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물류개선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가락시장 배추 파렛트 하차거래가 3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산지유통인이 중심인 출하자는 가격 폭락 시 대책 부재 때문에, 중도매인은 처음에는 100% 박스 포장을 선결 조건으로 반대하다가 지금은 재 폐지나 속박이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달 중에 배추 파렛트 하차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차거래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출하자의 유익이다. 재가 없어지고 그 혜택이 출하자에게 돌아간다. 재는 상차거래 시 속박이가 있다는 전제로 차당 20%의 물량에 대해 경락가격의 60%로 가격을 책정하는 관행이다. 재가 없어지면 10톤 차량 당 48만 원, 연간 87억 원이 출하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기준가격도 상승한다. 파렛트로 출하할 경우 경쟁 촉진으로 가격이 높게 결정된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락가는 전국 배추 유통 가격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전체 출하자에게 이익이 된다.

운송비 또한 절감된다. 운송거리는 그대로지만 하차 즉시 출차로 시장 내 대기시간이 평균 12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되기 때문에 대기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배추 파렛트 하차거래는 중도매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산지에서 선별된 상품을 공급받게 되면 시장 내 선별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상품성 분쟁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파렛트 하차거래를 먼저 시작한 무와 양배추의 경우 품질분쟁 사례가 현저히 줄었다. 재와 속박이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없어지고 구매자에게 양질의 배추가 판매된다는 긍정적 인식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거래단위가 10톤 차량에서 파렛트 단위로 변경되므로 중도매인은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차량 한 대를 사서 여러 중도매인이 나누는 불편함과 필요 이상 많이 사서 발생하는 재고 부담도 줄어든다. 판매시간이 단축돼 이른 퇴근이 가능하고 필요한 등급, 원하는 출하자의 상품을 다양하게 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상품감정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도 예방할 수 있다. 3.5m 높이 차상에서 진행하는 감정은 위험하고 종종 낙상사고가 발생한다. 파렛트는 1.7m 높이로 지면에서 안전하게 감정할 수 있다. 육안으로 보는 전체 면적이 넓어져 감정범위도 커진다.

배추 파렛트 거래를 실시하면 운송기사와 하역노조원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배추 운송기사는 가락시장 반입 후 12시간 이상을 머무른다. 김장철과 같은 성수기에는 24시간 이상을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파렛트 하차는 대기시간을 30분 이내로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차량 유치 부담도 없어진다. 유치는 배추가 팔리지 않아 이튿날까지 시장에서 차량이 대기하는 것을 말한다. 파렛트로 하차할 경우 운송기사가 유치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중도매인과 유치비용으로 갈등을 겪는 문제도 사라진다.

하역노조는 극심한 인력난을 기계화로 풀 수 있다. 4, 90분 작업이 130분으로 단축된다. 팔릴 때까지 12시간 이상 기다리는 하역 대기시간도 30분 이내로 줄일 수 있어 노조원의 근로여건이 개선된다.

도매시장 인근 주민에게도 유익하다. 가락시장은 2만 세대의 아파트와 상가들이 둘러싸고 있다. 주민들은 교통 혼잡, 소음, 냄새, 불빛, 쓰레기 등의 고충을 토로하며 민원을 제기한다. 파렛트 거래는 이 같은 문제의 해소에 도움을 준다. 가락시장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지역주민과 조화롭게 지내려면 물류개선이 필수다.

이외에 식품위생이 향상되고 경매장 효율성이 커지며, 혼잡 완화로 유통인간 분쟁이 감소하는 등 여러 유익이 있다.

제도 변화에는 힘이 든다.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다. 추가로 비용도 발생한다. 서울시공사가 최대한 보상하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지만 더 미룰 수도 없는 시점이다. 배추 하차거래는 분명 출하자와 시장 내 유통인,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이에 배추 하차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출하자와 유통인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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