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홍 농촌진흥청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메타버스, 농업 분야 활용 가치 높아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 

활용 기술·콘텐츠·판매 등

우리 농업 미래 여는 비전 제시

SF 영화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작품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은 가상현실이 지배하는 2045년의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인류가 인구과잉과 식량부족 때문에/, 현실을 떠나 도피하게 되는 오아시스는 메타버스(metaverse)를 그려 내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 나오는 가상세계에서 유래하는데, 현실 세계와 똑같이 사회·문화·경제적 생활을 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다.
 

최근 메타버스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 발 빠르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도 메타버스 화상회의용 협업 도구와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PC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전환된 것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플랫폼으로 급격하게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가상세계 속 사회관계 형성과 집단 활동, 디지털 자산, 상품 거래, 원격협업과 소통 등 먼 미래 이야기로 생각되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 놀이, 모임 등을 통해 여가활동 및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플랫폼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디센트럴랜드’, ‘어스2’ 등의 플랫폼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토지와 건물 건축·거래 등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데, 농업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자연환경과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으며 세계적인 식량 위기 문제에 직면하는 농업의 특성상 증강현실 등 미래 기술을 이용한 생산혁신은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에 메타버스를 적용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농식품부가 공개한 가상홍보 플랫폼 ‘욱 크래프트’는 ‘농’자를 뒤집어 놓은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도로 제작된 메타버스 플랫폼 속 농촌 마을, 스마트팜, 생태공원, 농업박물관 등 다양한 농업·농촌 공간 체험으로 젊은 층들이 우리 농업·농촌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한 농업 생산성 향상은 농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의 실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농업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 농업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사례로는 미국의 헉슬리 사가 개발한 플랜트 비전(Plant Vision)과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팜에이알(Farm AR)을 들 수 있다.
 

플랜트 비전은 농장 내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작물의 이상 여부를 판단하고 모바일로 사용자에게 해결 방법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팜 에이알은 인공위성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토지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화학비료 사용량 절감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도 기술 경쟁력을 주도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농업 분야 활용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업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고 농업 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과 유통, 소비, 정책지원 활성화까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기술, 콘텐츠, 체험, 판매 등 성장농업 육성이 우리 농업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로서의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과 가상세계, 현재와 미래가 상호소통하며 우리의 삶과 농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데 메타버스가 큰 역할을 하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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