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호우·지진 대비 기반시설 유지 기술 개발…저수지 안전관리 '만전'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농업용 저수지의 노후화가 심각해 지고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시 되고 있다. 사진은 저수지 제방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월류유도수로 규모결정 모형실험 모습.
농업용 저수지의 노후화가 심각해 지고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시 되고 있다. 사진은 저수지 제방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월류유도수로 규모결정 모형실험 모습.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와 그에 따른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봄철에는 가뭄이,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폭염이, 가을철에는 태풍이 반복되면서 농업인들의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만 해도 세 차례의 태풍과 56일간의 최장 기간을 기록한 장마 등으로 농작물 20만4000ha, 농업시설 426ha, 수리시설 1151개소에 피해가 발생하였고, 산사태로 인해 인명피해도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렇다 보니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인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도시민과 농업인 등 26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식품 분야의 가장 큰 이슈로 농업인의 61.3%가 ‘자연재해’를 꼽았다. 도시민 역시 두 번째로 ‘자연재해’를 꼽아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피해가 비단 농업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 폭우나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 농업인들이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농업을 영위하도록 하는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 빈번한 자연재난에 농업기반시설 관리 중요시
 

농사에 가장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물 즉 농업용수다. 전체 수자원 이용량 중 농업용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41%에 달한다. 이 농업용수는 저수지, 취입보, 양배수장 등 각종 농업기반시설을 통해 안정적으로 농지에 공급된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농업기반시설의 체계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특히 농업용 저수지의 경우 제방이 집중호우로 인해 물이 넘치는 월류나 누수 등으로 인해 붕괴 시 주변지역은 물론 하류지역에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적, 산업적 피해를 야기시킨다. 
 

실제 국내에서는 최근까지 대규모 댐이 붕괴된 사례는 없지만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해 소규모의 소류지나 농업용 저수지가 붕괴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국내 농업용 저수지 10개 중 8개가 50년 이상 경과된 노후화된 저수지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발간된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2019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1만7147개 저수지 중 50년 이상된 저수지는 1만4703개소로 8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의 75%가, 시·군 관리 저수지의 88%가 50년 이상 경과됐다. 기상이변, 지진 등 자연재해 발생에 따른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대부분 흙댐으로 건설된 농업용저수지 제방은 물이 넘쳐서 흐르는 월류와 누수에 취약성을 갖는 농업기반시설물이어서 제방 붕괴로 인한 피해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농업용 저수지 관리계획 마련 과학적·체계적 관리 나서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태풍, 호우, 지진 등 재해에도 안전하게 저수지를 관리하기 위한 ‘제1차 농업용 저수지 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3400개소에 대한 향후 2025년까지의 유지관리와 보수·보강 등 성능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농업용 저수지 관리계획은 △태풍, 호우, 지진 등 대형 재해에도 대처 가능한 저수지 구축 △안전 점검·진단 등 평상시 안전관리 수준 상향 △ICT 기반 과학적·체계적 관리 정착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농식품부는 농업기반·재해대응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농업용수 부족, 침수피해, 홍수·지진으로 인한 농업용 저수지 붕괴 등 농업재해 대응 기술과 농업용수·농업기반시설의 유지관리 효율화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농업기반·재해대응 R&D 우수 사례] 농업용 저수지 제체 붕괴 방지 기술 개발  

국내 농업용 저수지의 노후화가 심각해 지면서 기상이변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 발생 시 구조적 취약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저수지 붕괴는 대부분 홍수발생에 의한 사고였지만 일부는 수압에 의해 물이 스며 나오고 하류단 침식이 확대되는 ‘파이핑’ 등 내부 침식에 의한 붕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은 김용성 강원대 교수·이달원 충남대 교수·김성필 서울대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함께 농식품부가 추진 중인 ‘농업기반·재해대응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업용 저수지 제체 붕괴 방지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완료했다.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월류 붕괴방지 기술과 내부 침식 방지 기술이다.
 

월류 붕괴방지 기술은 집중호우로 인한 저수지 수위의 급속한 상승으로 제방 위로 물이 넘칠 위험성이 높은 저수지에서 비상수로(월류유도수로) 크기를 결정하는 기술로, 물넘이에서 처리할 수 없는 방류량을 일시에 효과적으로 처리해 저수지 제방 전체가 붕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노후화된 농업용 저수지 제방은 내부로 흐르는 물에 의해 흙이 침식돼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부분 저수지 제방 하류사면에 모래를 사용해 수평·경사드레인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배수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투수성이 양호한 양질의 모래를 사용해야 하나 하천모래 고갈과 바다모래 채취 금지로 수급이 어려울뿐더러 이 같은 시공방식은 필터 간격과 필터 갯수의 증가로 비용 증가를 초래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내부 침식 방지 기술은 토목섬유로 감싼 쇄석을 활용한 드레인 공법으로 쇄석을 수평·경사드레인에 설치하고 옹벽을 저수지 제방 하류사면에 설치해 흙의 유실방지와 배수효과 증진은 물론 재료 취득의 어려움을 한번에 해결했다. 실제 이 기술은 모형실험을 통해 저수지 하류사면 침식과 세굴 억제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개발을 통해 농업용 저수지 붕괴 사고 방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농업기반시설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자가 말하는 R&D] 허 준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연구원

“정부의 농업기반·재해대응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농업용 저수지의 붕괴원인과 사례, 저수지 시설물의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취약부 분석 자료와 월류·누수로 인한 농업용 저수지 제체 변형·파괴 형상의 자료를 축적하게 됐다. 이 자료는 농업용 저수지 안전점검·진단과정에서 취약부 점검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 월류·누수로 인한 저수지 붕괴방지 기술은 농업기반시설물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저감과 사전 예방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의 축소와 연구인력 채용 계획을 축소할 전망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에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기관부담연구개발비 부담 완화 조치의 계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며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공기업에도 적용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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