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피해·축산 악취 등 농촌 문제 지역주민 참여로 실마리 찾아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충북 음성군 관내 축산농가와 지역주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축산 악취해결을 위해 운영중인 ‘축산환경 스스로 해결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양돈장 악취제거 모습.
충북 음성군 관내 축산농가와 지역주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축산 악취해결을 위해 운영중인 ‘축산환경 스스로 해결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경북 고령 소재 양돈장 악취제거 모습.

과거와 달리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가 경제성장은 물론 건강, 안전, 환경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 강화로 확장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공공적 역할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연구개발(R&D) 분야도 기존의 기술고도화와 경제적 성과 창출이 목표였던 일반 R&D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 당사자인 국민과 해결 방법을 연구&#8231;개발하는 연구자, 해결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문제 해결형 R&D(리빙랩, living lab.)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환경과 기후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농업·농촌 분야의 경우 환경오염, 농작물 피해, 농업시설 화재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과학기술 기반의 해결방안 제시가 요구되고 있다. 

 

# 과학기술 기반의 ‘농촌현안해결리빙랩 프로젝트' 추진  

 

최근 과학기술분야에 있어 혁신 모델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리빙랩’은 우리말로 ‘생활 실험실’이라는 뜻이다. 실제 생활 현장에서 최종 사용자인 일반 시민들이 연구개발 과정에 문제개선·실증 주체로서 참여하는 개방형 사회혁신활동을 의미한다.
 

농업·농촌 분야에서도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안문제에 대해 과학기술 즉 R&D 기반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지자체, 농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진흥청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신규로 ‘농촌현안해결리빙랩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농촌 분야의 환경오염, 농작물피해, 농업시설 화재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과학기술 기반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기존 정책 중심의 연구개발 투자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연관된 농정 현안을 발굴, 과학기술에 기반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는 ‘농업시설·기반환경개선' 분야와 ‘농촌생활환경개선’ 분야로 나눠 각각 멧돼지 등 유해 야생동물 피해방지, 농촌폭염·가뭄피해 저감 실증모델 구축, 축산악취저감, 농작업 안전관리 등 4개 과제를 선정, 지자체와 주민이 참여하는 연구진을 공모·선정하고 내년까지 3개년간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2년 차이지만 연구성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축산농가와 주변 주민간의 갈등으로 민원 발생이 늘고 있는 축산악취문제를 꼽을 수 있는데 축산악취저감 사업을 통해 R&D 수행 전문가의 현장컨설팅, 지도관리, 악취저감제 지원 등 다양한 농장 환경 개선을 수행함으로써 가시적인 효과를 거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농촌에 상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국민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며 “과학기술이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까지 이어지도록 앞으로 리빙랩 실증 모델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참여형 R&D 우수 사례] 축산 악취 저감 실증모델 구축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축분뇨 발생량은 2016년 4699만 톤에서 2019년 5184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같은 기간 축산악취 관련 민원도 6398건에서 1만263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축산업의 규모가 커진 점은 다행스럽지만 늘어난 가축분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축산악취 관련 민원은 하루빨리 해결할 과제다. 축산악취 등을 방치할 경우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이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켜 축산업의 산업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안희권 충남대 교수팀은 강원대, 상지대, 서울대, 축산환경관리원과 함께 농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추진 중인 ‘농촌현안해결 리빙랩’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해 4월부터 ‘축산 악취 저감 실증모델 구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리빙랩 프로젝트는 △로컬 악취모니터링 장치 고도화, 악취 통합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실증 △액비순환시스템, 농가·공동자원화형 습식스크러버 등 악취저감시설 고도화와 축산악취개선제 활용체계 구축 △지역주민과의 갈등해결 솔루션 개발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선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정보제공 기능이 단순하고 가스센서의 내구성과 정확도에 문제가 있는 기존 악취모니터링 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로컬 악취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암모니아와 함께 황화수소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환기팬 가동상태, 화재 감지가 가능하며, 센서의 내구성과 정확도가 개선돼 유지관리 부담을 경감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불어 연구팀의 또다른 성과물인 축산악취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은 로컬 악취모니터링 시스템과 연계해 컨설팅 대상농가를 선별하고 기상자료를 활용, 축산악취 예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악취 수준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지역주민 참여형 악취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와 관련 연구팀이 축산농가와 인근 주민, 지자체(충북도, 음성군), 전문가가 함께 구성·운영중인 ‘축산환경 스스로 해결단’은 악취해결 등 축산환경 개선을 위한 커뮤니티 모델로 리빙랩 형식의 사업추진에 있어 모범사례로 꼽힌다.
 

실제 현재 리빙랩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충북 음성군 삼성면 소재 9개 양돈농가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 악취관리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며, 농장의 악취가 실제로 80% 이상 개선됐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개발된 로컬 악취모니터링 시스템을 양돈농가와 공동자원화시설에 설치해 기능과 현장 적용성을 평가하고 축산악취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의 기능도 점검·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역주민 참여형 악취모니터링 스마트폰 앱 활용을 타지역으로 확대하고 축산환경 스스로 해결단 활동을 통해 축산농가, 지역주민이 축산악취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델을 정착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자가 말하는 R&D] 안희권 충남대 교수

“실증규모로 이뤄지는 리빙랩연구과제의 특성상 현장에 설치되는 시스템 유형은 설치·유지관리 비용과 참여농가의 선호도에 따라 제한적이다. 따라서 리빙랩 연구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리빙랩 연구과제를 개발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리빙랩은 농업·농식품 분야에서 시행 초기에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착이 덜된 상태이므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과제 관리에 어려움이 많이 있다. 리빙랩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기관 간 연구성과와 접근방법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국내 실정에 적합한 리빙랩 연구의 기본적인 틀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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