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지태 경남도의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자본주의 시장의 가격 결정은 수요와 공급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적정한 가격형성을 위해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각자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

공급의 과잉 경쟁이 가격폭락을 낳는 요인이라면 수요의 독점 또한 가격폭락을 낳는 심각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은 어떠한가?

공영도매시장에는 생산자의 공급 경쟁은 있으나 구매조직은 경매제도 독점 구조다. 

얼마 전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오징어게임'을 보았다.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전반적인 모순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나라 공영도매시장의 모순구조가 오징어게임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도매시장법인은 가면 뒤에 숨어 오징어 게임을 진행하는 게임 운용자와 닮아있다.

반면 공급자인 생산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의 여지없이 게임에 참가해야 하는 게임참가자들과 흡사하다. 

자세히 보면 현재의 경매제도 일변도의 공영도매시장은 경매사들끼리 경쟁을 하는 듯이 보이나 보이지 않는 카르텔에 의한 담합이 관행처럼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경쟁 없는 독점적 구조로 공영도매시장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승자독식을 넘어 독식승자가 돼버린 도매법인은 어떠한 혁신도 찾아볼 수 없다. 

거래 수단의 변화를 가져왔던 전자경매가 20년 전에 도입됐는데 그 이후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자동차가 전기차에서 자율주행차로 변모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AI(인공지능)가 눈부신 혁신을 일으키는 등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도매시장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다. 

이처럼 도매시장에서 변화와 혁신이 멈춰버린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초기 농안법은 소농을 보호하고 기준 가격을 발견하며 거래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지나친 규제로 인해 변화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도매시장 운영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 고유사무임에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행정입법으로 도매시장 운영 전반을 통제하며 유통주체 간 경쟁을 제한함으로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에서 도매시장 운영의 대부분 사항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도매법인의 경우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며 생존을 위한 고민보다는 매각해 차익을 누리고 빠지는 이른바 ‘먹튀’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중도매인 역시 국비를 들인 시설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내세우고 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에서 점포, 통로 면적 확대를 요구하고 있을 뿐 출하자, 구매자 등 도매시장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에서 농안법을 통해 도매시장 전체를 통제하려는 것은 4차 혁명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소농을 보호하고 거래의 룰을 공정하게 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간섭은 도매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고 결국에는 유통 변화에 둔감하게 반응해 외부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문화콘텐츠 뿐만 아니라 반도체, 2차 전지 등 신성장 사업이 한류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와 경쟁하고 있을 때 우리 도매시장은 정부의 규제 속에서 여전히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농안법 개정을 통해 경매법인과 적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제도보완 등 공영도매시장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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