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유통·판매 전단계 데이터·디지털 전환 확산 중…산지 대응방안 필요
온라인 도·소매 뿐만 아니라
농식품 공급 전반 디지털 전환
대형업체도 온라인 전환 앞당기는 기폭제라 인식
물류·배송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이 지체되고 있는
산지 농업인·농업법인·농축협 등
디지털화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예산농협 APC(산지유통센터)에서 전자선별을 거친 사과가 중량에 맞춰 이동되고 있다.
예산농협 APC(산지유통센터)에서 전자선별을 거친 사과가 중량에 맞춰 이동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활용, 플랫폼 전략, 제품의 디지털화, 스마트 농장·공장 등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농업부문은 생산의 경우 식물공장, 자동생산로봇, 자율주행 농기계 등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유통부문은 생산·유통정보시스템(ERP) 개선과 빅데이터 축적에 따른 효율성 증가가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이력추적, 스마트 주문시스템, 원산지 판별 등을 손쉽게 할 수 있으며, 농촌관광사업도 스마트 예약, 에어비엔비(숙박 공유 서비스) 등으로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 같은 디지털 전환은 기존산업에 IoT(사물인터넷),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 로봇, 클라우드, AI, 증강현실(VR) 등의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농식품 물류 부문도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고 코로나19로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공급망 또한 바뀌고 있다.

온라인 거래에 비교적 익숙하지 않고 사용빈도가 높지 않았던 고령층 소비자들도 코로나19로 온라인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형업체들은 현 사태를 온라인 전환을 앞당기는 기폭제라고 인식하고 물류·배송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에 생산 단계에서부터 디지털·온라인 전환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농업·농식품 분야에 있어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온라인화 동향을 살펴봤다.

# 새로운 관점의 농식품 공급망

농식품 공급망은 생산·유통부문에는 스마트 물류시설인 스마트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RPC(미곡종합처리장) 등이 도입돼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산지조직에는 생산·유통관리시스템이 도입돼 효과적인 수급관리체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도매단계에서는 B2B(기업간 거래) 온라인 거래소가 운영 중이며, 저장, 운송 등의 물류정보가 통합 관리돼 비용절감, 시간 단축 등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SCM(공급망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정보체계가 확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단계에서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도입되고 빅데이터, AI를 활용한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이 도입돼 소비패턴 분석, 상권분석, 상품 추천 등도 가능해졌다.

농산물의 생산 단계부터 데이터·디지털이 적용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팜모닝 체험관.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팜모닝 체험관.

그린랩스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농업 전반의 정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팜모닝을 개발했다.

팜모닝은 농장 주변의 실시간 날씨와 시·일·주 기준의 일기예보, 일출·일몰·이슬점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내 농장 날씨’, 공영도매시장의 재배작물 등급별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경락가 비교’, 주요 작물의 재배력 정보, 농약 등 농자재 정보를 알려주는 ‘농약정보’, 주요 농작물의 온·오프라인 유통대행과 작물 판매를 거래하는 신선마켓과 더불어 최근에는 라이브커머스도 진행하고 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그린랩스는 IT(정보기술)를 활용해 농가가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좋은 조건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농사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 진화하는 농식품 시장

소매 판매점들은 매출 증대를 위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판매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들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의 '소셜 게놈'은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실시간 분석정보를 이용한다. 한 사람이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하는 말의 빈도와 관계를 분석해 성향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상품을 추천한다. 아마존도 A9 검색 서비스를 통해 회원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한 후 구매 가능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과거 검색했던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추천하거나 비슷한 식재료 등을 안내한다. 내가 본 것과 유사한 상품이나 함께 산 아이템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마트 상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컴퓨터 비전, 딥 러닝, 센서 퓨전 기술이 융합된 ‘아마존 고’다. 스마트폰으로 회원 인증 후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들고 매장을 나오면 자동 결제된 내역은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벤처부가 소상공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 상점 기술보급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치킨전문점 ‘디떽킹’은 2019년 5월 튀김로봇을 도입해 조리과정에서 사람의 위험성을 줄이고 일정한 맛을 유지해 고객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튀김로봇 도입 후 고객이 3배 가량 증가하면서 매출도 늘었다.

인천 소재 ‘피자이탈리’ 루원시티점은 서빙로봇과 테이블오더를 도입해 깔끔한 매장이라고 입소문을 타면서 개업 초기보다 주문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매출은 4배 증가했다. 이 매장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고객이 대기시간 동안 장난감이나 사은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해 가족 고객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산지 대응 필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공급자가 정기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경제, 출하자들이 온라인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 유통업체, 외식업체 등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온라인거래소, 가격변동이 큰 농산물의 가격예측, 수급관리에 사용되는 빅데이터 수급정보시스템 등이 정착되고 있다.

쿠팡, SSG, 신세계베이커리 월정액, 신선과일을 정기 배송하는 GS샵 달달마켓, 과일정기 배송 업체 리얼푸르츠, 김치를 정기배송하는 종가집의 정원e샵, 꽃을 정기배송하는 꾸까, 농산물꾸러미 등의 구독경제 채널이 꾸준히 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도 온라인농산물거래소를 통해 양파, 마늘, 사과의 거래를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출하자,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다단계구조로 높은 유통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적인 온라인거래소를 설립해 농산물의 온라인 B2B 거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엔비사과의 경우 APC 내에서 세척작업도 이뤄진다.
엔비사과의 경우 APC 내에서 세척작업도 이뤄진다.

가격변동이 큰 농산물의 수급관리에도 빅데이터, 드론 원격탐사 정보, 스마트팜 정보 등이 활용되고 있으며 가격예측에도 인공지능 기법이 도입, 운영 중이다. 지역 거점 APC는 농산물의 예냉, 세척, 건조 등 전처리 시설에서부터 선별, 저장, 출하·운송, 판매과정에 ICT(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APC로 변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발달로 온라인 도·소매 뿐만 아니라 농식품 공급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디지털 전환이 지체되고 있는 산지 농업인, 농업법인, 농축협 등의 디지털화를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산지조직에 생산유통시스템을 보급해 산지 식부면적, 작황, 저장량, 포전거래 가격 등의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수급정보의 디지털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원장은 “영세 고령농이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지농협, 농업법인 등 생산자조직이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산지농협의 ERP(전사적자원관리) 구축에 따른 실시간 수급정보 확보·전파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농산물 판매조직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 후반 시군 유통회사를 전국적으로 설립했으나 경영자의 판매능력 부족, 전문성 결여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현재 2개밖에 남지 않았다”며 “통합마케팅조직도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시군단위에 연합판매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됐으나 판매능력이 떨어지고 단순표기만 하는 조직이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온라인 농산물 판매조직 육성의 핵심은 판매능력을 갖춘 조직을 더 많이 육성하는 것으로 온라인 플랫폼업체와의 거래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단위가 아닌 전국단위로 매달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농산물을 판매하는 능력에 규모화가 동반된다면 그 혜택은 농업인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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