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모든 전염병 국내로 유입 차단

조기 진단으로 골든타임 확보 중요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으로

스마트 K-축산 구현해야

2022년 새해의 소망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회복’을 언급한다. 사실 2020년과 2021년을 기억해 보면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일상을 잃어버렸다. 유래없는 속도로 백신이 개발, 승인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이 이뤄졌으나 치료제가 개발된 지금도 변종의 발생으로 혼란은 여전하다. 신종 전염병의 발생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기에 대비가 어려울 수 있으나 풍토병이라 여겨지던 질병이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던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기에 이러한 전염병에 대해서는 대비해야 한다.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 전염병은 192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발생이 보고된 바이러스성 돼지 전염병으로 2007년에 유럽으로 유입된 이후 차츰 아시아로 전파됐다. 야생 멧돼지를 통한 이 전염병의 전파는 결국 2019년 우리나라에 이르렀고 현재까지 농장에서 총 21건의 발생 보고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이전까지 발생이 없었기에 이름조차 생소했던 전염병이었다. 
 

ASF에서 보듯이 가축의 전염병은 발생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적이 없었으나 국외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현 시대에서는 막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발생할지도 모르는 가축전염병에 대비해야 할 것인가? 
 

우선 어떤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유입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가축전염병으로 럼피스킨병이 있다. 이 전염병은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소의 피부와 점막에 병변을 만들고 이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유발해 국내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이 전염병도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보고되었고, 2010년대에 중동으로 전파된 후, 2020년에는 중국의 남동부와 대만, 극동 러시아에서 발생이 보고됐다. 럼피스킨병의 주요 임상증상으로 초기에 고열, 눈물, 콧물, 침흘림 증상이 보이며 체표면 림프절의 종대가 관찰된다. 이 후 피부와 눈의 각막, 입 점막, 소화기, 호흡기, 생식기 등의 점막에 결절 병변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심한 눈물, 콧물, 침흘림과 함께 식욕부진, 유산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
 

모든 전염병은 국내로의 유입 차단을 최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유입된 경우라면 전염병의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초동 대처를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염병의 조기 진단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는 유입가능한 가축전염병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위에 열거한 임상 증상을 보이는 개체를 조기에 발견하여 신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는 가축전염병 조기 탐지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소는 이력제를 통해 국가가 전 개체를 관리하고 있기에, 현재 있는 시스템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조금 더 발전시킨다면 가축전염병 조기탐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국내에는 수많은 벤쳐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축산 정보통신기술(ICT)장비를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하면 개체의 식별 뿐 아니라 개체의 체온과 같은 생체정보를 무선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표, 목걸이 부착, 2위 내 삽입형 캡슐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돼 있기에 축주의 기호에 맞는 장비를 국내에서 사육되는 모든 소에 이표와 함께 장착하고 전송되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체온상승을 동반하는 가축전염병의 조기 진단을 가능케 할 것이다. 
 

기존에 발병하지 않았던 전염병이라 하더라도 축산 관계자들의 노력과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가축전염병은 극복할 수 있고, 발생해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새해에는 가축전염병의 대비를 통한 스마트 K-축산의 구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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