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외국인 선원 인권증진권고, 쟁점은
내국인선원은 휴어기·금어기 감안해 단기 근로계약 설정하는 반면
외국인 선원은 해당기간 포함
조업없는 금어기에도 임금은 100% 지급
인권단체 측 일방적 주장만 반영
외국인 선원 인권빌미로 피해는 수산인들의 몫

 

국가인권위원회가 외국인선원 모집과정의 공공성 강화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한데 대해 수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인권위는 선원 이주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송출비용과 임금차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송출입절차의 공공성 강화, 선원 최저임금의 차별적 조항 시정,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근로감독 강화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 권고안의 세부내용과 이에 대한 수산업계의 입장에 대해 살펴본다.

# 늘어나는 외국인선원,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도 임금은 ‘차별’

인권위는 수산업·어촌분야의 외국인 선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선원들은 장시간의 고강도 노동에도 차별적인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어선과 상선 등에 고용된 선원은 총 6만340명으로 이중 외국인 선원은 전체의 44%에 달하는 2만6775명이었다. 국내 선원중 한국인 선원이 매년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향후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외국인 선원의 처우가 열악하다. 인권위의 현장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이 모집·고용되는 과정에서 보증금이 포함된 고액의 송출비용을 요구하고 있어 외국인 선원의 대다수가 많은 빚을 진 채로 국내 어선에 승선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선원은 하루 14시간 이상 쉬지 못하고 휴일없이 일하지만 외국인 선원이 받는 임금은 한국인 선원에 비해 현저하게 낮으며 임금을 매달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거나 임금체불까지 발생한 경우도 있다. 더불어 욕설과 폭행 등 인권침해와 식수·생활공간 사용 등에서 차별을 겪어도 송입업체의 이탈방지책에 의해 배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사회와 비정부기구(NGO) 등은 외국인 선원의 이같은 상황이 ‘강제 노동’ 또는 ‘채무에 의한 구속’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 인권증진·차별철폐 권고

인권위는 해수부 장관에게 외국인선원의 인권증진과 차별철폐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선원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휴식시간 기준과 합리적 근로조건이 법률에 의해 보장받도록 관계법령을 정비하도록 지적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어선원노동협약(C.188) 비준을 추진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과 외국인 선원의 모집과 고용절차를 공공기관에서 전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선원법을 개정, 외국인 선원의 차별금지와 동등대우 원칙을 법적으로 명시할 것과 선원최저임금고시 적용특례의 삭제, 선원법 57조에 따른 생산수당에서 외국인 선원이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할 것도 권고했다. 더불어 임금유보와 임금체불, 여권 등 신분증 압수관행, 숙소내 감시와 외출금지 등 인권침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선원근로감독이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이뤄지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할 것과 외국인선원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권리구제절차를 강화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권고안에 대해 NGO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김종철 공익법센터어필 변호사는 “인권위의 결정문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최저임금에 있어서 내국인 선원과의 차별철폐와 송출비용 문제 해결, 송출입과정의 공공성 확보 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송출입과정의 공공성문제는 이미 고용허가제라는 제도하에서 정부대 정부가 송출입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모델이 있는 만큼 이같은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산업계, “현실 외면한 탁상공론”

수산업계는 인권위의 차별시정 권고가 어업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연근해 어선의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182만 원으로 숙식비 무상제공 등을 고려하면 이미 내국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국적’ 등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인권단체 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반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게 수협 측의 지적이다. 특히 임금 외에도 숙식무상제공, 체류기간 고용안정 등 복리후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금 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권고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내국인선원의 경우는 휴어기나 금어기를 감안해 단기 근로계약을 설정하는 특성이 있는 반면 외국인 선원은 해당기간을 포함한 근로계약을 맺어 고용안정을 보장해주고 이탈이나 불법체류를 방지하는 사회적 효과를 달성하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 같은 무리한 권고로 인해 최근 더욱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인건비 문제로 부담이 큰 어가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며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 수준의 정책이 수행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역시 인권위의 권고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수연은 지난 7일 발표한 ‘외국인 선원 인권빌미로 피해는 오로지 수산인들의 몫’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국내 연근해어선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선원의 조업일수는 월 평균 20일 전후이며 기상악화 시 숙소에서 수일간 대기하는 일이 빈번하고 금어기에는 조업자체가 없지만 임금은 100% 지급되고 있다”며 “여기에 외국인 선원에 대한 숙박시설과 식사는 고용업체가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외국인 선원이 계약기간을 종료하고 귀국할 경우에는 항공비와 출국시간까지의 숙식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연은 이어 “OECD 국가의 외국인 선원의 근무환경·근로조건·임금수준 등을 비교했을 때 우리 연근해어선이 비교적 높은 조건으로 평가되고 사회적인 혜택 또한 우리가 높은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외국인 선원들이 이런 어촌현실을 이용해 태업, 협박, 막무가내 떼쓰기, 인권단체를 활용한 업무방해 등 괴롭힘을 하고 있음에도 외국인 인력이 적은 상황에 손 쓸 방도가 없는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