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금지체장 군성숙체장 수준으로 높여야
소비자참여형 수산자원관리 위한 예산 대폭확대·적극적 캠페인 필요

총알오징어의 크기 확인을 위해 네이버쇼핑에서 기자가 직접 구매한 총알오징어 상품의 사진. 네이버쇼핑에 등록된 판매자가 판매한 총알오징어는 전부 금지체장인 15cm 전후였으며 해당 판매자의 상품 리뷰에는 총알오징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찾기 어려웠다.
총알오징어의 크기 확인을 위해 네이버쇼핑에서 기자가 직접 구매한 총알오징어 상품의 사진. 네이버쇼핑에 등록된 판매자가 판매한 총알오징어는 전부 금지체장인 15cm 전후였으며 해당 판매자의 상품 리뷰에는 총알오징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찾기 어려웠다.

 

정부가 어린 살오징어(총알오징어)의 생산·유통근절에 나섰지만 여전히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알오징어’는 성어가 되기 전의 살오징어, 즉 살오징어 미성어를 지칭하는 단어다. 살오징어는 단년생으로 부화후 3개월이면 9~12cm가 되고 5~6개월이 지나면 14~19cm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어’의 기준으로 삼는 군성숙체장은 개체 100마리 중 50마리가 산란을 할 수 있는 크기로 살오징어의 군성숙체장은 외투장 기준 19~20cm 수준이다.

하지만 현행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는 살오징어의 금지체장을 15cm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혼획비율을 20%를 허용하고 있어 자원회복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살오징어 금지체장이 15cm가 된 것은 어업현장의 수용성문제에서 기인한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살오징어 금지체장을 12cm로 신설했다. 12cm는 100마리의 개체 중 1마리가 산란을 할 수 있는 최소성숙체장 수준이다. 이후 급격하게 자원이 감소하며 해수부는 지난해 다시한번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개정, 금지체장을 15cm로 높였다. 당초 계획은 12cm의 금지체장을 군성숙 체장 수준인 19cm로 상향하려 했으나 어업현장의 반발로 우선 15cm까지 늘린 후 단계적으로 금지체장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문제는 살오징어 자원회복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살오징어 어획량은 2001년 22만5616톤에서 2003년 23만3254톤으로 늘어난 이후 꾸준히 감소, 지난해 5만6621톤을 기록했다. 20년 사이에 75% 가량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최근 5년의 감소속도가 더욱 심각한데, 2015년 15만5743톤이었던 오징어 어획량은 2018년 4만6274톤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5만6621톤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사이에 64%의 감소폭을 보인 것으로 해수부가 살오징어 금지체장을 보다 빠르게 높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명태나 말쥐치의 사례를 볼 때 현재 어업현장의 반발이나 어업인의 채산성을 고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분명하다. 노가리 포획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명태어획량이 급감, 강원도 일대의 황태덕장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됐다. 말쥐치는 1986년 어획량이 32만7516톤을 기록한 이후 빠르게 감소,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대부분 1000~2000톤 대의 어획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천포 등지에서 성업하던 쥐포공장은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이로 인한 피해도 심각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산자원의 감소폭이 심각할수록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징어는 단년생이기에 수온 등의 조건이 맞으면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자원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오징어 유생의 밀도가 높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린 오징어를 보호해 산란하는 오징어를 늘려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윤진 해수부 수산정책과 사무관은 “지난해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당시에는 살오징어 금지체장을 19cm로 강화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어업현장의 수용성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살오징어 금지체장이 올해 상향된 만큼 자원동향을 보려면 최소한 3년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해수부가 총알오징어의 생산·유통 근절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총알오징어의 유통 근절을 위해 주요 홈쇼핑 등 대형유통업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총알오징어’ 검색과 판매를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의 쇼핑 카테고리에서는 여전히 총알오징어를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알오징어 유통근절은 가장 큰 부분에서 구멍이 나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해수부가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수산자원에 대한 소비자 인식개선 등을 목적으로 소비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의 예산은 올해 8000만 원에 불과하며 내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제대로 된 캠페인을 운영하기에 빠듯한 예산이 내년에도 유지되는 것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정부의 수산자원관리규제는 어업현장의 강한 반발과 이로 인한 수용성 문제가 불거지는 반면 소비자들이 자원관리에 문제가 있는 수산물을 구매하지 않는 것은 이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확산이나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등을 감안할 때 소비자참여형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예산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비문화를 바꾸는 것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한번 형성된 문화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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