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명예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내 쿼터제, 생산기반 위축 역기능 우려

-쿼터제 한계 극복하고 생산자 스스로

-우유 생산·거래 자율적 수행 제도 수립

-생산기반 축소하지 않는 지속가능 가능

 

국내 낙농산업은 인구절벽, 각종 환경 규제, 유제품 시장개방, 높은 우유생산비, 유제품의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인하여 갈수록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낙농산업이 제도의 산물이라면 미국의 낙농제도를 잠깐 들여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국 전역에는 총 11개의 광역 낙농지구대가 있고, 4만3000가구에서 9500만 톤의 우유가 년간 생산되니 우리나라보다 45배쯤 크다.

캘리포니아주(CA)를 제외하고 10개 지역은 연방우유유통법(FMMO)이 시행된다. 이 법령은 원유의 용도별차등가격제와 풀링(pooling) 방식에 의한 유대 산정방식이 그 핵심이다. 

첫째로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보자. 미국산 원유는 가공 용도에 따라서 4개 등급(class)으로 나눈다. 등급1은 음용유, 등급 2는 아이스크림 및 요구르트, 등급 3은 치즈·유청/유장분말, 등급 4는 탈지분유 및 버터용이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주는 등급 4를 4a와 4b로 세분하므로 5개 등급이 있다. 각 등급별로 정부가 매달 산정하는 최저가격이 있는데 생산자와 수요자간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원유가격은 최저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적용할 수 없다.

둘째로 풀링제에 의한 유대 산정방식이다. 신선한 음용유를 생산하는 유업체와 계약한 농가는 치즈나 분유와 같은 유제품을 생산하는 유업체에 원유를 공급하는 농가보다 유대를 더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낙농가간 소득 격차가 생기는데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고자 만든 제도가 바로 풀링제이다. 풀링제에 의한 생산가격 산출공식에는 유단백 함량, 유지방 함량, 체세포수 조정율 등이 반영된다.

유업체가 등급별로 사용한 원유량과 등급별 원유가격을 가중평균하여 단가(weighted average price)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FMMO가 시행되는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쿼터제도가 없다.

오직 캘리포니아주만 유일하게 쿼터제가 남아있지만 현재 폐지 논쟁이 뜨겁다. 풀링제를 따르면 원유 단가가 낮아지므로 이 제도를 수용하되 원유가격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으로서 캘리포니아주에서 쿼터제도가 도입됐다.

농가별로 등급 1 원유공급량을 기준으로 쿼터가 부여되고, 프레미엄 가격을 지급할 수 있는 구간이 설정된다. 낙농가의 쿼터는 매매가 가능하지만 프레미엄(웃돈) 구간과 관련된 권한이다. 요컨대 미국 쿼터제도는 우유수급조절이 목표가 결코 아니다.

국내에서 연간 생산된 약 205만 톤 원유 중 170만 톤 가량이 미국의 클래스(Class) 1에 해당하는 음용유로 소비된다.

음용유용으로 생산된 고품질 원유로 치즈나 버터를 제조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낭비적인 요소가 크다. 현행 고품질 우유 생산을 위한 기준을 용도별로 수정한다면 kg당 800원에 이르는 높은 원유 생산비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우유수급조절 목적으로 도입한 우리의 현행 쿼터제는 이제 순기능보다는 생산기반 위축이라는 역기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 주도의 ‘낙농산업발전위원회’의 발족을 계기로 현행 수급조절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기반의 안정적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논의가 뜨겁다.

쿼터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자 스스로 우유 생산과 거래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한다면 생산기반을 축소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낙농도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낙농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낙농가의 수익이 감소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의 낙농 현실에 맞는 중·장기적 정책을 꼭 마련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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