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단독주택은 보안을 위해 집 주위를 담장으로 둘러싼다. 하지만 담장이 있으면 주민들간에 벽이 만들어지고,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2기 신도시 단독주택 용지의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는 담장 설치는 지양하되 생울타리 등 자연소재를 이용한 높이 1.2m 이하의 담장설치를 권장했다. 이를 통해 주민의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은 2기 신도시주민들이 더욱 높은 담을 쌓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정원에 담을 없애면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내 집의 정원과 마당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생활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2기 신도시에 집을 짓는 사람들은 담장을 설치하는 대신 담장보다 높은 벽을 세워버렸고 이웃과의 공동체 형성은 더욱 어려워졌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된 규제가 불러온 결과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수산업계에도 있다. 바로 뱀장어 위판의무화다. 대규모 양어가를 중심으로 한 뱀장어 양식업계는 뱀장어 가격의 급등락을 막고 안전한 뱀장어를 공급하기 위해 뱀장어 위판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위판의무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2018년 뱀장어가 위판의무화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위판의무화가 시행되면서 가격이 안정되고 안전한 뱀장어가 공급되고 있을까? 입식량과다와 코로나19 확산 등이 겹치면서 뱀장어 가격은 요동쳤다. 1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가 회복하기도 했다. 

입식량에 따라 가격의 등락이 발생하는데 이를 유통과정의 문제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았고, 양만업계는 가격이 급락하니 ‘사매매’를 하는 사람들을 지탄하기 시작했다. 

뱀장어 위판의무화는 내년에 규제재검토에 들어간다. 다시 오는 규제재검토에는 문제의 원인과 그 결과를 제대로 진단한 검토가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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