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없는 인생은 재미없죠 … 자연과 즐거움 만끽하는 농장 만들고파

원종현 원가네 햇촌농원 대표를 만난 사람들은 그가 ‘태생부터 산골출신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그만큼 산에 잘 어울리고 산촌생활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올 법한 자유분방하고 야성미 넘치는 외모에 사람들은 또 한번 오해하지만 기실 그는 인천에서 낳고 자란 소위 ‘도시남자’이다. 
 

동업자였던 아버지조차 포기하고 인천으로 돌아갔지만 원 대표는 포기할 수 없었다.
 

‘망하더라도 끝은 보자’고 생각했다.

그 집요함이 지금의 원가네 햇촌농원을 만들어냈다. 
 

밤에 살고 밤에 죽는, 밤에 모든 것을 건 유쾌한 남자, 원 대표를 만나러 공주로 가 보자.

 

#첫 해 수익 200만 원, 하지만 ‘포기는 없다’
 

인천에서 낳고 자라 생물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원종현 씨는 군대 전역 후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앵무새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자금을 모았다. 
 

“1000만 원쯤 모였을까. 밤농장을 하던 지인이 아버지에게 밤농장 운영을 권유했습니다. 아버지가 함께 해보자고 하셔서 모아놓은 돈을 투자해서 지인의 임야 9900㎡(6000평)을 임대했습니다.”
 

2017년 9월 자동차에 텐트와 버너를 챙겨 공주로 내려왔다. 공주로 내려온 다음 날부터 밤이 떨어졌다. 도시남자였던 원 대표는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많은 밤을 주워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근데 그게 다더라구요. 첫해에 밤을 주워서 순이익으로 남은 돈이 200만 원 정도였습니다. 1년 수익이 200만 원이란 사실에 아버지가 많이 실망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인천으로 올라가시고 저만 공주에 남았습니다.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진 것 같아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한번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작은 텐트에서 생활하며 극한의 고생이 시작됐다. 화장실도 전기도 물도 아무것도 없었다. 씻으려면 계곡으로 갔고 간혹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논두렁에서 씻은 적도 있다. 그야말로 ‘자연인’의 삶이었다. 핸드폰 충전도 여의치 않았던 텐트 생활에서 익힌 삶의 지혜로 폐가를 사서 개보수를 시작했다. 폐가 개보수를 완료하고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해 핸드폰을 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도시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당연히 누리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농장을 시작하면서는 모든 것이 저의 노력으로 이뤄져야 하고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록 첫해에 적은 수익을 거뒀지만 노력하면 수익도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밤농사에 더욱 매달렸습니다.”

 

#임업인으로 첫 발을 딛다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원 대표의 성격은 밤농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임대한 산에서 밤농사를 익힌 원 대표는 본격적인 밤농장 매입에 나섰다.  
 

“농업과 임업을 분리하고 임업인에게는 지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임업을 하는 선배들을 수소문해서 찾아내고 임야를 매입하는 노하우 등을 익혔습니다.”
 

매물을 찾아 이곳 저곳을 다니기를 수개월 때 지금의 농장터를 발견하고 산림청 임업후계자 신청을 통해 저리로 대출을 받아 6만720㎡(1만8400평)의 산을 샀다.
 

“산에서도 무궁무진한 자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밤 재배 기술을 익히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공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밤이 특산물이라서 교육을 정말 많이 해줬어요. 주변 농가들에게도 묻고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공주에서 산속 생활을 하는 20대의 청년에게 외로움이 찾아왔다.
 

“함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거기서 지역의 4H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젊은 청년농업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점차 산골생활에 익숙해지고 농업에 대한 정보도 많이 체득했다는 그는 산골에서 사는 것이 몸에 꼭 맞는 옷을 걸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외로울 때도 많았지만 좋아하는 지금은 산에서 있는 것이 더 안정되고 편한 것 같습니다. 낳고 자란 인천에 가도 답답해서 ‘빨리 농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 건강한 밤을 만나는 원가네 햇촌농원

밤 농사가 제법 무르익었을 즈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산에서 사는 원 대표의 모습을 보여주고 도시 사람들에게 산골의 생활을 알려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블로그를 통해 네 팀이 체험을 신청했는데 밤을 주우러 먼 곳에서 찾아온 체험객들이 ‘내년에 또 올게요’ 하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산이 예쁘게 생겼다고 칭찬을 하는데 제가 받아본 칭찬 중 제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밤 체험을 제대로 시작했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자기처럼 자연과 동물을 잘 모르고 사는 도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체험을 시켜주려고 동물들도 하나 둘 늘렸다.
 

강아지와 거위를 키우면서 새장도 들였다. 동물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원 대표가 힐링이 됐다. 
 

“아이들이 체험을 하는 곳이니만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초제를 사용하면 제 몸은 편하겠지만 수확물의 건강함은 선물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원가네 햇촌농원 밤은 수확 후 약품처리도 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밤을 만날 수 있는 농원입니다.”

매일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는 원 대표는 밤 체험을 오는 체험객들이 지난 번보다 더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에 힘을 얻는다.
 

“도전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가 없죠. 도시민들이 힐링하고 아이들이 자연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가네 햇촌농원을 찾는 분들은 자연을 만끽하고 즐거움만 챙겨가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특별인터뷰] 양현직 공주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과 지도사 

“원 대표는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존경스러운 청년농업인입니다. 원 대표 외에도 열정으로 가득 찬 많은 공주시 청년농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청년으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청년농업인의 열정에 따라주지 못하는 제반 여건을 볼 때 많이 속상하죠.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열정과 생각을 펼치지 못하고 금전적으로 힘들어하시는 청년농업인들을 보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공주시를 넘어 대한민국의 청년농업인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부진 체격에 세련된 외모의 양 지도사는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건내며 청년농업인들과 대화를 섞는다. 충남태생이라는 양 지도사는 공주의 청년농업인들이 모두 형이고 동생같다고 한다.
 

“공주시 농업기술센터는 2019년 충남 최초로 청년농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청년농업인의 안정정착과 지속가능한 지원 기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72명의 청년 농업인들이 영농4-H에 가입해 농촌의 밝은 미래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주시농업기술센터는 시설구축 등 영농기반 조성사업을 통해 선발된 38명의 청년후계농들에게 매달 80만~100만 원씩 최장 3년간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초기 영농 청년농업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드론자격증 취득, 용접교육 등 다양한 역량강화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이 매우 다양합니다. 지역의 청년농업인들이 어렵겠지만 관행적 농업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아이디어의 공유와 확대를 통해 독자적인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6차산업으로 나가는 것이 최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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