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통과 예의주시
전국적으로 24개 농어업회의소 운영
18개 설립 준비중
농어업인 대의조직·공적기구로 법적대표성 인정받고 위상에 걸맞는 권한·역할 부여위해 법제화 필요
해외 선진국은 법률로 농업회의소 구성·기능 명시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농어업계의 정치적 위상 확보, 농·어촌 주민 권익 대변 등을 위해 농정추진체계를 관 주도에서 농업인 참여 보장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어업회의소의 법제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농어업계의 정치적 위상 확보, 농·어촌 주민 권익 대변 등을 위해 농정추진체계를 관 주도에서 농업인 참여 보장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어업회의소의 법제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농어업인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로서 위상과 대표성을 보장하고 농어업인이 농어업·농어촌 정책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대등한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농어업회의소’.

2010년부터 정부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온 농어업회의소가 지난해 시행 10년을 기점으로 또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바로 민간단체가 아닌 공적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 위상에 걸맞는 대표성과 권한을 부여, 농어업인의 대의기구로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법제화다.

현재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은 신정훈·홍문표·위성곤·이개호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안과 정부 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논의 중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연내 국회를 통과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농어업회의소의 기능과 역할부터 법제화의 필요성까지 다각도로 살펴봤다.

# ‘농어업회의소’ 왜 필요한가

농어업회의소를 정의하자면 ‘농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민간 자율기구이자 공적 대의기구이자 국가의 법률과 제도로 대표성과 파트너십을 보장 받는 법적단체’라 말할 수 있다.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역시 설립·운영 목적을 ‘농어업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농어업인의 정책 참여를 활성화하며,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라고 명시해 놓았다.

농어업회의소가 주목받고 있는 데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대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관 주도의 농정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업이 갈수록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어업계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농어업인과 농·어촌 주민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농정추진체계를 관 주도에서 농업인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하며 그 시발점이 농어업회의소라는 목소리가 높다.

# 전국적으로 42개 농어업회의소 운영·설립 중

2010년부터 농어업회의소 설립이 정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이후 현재 광역단위 1개(충남), 기초단위 23개 등 전국적으로 24개의 농어업회의소가 운영 중이며, 18개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대부분 지원 조례를 제정해 농어업회의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돕고 있으며, 지자체 농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협치농정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농어업회의소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는 2010년 가장 먼저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2012년 3월 설립된 평창군농어업회의소가 있다.

평창군농어업회의소는 매년 읍·면순회 농업인간담회, 농업인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농업인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분과위원회 논의를 통해 대상 사업과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지자체와 농정협의회를 거쳐 다음해 지자체 사업과 예산에 농정과제를 반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정 관련 회의만 150여 차례, 참석한 인원만해도 4600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888건의 현장 의견을 수렴, 이중 내부 협의를 통해 360건을 지자체에 건의해 125건이 정책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장 농업인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농업계 자율 조정을 통해 지역 농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민관협치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충남농어업회의소 농정발전 토론회의 모습.
충남농어업회의소 농정발전 토론회의 모습.

 

# 농업인 10명중 7명 이상 법제화 필요성 인정

전국적으로 농어업회의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10년 이상을 임의단체로 활동하다보니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해 농어업인의 참여나 지역적 확산이 어렵다.

따라서 농어업인의 대의조직이자 공적기구로서 법적으로 대표성을 인정 받고 그 위상에 걸맞는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코리아리서치를 통해 지난 6월 7~18일 9개 도에 거주하고 있는 농어업인 1000명을 대상으로 농어업인 대표기구 설립과 관련한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 이상(77.1%)이 농어업회의소를 알고 있었으며, 농어업인 대표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86.3%에 달했다. 이와 관련 가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73.4%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82.8%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법제화 시 농업인단체와의 관계로는 ‘상호협력’(32.1%)이 필요하며, 필요한 지원으로는 정부 재정지원(44.8%), 회의소법 제정(39.4%), 지자체장 관심·지원(32.4%) 순으로 꼽혔다.

# ‘농어업회의소법’ 연내 국회 통과에 쏠리는 관심

하지만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는 그동안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무산되기 일쑤였다. 정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2010년 이후 여·야를 불문하고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신정훈·홍문표·위성곤·이개호 의원이 발의한 4개의 법률 제정안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와는 별도로 정부도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이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된바 있으며, 그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지난 8월 31일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입법안에는 △농어업인, 농어업인단체, 농·수협 및 산림조합 등의 농어업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대의기구로 농어업회의소 구성 △국가·지자체가 농어업회의소를 공식 농정 파트너로 인정 △국가가 법률로 농어업회의소의 대표성과 파트너십 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존 국회 발의안과 비교하면 목적이나 조직구성, 관할구역 등 전반적으로 내용이 유사하나 업무범위나 설립인가, 경비지원 등에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회와 정부, 농업계가 나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에 있어 마지막 법제화 시도이기도 하다.

이에 농어업회의소가 국회의 문턱을 넘어 협치농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할 수 있는 대의기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도 커지고 있다.

# 해외 선진국, 법률로 농업회의소 구성·기능 명시

해외 선진국은 일찍부터 법률로서 농업회의소의 구성과 기능을 명시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농업회의소다. 프랑스 농업회의소는 농업·농촌관계법을 모은 농촌법전과 농업기본법에 의거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1924년 제정된 농업회의소법에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농업의 이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자문을 행하는 법적 자문기구’로서 농업회의소를 규정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 관한 법률을 통해 농업회의소의 공공기관적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또 1960년 제정된 농업기본법에 정부와 지자체로 하여금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의무적으로 농업회의소의 자문을 구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프랑스 농업회의소는 94개 도농업회의소를 기초조직으로 연합체 성격의 21개 지역농업회의소와 중앙조직인 농업회의소 상설의회(APCA)가 구성·운영되고 있다. 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등을 상대로 농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자문 역할이나 농업인을 상대로 한 기술·경영 상담과 교육, 농촌관광 네트워크 관리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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