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뒷받침 안된 정책은 공염불
농업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마련돼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기후위기까지 농업·농촌을 둘러싼 현안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숙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현재 우리 농업·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여성농업인의 권익보호와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에서 나아가 여성농업인의 주도적 참여로 농업·농촌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는 이 회장을 만나봤다.

Q. 현재 우리 농업·농촌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수확기가 되면서 일할 사람이 없어 하우스를 닫고 작물을 그대로 죽여 버리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로 농촌의 인력난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고령농들이 근근히 농업과 농촌을 지켜나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마저 부족해지고 있다.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설혹 외국인 근로자를 구한다고 해도 논이나 밭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힘든 일을 기피한다거나 보수를 조금 더 준다는 이유로 말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 사라져 버리는 일이 빈번해 농심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력이 부족해 인건비가 올라 생산비 등 투입비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폭락하기 일쑤여서 농가의 소득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사 지어서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니 농촌을 떠나고, 농촌의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Q.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농업·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농업인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농정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농업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농업인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부분에서의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의 예를 들자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고된 농작업을 지속하면서 얻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편성된 예산은 현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청년농업인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농업·농촌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며 귀농이나 창농을 하지만 교육 여건이 부족하고, 정작 농사 지을 땅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결책은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하나 하나 풀어나가는 방법뿐이다.”

Q. 현재 농업·농촌 정책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우선 예산을 짚지 않을 수 없다. 매년 줄어드는 국가 전체 대비 농업분야 예산 비중은 ‘농업홀대’라는 말이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한 만큼 농업분야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 다음으로 교육의 문제가 제기된다. 농업인을 위한 교육과 문화 활동 기회 등이 부족하다. 교육이 준비돼 있더라도 농업인이 활용하지 못한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교육 홍보와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대국민 홍보도 요구된다. 농업·농촌의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나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 홍보와 더불어 도·농 간 거리를 좁혀 나갈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고령농이나 여성농업인이 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농기계와 농자재가 보급되기 위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또 청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농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스마트팜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농업 환경이 확대돼야 한다. 농업은 고되고, 힘든 것에서 돈이 되는 희망의 산업으로 바꿔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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