화청과와 한국청과의 경우 중앙청과의 경매 중단으로 과일, 과채 출하량이 평년보다 급증해 주거래 중도매인들이 경락받은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데 팔 수 있는 경로가 한정돼 있었던 것이다.

가락시장 중도매인 관계자는 “택배로 선물세트 물량을 조금이라도 소진하기 위해 택배업체에 추가 배송을 부탁했지만 업체는 인력 문제로 어렵다고 했다”며 “중도매인 개개인이 물량을 소진하려 했지만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중고사이트선 인터넷보다 싸게 파는 선물세트

올 추석에는 그동안 흔치 않았던 수 백개의 미개봉 선물세트 등을 인터넷보다 싸게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는 추석이 지난 지금까지 햄류를 비롯해 식용유 등을 판매한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인터넷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판매자들은 서울시 내 지역에 상관없이 폭넓게 분포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글을 올린 판매자에게 판매 이유를 묻자 본인이 좋아하는 선물세트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강북구의 또 다른 선물세트 판매자는 “집에 두면 먹지 않아서 용돈이라도 벌려고 내놨다”며 “직장이나 주변의 지인을 통해 받은 가공식품 선물세트가 많다”고 밝혔다.

판매자가 선물세트 가격을 최대한 내리면 이를 이용해 다량으로 구매했다가 한참 뒤에 판매하는 판매자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절에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불필요하고 잘 먹지 않는 선물세트를 집에 쌓아놓기 싫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를 악용해 흥정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내린 후 시간이 일정 기간 지난 후에 소포장이나 묶음 단위로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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