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폐어구는 그간 수산업계의 골칫덩이였다. 버려지거나 유실된 어구는 유령어업으로 이어지면서 수산자원감소의 한 원인이 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유령어업으로 연간 어획량의 10%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수거된 폐어구는 어항 등에 방치돼 마을의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발생시켰다.

정부가 매년 수거하는 폐어구의 양보다 버려지는 폐어구가 더 많다는 지적도 이어져왔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어구의 양은 16만 톤 가량이다. 이중 44000톤 가량이 조업중 유실되거나 버려지는 어구다. 이에 비해 연간 수거되는 폐어구는 1만 톤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폐어구를 수거해도, 수거된 폐어구보다 버려지는 폐어구가 더 많은 셈이다.

수거된 폐어구 역시 제때 처리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이 폐어구를 수거하는 단계에서 멈췄기에 주요 항포구와 위판장에서는 폐어구가 쌓여갔다. 폐어구는 산업폐기물인터라 운송과 처리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에 문제의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폐어구가 사용됐다. 스마트폰 내부 부품의 일부에 폐어구를 재활용한 소재를 활용한 것이다. 아디다스 역시 폐어구를 자사 운동화 제품의 끈으로 사용하며 국내의 섬유회사가 아디다스에 납품을 하기 위해 폐어구 수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섬유기업 효성티앤씨는 폐어구에서 뽑아낸 섬유를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에 공급한다. 이를 위해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8월 전남도,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해양폐기물 자원 재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의 ESG경영이 수산분야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조력자가 되고 있지만 정작 폐어구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기업과 수산업계를 이어줄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계 기업들이 폐어구를 활용해 다양한 소재로 사용한 사례는 기업의 ESG경영이 수산업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정부 역시 기업의 이같은 노력이 없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해결하기 힘든 것이 폐어구 수거문제일 것이다.

기업에서는 이미 ESG가 확산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업들의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부응해 수산분야 순환경제체계 구축, 기업과 수산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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