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가 최근 쌀값 안정을 위해 실시한 쌀 시장격리 방식을 두고 농업계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역공매 방식의 공개경쟁입찰로 이뤄진 시장격리곡 매입이 농가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 낙찰가격이 형성되면서 오히려 향후 쌀값 하락을 조장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나 농가 모두 쌀값을 걱정하는데는 근본적으로 쌀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산된 쌀은 총 3882000톤으로 전년보다 10.7% 증가했다. 물론 기상여건이 양호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개년간 한시적으로 추진했던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 종료되면서 일부 타작물 면적이 벼로 회귀한데다 2020년산 벼 가격 상승 등으로 기대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732477ha2001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해 수확기 벼 매입량도 전년보다 28.2%나 많았다. 당초 계획량 대비 103.9% 수준이었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민간 RPC도 모두 전년보다 10~36% 많이 매입했다. 그럼에도 신곡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27만 톤에 달한다. 올해 단경기 쌀 가격이 수확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쌀 공급과잉 기조인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농가 기대치만큼 쌀값을 유지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개선해야 하는 데 있다. 쌀 수요가 감소세에 있는 상황에서 쌀값이 오르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공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급의 문제는 결국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런 측면에서 과거 3년간 한시적으로 추진됐다 중단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은 벼를 재배했던 농지에 타작물을 재배하면 보상금을 주는 사업이다.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식량작물의 자급률 향상을 목표로 짧은 기간동안 시범 추진됐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컸다는 평가가 지금도 언급되고 있다.

실제 2018~202025509ha를 대상으로 논타작물재배지원을 한 결과 벼 재배면적이 28281ha 감소한 바 있다. 그 영향으로 사업 첫해인 2018년에는 한때 12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산지 쌀값이 반등세로 돌아서며 수확기 평균 쌀값이 80kg 기준 193568원을 기록한데 이어 다음해인 2019년에는 189964, 2020년에는 216484, 지난해에는 214138원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쌀 변동 직불금이나 과잉물량 보관·처분에 드는 직·간접적 비용 절감과 콩과 같은 식량작물의 자급률을 제고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기후변화에 따른 풍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중장기적인 쌀 수급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 정책이나 예산수립에 있어 한번 중단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 다시 재개하기 어렵다면 성격은 동일하되 명칭은 다른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동계작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논활용(논이모작) 직불금과 같이 하계작물을 대상으로 한 직불제 도입도 괜찮을듯 싶다.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 예산 반영을 목표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대체할 직불제 도입을 적극 모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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