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난 추석 명절 즈음해서 대규모 코로나19 확진으로 가락시장의 경매장 6개소 중 하나가 폐쇄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9일 만에 경매는 정상화됐다. 만약 다른 경매장도 추가로 폐쇄되고 폐쇄기간도 길어졌다면 가락시장으로 향하던 성출하기 농산물은 지방시장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공급부족으로, 지방은 공급과잉으로 농산물의 가격 폭등락의 홍역을 겪게 됐을 것이다. 만약 상장예외나 시장도매인을 통해 경매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출하가 가능했다면 이러한 위기를 별 탈 없이 이겨낼 수 있지 않았을까?

농산물 시장개방 이후 농산물 가격 폭등락의 해걸이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농가들의 작물 선택의 폭은 좁아졌고 수지맞는 작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깊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일 출하물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매가격이 이를 더욱 부추겼다. 만약 유럽 국가들처럼 산지와 도매유통 주체간의 직거래를 통한 계약 재배와 산지저장 등으로 출하시기 조절이 용이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시장기능에 의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될 수 있지 않았을까?

경매제도는 공정한 가격 발견 기능을 하는 좋은 거래제도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유통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탁(受託) 독점적인 경매제도를 수십 년간 법령으로 강제하고 지속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도매유통 주체와 산지간의 직거래방식 활성화를 통한 경매제도와의 경쟁체제 전환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유통주체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득을 보는 계층은 출하 농업인과 소비자라는 사실을 왜 한사코 외면하는가?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유통이 크게 확장되면서 도매시장의 거래물량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이제는 도매시장의 오프라인 도매 생태계를 온·오프라인 통합생태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매시장 내에 온라인 유통플랫폼 시설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산지에서 무더기(Bulk) 형태로 반출되는 농산물을 가공, 저장, 소포장해 소비지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는 지능형 물류시설을 시설현대화 계획에 반드시 반영시켜야만 도매시장의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가 있다.

디지털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온라인 경매가 본격화되면 도매시장의 위축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영세농가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의존율이 높은 도시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가중돼 갈 것이다. 그러나 도매시장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시책은 정보화에서부터 시설과 거래제도에 이르기까지 원론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가락시장의 새로운 경영자(공사사장) 후보로 추천된 인사는 3인 모두 민간유통부문에서 활동했던 경력 소유자라고 한다. 민간기업 경영자는 주주이익 극대화(매출 또는 수익) 성과를 주요 경영능력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공공적 투자를 통해서 설립된 공기업(공사)은 공공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민간부분에서 인정받은 경영능력 보유자에게 주어질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라는 공기업의 태생적 과제는 생소하고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조야(朝野)에 팽배한 무사안일주의와 집요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마저 있다. 무한한 애정으로 도매시장의 혁신을 지지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래야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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