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지킴이 '쌀', 가치 재조명

[농수축산신문=박유신·이한태·박현렬·이문예 기자]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는 쌀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많이 바꿔 놓았다.

국민의 주식인 쌀이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지킴이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됐으며, 소비 트랜드 변화에 맞게 맛 좋고 영양가 높은 고품질 쌀에 대한 관심과 요구도 늘고 있다.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쌀에 대한 가치와 소비행태의 변화, 쌀 소비 확대를 위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다양한 쌀가공식품 개발 통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홍보를
  강승규 씨(서울, 직장인)

평일에는 출근을 하기 때문에 주로 외식을 많이 하고 주말에는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한다. 외식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밀가루처럼 소화에 부담이 되거나 자극적인 음식들을 먹게 돼 집에서는 웬만하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쌀이 중심이 되는 식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쌀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식단도 좋지만 단조로운 식단을 벗어나고자 쌀가공식품도 종종 사먹곤 한다.

하지만 쌀가공식품은 맛과 메뉴 다양성에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쌀가공식품의 종류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선택지가 많지 않고, 대부분이 익숙한 음식의 주재료만 바꾼 제품들이라 기존 음식의 맛을 기대하며 먹었다가 여러 번 실망한 기억이 있다.

우리와 비슷하게 쌀을 주식으로 삼는 일본은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쌀가공식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현재는 쌀술(청주)을 비롯해 쌀된장, 가공용 밥, 과자, 쌀가루 등 다양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관련 연구를 하고는 있지만 주로 농촌 진흥, 쌀의 영양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쌀에 대한 인식 개선 홍보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쌀가공식품 개발을 통해 소비자들의 실질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와 홍보가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 아이에게 쌀밥 위주 식단으로 밥을 먹여보니 쌀의 효능 알게 돼 
  최은진 씨(주부)

“5살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로 영양을 생각해서 되도록 쌀밥 위주의 식단을 준비한다. 아이 피부가 아토피 증상이 있어 특별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 간식도 온라인을 통해 쌀 가공식품을 구매하는 편이다. 아이의 피부가 빨갛게 올라왔다가 쌀밥 위주의 식단으로 밥을 먹이면 괜찮아지는 것을 보고 쌀의 효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밥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제때 한 끼 먹는 식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식을 할 때도 양식으로 한끼 식사를 하면 속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쌀밥 위주의 한식을 먹으면 속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에 밖에서도 되도록 한식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편이다.

주변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쌀밥 위주의 식단은 살이 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하루에 한끼만 쌀밥을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빵이나 다른 대체식을 먹어도 살이 찌는 것은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쌀에 대한 오해를 가지는 경우가 없도록 정부에서 이와 관련된 홍보를 더 해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쌀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확충돼야 쌀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스토리텔링보다 가치에 대한 소비 늘어...농가도 변화에 대응해야
  강선아 청년농업인연합회장(유기농쌀 농가)

우리의 주식인 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는 매년 줄고 있다. 이는 쌀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결과이다. 특히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굳이 쌀밥이 아니더라도 굶주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먹을 게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어 쌀밥 자체만로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반면 먹거리 교육은 대체로 학교급식과 함께 끝난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바른 먹거리에 대한 교육이 지나치게 일찍 종료되고, 쉽게 잊히게 되는 것이다.

쌀 유통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등 구매방식이 바뀌고, 유명 브랜드의 쌀이 주로 팔린다. 안심 먹거리를 추구하던 유기농 소비자들도 스토리텔링 보다는 가치에 대한 소비를 늘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맛 등 품질보다는 마케팅으로 성패가 갈리기 일쑤다. 농가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 대응해야 하고, 정부는 쌀과 우리 먹거리에 대한 인식 제고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생산자 중심 아닌 복지 예산 활용한 쌀소비 활성화 마련 절실
  이진영 ㈜아인스 대표(인하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밥을 먹는다는 것보다는 무엇으로 하루의 영양성분을 섭취하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돼가고 있다. 음식의 서구화와 맞물려 전체적인 식사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면서 건강을 생각하고 잡곡을 혼식하여 칼로리를 낮추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MZ세대들의 쌀 소비는 코로나19 시대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고품질에 대한 수요의 빠른 증가와 잡곡이 아닌 흰 쌀밥을 선호하는 쌀의 소비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루에 한 끼는 밥이 아닌 건강식으로 대체하는 고령화 세대가 늘어나고, 밀키트와 편의점,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MZ 세대 사이에서 정작 무엇을 통해 쌀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맛있는 고품질 단일품종에 대한 집착은 다양한 제품 개발에서도 알 수 있다. 밥용쌀, 가공용쌀이 아닌 비싸고 맛있는 고품질의 쌀을 이용한 밀키트, 배달 음식 등의 식품과 외식 산업의 다변화는 문화적 트랜드와도 맞물려서 차별화를 강조하고, 명확한 차별성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쌀소비 자체를 농림축산식품부만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미 농식품 영역에서 벗어나 복지적인 측면으로, 건강과 운동을 삶의 축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정작 쌀 소비 활성화 방안과 정책은 농식품부만 추진하고 있다.

얼마전 평택 지역 내 소비자 활성화를 위한 유통 회의에 참석해 점점 줄어들고 생산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농정 예산이 아닌, 복지 예산을 활용한 쌀소비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지역 내에서 소비보다 생산이 많은 평택 지역의 특성상 농협에서 수매할 수 있는 것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기에, 복지 형태로 지역 화폐, 지역 소비와 맞물린 지역 쌀 활성화 방안이 제대로 된 범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절실하다.

또한 제대로 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뭘 어떻게 해야 간편하게 밥을 맛있고 손쉽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가장 손쉬운 부분의 접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 소비자 기호에 맞춘 도정 통해 쌀 다양성 홍보해야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이상기후로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올해 생산량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안심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도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집밥이 늘면서 쌀밥 위주의 식사를 많이 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는 사례가 나왔다. 마켓컬리의 경우 빵 판매가 120% 성장하는 등 주변에 빵 소비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얘기가 많다. 1인당 연간 쌀 소비가 50kg대로 떨어진 것도 쌀을 대체하는 식품에 대한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쌀밥 위주의 한식을 판매하는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는 볼 수 없었으나 빵집 앞에서 줄을 서는 상황은 심심치 않게 봤다.

이같이 쌀을 기피하는 이유는 살이 찐다는 인식 때문이다. 빵도 살이 찌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증연구를 통해 밥을 얼마나 먹어야 살이 찌는지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제는 백미의 중요성만을 홍보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도정을 통해 쌀의 다양성을 홍보해야 한다. 이제는 가정에서도 백미로만 밥을 짓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소비자들의 쌀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살펴보고 이에 맞는 홍보와 정책을 펼쳐야 하는 시점이다.” <>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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