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저감·어로어업 위축되지 않도록 법 적용 필요”
안전관리 잘못했다면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선주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한계
어선 노후화는 사고와 직결…원양어선현대화 펀드처럼 연근해어선 현대화 위한 펀드마련 필요

김임권 대표이사
김임권 대표이사

 

“인명사고 등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바람직합니다. 선주가 안전관리에 있어 잘못했다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주에게 무한책임을 지도록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즉 법의 적용에 있어 탄력성이 필요합니다.”

김임권 혜승수산·혜영수산 대표이사(전 수협중앙회장)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있어 탄력성이 필요하다며 운을 뗐다.

이에 수산업계 원로인 김 대표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수산업 전반의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은.

“어선어업분야에서는 대형선망업계가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되는데, 법 적용에 앞서서 준비가 거의 되지 않았다. 어선어업분야는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관리 규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는 어선어업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어선어업은 기후 등 외부환경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근해어업의 대부분은 선주가 어선에 승선하지 않는다. 즉 선장이나 어로장 등에 의해서 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주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간부선원들에게 사고시 해기사로서의 책임 뿐만 아니라 형사적인 책임까지 묻게 된다면 어선에 승선하려는 간부선원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를 저감하면서도 어로어업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탄력적인 법령의 적용이 필요하다. 더불어 선주의 책임을 일정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상에서는 어선과 상선의 충돌 등 예기치 못한 사고들이 많다. 이런 사고에서 선주의 책임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어업인의 경영안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 선원의 숙련도와 어선의 문제도 함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대부분의 연근해 어선에서 외국인 선원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며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국인 선원이 어선에 승선을 기피하면서 기존의 어선원들은 매우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실제로 대형선망어선을 보면 내국인들은 70세 전후가 많다. 나이가 많아지게 되면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선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선원은 숙련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기상여건 등에 따라 어선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숙련도가 떨어지는 선원은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숙련된 외국인선원은 현행 제도로 인해 최장 10년 가량 어선에 승선할 수 있는데, 숙련자가 빠진 자리는 결국 미숙련자가 채우게 되며, 사고위험을 키우게 된다.

최근 어촌지역의 소멸위기가 커지고 있다. 어촌이 비어가고 있는 만큼 외국인 어선원도 일정한 훈련을 통해 간부선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정착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어선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근해어선의 36.6%, 연안어선의 29.3%가 선령 20년이 넘는 노후어선이다. 어선의 노후화는 사고와 직결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선현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에서 어선의 신조를 위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쉽지 않으며, 대출이 가능해도 담보로 인정해주는 비율이 낮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양어선현대화 펀드처럼 연근해어선의 현대화를 위한 펀드 마련이 필요하다.”

# 수산업계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산업계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을 받게되지만 수산업계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협중앙회의 대응이 아쉽다. 수협은 사회적 약자인 어업인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지도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에 수협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수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실상 뒷짐 진 채 구경만하고 있었다. 그 결과 수산업계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이제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대응한다고 하지만 너무 늦었다.

지금은 대형선망업계가 먼저 적용을 받지만 곧 규모가 큰 연안어선까지 적용대상이 된다. 사고시 선주가 도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수협과 수산업, 어촌의 기반이 유지될 수 있겠나? 이런 제도변화에 수협이 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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