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쌉쌀한 맛 보강
-사포닌 성분은 가래 기침 등 약효 더해 입소문
-관악농협과 도농상생…우수한 배 저렴하게 판매해 보답

[농수축산신문=김정희 기자]

 

먹으면 식품이요, 버리면 음식물쓰레기라고 하잖아요. 배는 우수한 농산물이지만 보관이 쉽지 않은 것이 단점이에요. 상품성이 약한 것은 파과로 취급돼 생산지 소득보장에 큰 도움이 안돼요. 그래서 연구한 것이 배를 즙으로 만들어 파는 것인데 이것 또한 그렇게 만족할 만큼 잘되지는 않았어요. ‘파과를 최대한 잘 유통해 소득보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 없을까연구한 끝에 도라지 배즙을 고안했습니다.”

배와 도라지를 혼합해 착즙한 배즙이 도라지배즙이다.

정하선 아산시 음봉농협 조합장<사진>은 도라지배즙이 탄생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아산지역은 예전부터 배의 주산단지이자 특화단지로 아산 배의 유명세는 설명이 필요없다.

음봉지역에서는 200여 농가조합원이 배농사를 짓는다. 수확기에 몰려드는 과일의 적정 보관과 선별유통을 위해 자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확보하고 있다. 80농가는 음봉농협 APC에서 공동선별, 공동 출하를 하고 나머지 120농가는 각자 알아서 자체 판매를 한다. 공동 작업하는 80농가의 생산량은 연간 900톤에 달한다. 이 중 국내 공동출하액은 지난해 109억 원에 달했고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 20억 원 가량을 수출했다. 배 재배품종은 신고가 대세이다.

음봉 배는 서울 소비자의 인기가 높아요. 몇 년 전부터 서울 관악농협에서 음봉 배를 많이 소진시켜 주고 있어요. 지난 추석에도 7.5kg짜리 1500박스가 올라갔지요. 당도가 좋고 색택과 맛이 우수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고, 관악농협은 음봉농협과 도농상생 협약을 맺은 형제조합입니다. 그러니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죠. 덕분에 추석과 설 때 출하량이 정해지면 보통 1주일이면 완판됩니다.”

하나로마트 매장을 둘러보는 정하선 조합장(사진 맨 오른쪽)
하나로마트 매장을 둘러보는 정하선 조합장(사진 맨 오른쪽)

정 조합장은 그동안 우수한 배를 직거래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관악농협과 상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악농협은 최근에 포크레인 지원까지 해주며 도농상생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정 조합장은 배 파과 때문에 고심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배 파과는 100%를 주스로 유통하지만 단가가 낮아 생산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생즙(착즙)이다. 배와 도라지를 혼합하면 도라지의 쌉쌀한 맛이 보강된다. 또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가래, 기침 등에 약효가 더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음봉농협은 2019년부터 1.5ha에서 도라지 시범재배를 시작했다. 무농약을 고집하며 처음에는 일반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수확량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지난해엔 모종 지푸라기 농법과 직파농법을 비교하기 위한 시험재배를 했다. 결과는 직파농법의 완승. 육성 속도나 수확량에서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직파농법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라지배즙은 아산시농업기술센터(소장 김정규)와의 협업으로 성공했다. 농협중앙회에서도 특색사업 장려금으로 30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140농가가 도라지를 생산한다. 일부는 도라지나물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도라지배 착즙원료로 쓰이게 된다. 올 가을부터는 수확이 끝나면 상태가 괜찮은 파과는 도라지배즙으로 유통될 예정이다.

정 조합장은 음봉농협 정하선표 도라지배즙을 기대하라며 호방하게 웃었다.

음봉농협의 신바람은 도라지배즙 사업 외에도 많다. 천안시와 아산시 경계에 위치한 산동리 산동지점과 하나로마트, 농협주유소가 개발지역에 포함돼 보상을 받게 됐다. 아산탕정지구 2-A10BL 56497부지에 전용면적 84~85의 공공분양 893가구를 짓는 아파트단지로 확장해 이전하게 된다고 한다. 조합원이 1500명인 음봉농협은 2020년 총자산 2440억 원에서 지난해 2727억 원으로 287억 원이 증가하는 등 상승가도를 달리며, 예수금 2289억 원과 대출금 1645억 원으로 안정된 경영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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