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안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소 농업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방귀가 뿡뿡 방귀가 뿡뿡...’ EBS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방귀대장 뿡뿡이주제가의 한구절이다. 유아시기에는 방귀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방귀를 자주 뀌면 주위에 눈총을 받기 시작한다. 학창시절을 회상하면 같은 반 또래 중에서 유난히 방귀를 많이 뀌는 친구가 있었다. 방귀를 많이 뀐다고 놀리고 타박만 했지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히 다른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유독 그 친구는 방귀를 많이 뀌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방귀 주요 성분은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등인데, 이중 메탄은 온실가스 주범으로 인식된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반추위를 가지고 있어 되새김질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소와 방귀와 트림이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양을 주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2018년 국내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약 1.3% 정도다. 정부는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축산분야도 예외 없이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해야만 상황에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방귀 덜 뀌는 소를 만들면 어떨까? 반추위 메탄가스 발생이라는 표현형질을 조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특정 표현형질은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동일한 집단 내에서도 반추위 메탄가스 생성이라는 표현형질은 개체별 유전특성, 농가별 사육방식과 같은 환경적 차이에 따라 조절된다. 국내의 경우 환경적 요인을 제어하기 위해 한우 출하 기간 단축, 반추위 메탄 저감 사료 물질 발굴 등의 기술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축산분야에서 멀티오믹스 개념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QTL(Quantitative Trait Locus) 연구도 수행되고 있다. 개체별 유전적 특성에 따라 장내 미생물이 조절되며 특정 유전자 좌위의 동형접합(homozygote) 또는 이형접합(heterozygote) 인지에 따라 특정 미생물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이다.

2019년 영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팀은 젖소 1000마리 장내세균을 분석해 메탄가스 생산에 관여하는 미생물을 발굴하고 방귀 발생을 최소화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진 소를 선택해 육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근 국립축산과학원은 메타노브레비박테르(Methanobrevibacter)가 한우 메탄생성균 가운데 94% 이상을 차지하는 우점균으로 보고했다. 한우 메탄생성 우점균을 조절하는 유전자 좌위가 발굴되고 이를 개체 선발에 적용한다면 국제연구팀에서 젖소를 대상으로 제안한 방식과 마찬가지로 방귀를 덜 뀌고 메탄발생을 줄일 수 있는 한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2050 탄소중립선언에 발맞춰 축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메탄저감 사료 개발, 최적 출하시기 설정 등 환경적 요인을 제어하는 노력과 더불어 메탄생성균을 억제하는 유전특성을 가진 개체를 선발한다면 축산업이 짊어진 환경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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