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축산·원예농가 간 협업은 새로운 지속가능성 모델 만들 수 있어

-탄소중립 대응과정 쉽지 않지만 우리농업 지속가능성 높일 기회 작용

탄소중립이 축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현 상태에서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농림수산업은 불과 2.9%의 온실가스만 배출하고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글로벌 관점으로 시선을 확대하면 24%까지 높아진다.

에너지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2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당연히 농축산업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농업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는 지속가능성이다. 농업이 지속가능하다는 뜻은 현재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한 잠재량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글로벌 축산분포지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매우 높은 수준의 축산 밀도를 나타내고 있다. 
 

연간 축산분뇨의 배출량은 5500만 톤에 이르는 데 1%의 질소함량을 가정하더라도 우리나라가 1년 동안 필요한 질소비료의 두 배를 넘어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환경 분야에서는 농업에서 발생하는 질소 부하량을 줄여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농림수산분야 탄소중립 계획에서는 축산 부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작물재배 분야에서는 벼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 이외에는 큰 배출원이 없기 때문이다.    

축산분야 감축 방법 중에는 축산분뇨의 35%까지 바이오에너지 생산 공정 등을 통해 처리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축산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축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조치로 생각된다.
 

축산업계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경축순환농업은 자원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유효한 방법이지만 사용의 편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개선할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액비 속 양분의 구성비는 비료 시비기준의 구성비와 달라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액비시비 기준을 적용하면 대체로 칼륨(K)이 제한인자로 작용하면서 질소는 부족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론상으로는 칼륨 기준으로 액비를 시용하고 질소비료는 별도로 추가 시용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작물재배 농가에서 액비를 사용할 동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에서는 축산분뇨에서 질소를 회수해 요소비료를 만드는 가축분뇨 자원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축산분뇨의 유기물은 바이오에너지로 생산하고 질소와 인산은 회수해 비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자원순환 기술이다.

이러한 접근방법을 사용할 경우 축산분뇨를 원료물질로 재활용할 수 있고 액비 살포에 들어가는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요소와 인광석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어 비료 수급 불안정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개 기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규모의 경제성이 제약 조건이다.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시설은 일정 규모 이상 되어야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축산농가 규모를 고려하면 다수의 농가가 함께 참여해야 가능하다.

입지선정과 축산농가들 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면 이러한 자원순환 기술의 적용이 가능하도록 농촌의 공간계획부터 다시 해나가는 노력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접근방법은 시설원예 단지와 축산자원순환 시설 간 협업이다. 축산분뇨에너지화 시설은 전기뿐만 아니라 열을 생산하는 데도 효율적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할수록 에너지 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시설원예 농가는 원가 상승 압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시설원예 단지 인근에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원예작물의 생산비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렇듯 축산과 원예농가 간 협업은 새로운 지속가능성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탄소중립에 대응해나가는 과정이 쉬울 수는 없다. 우리 모두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긴 안목으로 하나씩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다 보면 오히려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래 세대에도 지속가능한 농축산업을 물려 줄 수 있도록 자원순환을 촉진할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이 만들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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