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는 정부를 규탄하는 형형색색의 깃발과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 앞에선 5개 농업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농업인들이 지난해 수확한 벼들을 길가에 쌓아두고 투쟁을 상징하는 띠를 머리에 둘렀다.

올해 농사를 차근히 준비해 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수많은 농업인들이 길가로 나섰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함을 뜻하는 것일 게다.

이날 모인 이들은 정부의 쌀 시장격리 방식에 문제점을 제기하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부었다. 특히 최저가 입찰 방식에 불만을 표출했다. 정부가 입찰 예정가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농업인들끼리 눈치싸움이 시작됐고, 불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 기준가격을 고려한 입찰가를 써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며 농업인들의 물량 대다수가 유찰됐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은 최저가 입찰 역공매 방식을 두고 들어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방식’, ‘농업인 간 경쟁을 부추기는 이상한 시장격리’, ’예상 가능했던 절망의 시나리오등 별별 수식어들을 붙였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양곡관리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식량주권 확보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쌀의 가격 안정과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쳐달라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15일 통계청 조사에서 시장격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집계됐음에도 1228일이 돼서야 시장격리를 결정하는 등 늦장 대응을 하고, 그마저도 최저가 입찰로 오히려 쌀값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현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울분의 표출이다.

이번에 모인 농업 관련 단체와 농업인들은 이달 안에 또 한 번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번 사안을 포함한 농정 정책 전반에 대한 보다 적극적 관심을 보여달라는 호소이기도 할 테다.

농업인들이 더 이상 기만’, ‘우롱과 같은 단어들을 입밖으로 내뱉지 않고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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