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농장동물수의사로 진출하게 하려면 

교육 여건 개선이 먼저

인턴 수의사에 따뜻한 격려 필요

농장동물수의사 육성 투자해야

농장동물수의사 부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장동물수의사는 전체 임상수의사 중 12%밖에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됐다. 매년 약 600명의 수의사가 새롭게 면허를 받는데 이 신진수의사들은 어디에서 일을 시작할까? 
 

농장동물수의사는 키워지는 존재다. 나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유능한 농장동물수의사로 성장할 수 있다. 
 

농장동물수의사의 육성과 관련해 먼저, 수의학과 학생이 그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도시 출신이기에 반려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를 상상하며 수의학과를 선택했다. 소나 돼지는 입학전까지 본 적도, 만진 적도 없는 상황에서 수의학과 입학 후 농장동물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농장동물수의사를 자신의 미래진로로 절대 선택할 수 없다. 전국수의학과 학생들의 농장동물교육을 위해 서울대 평창캠펴스에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이 설립돼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정상적인 수의학교육이라 보기는 어렵다. 공간의 제약으로 실습동물의 부족뿐 아니라 수의학교육에 꼭 필요한 환축은 구경하기도 어렵다. 보다 많은 학생이 농장동물수의사로 진출하게 하려면 교육 여건의 개선이 먼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수의사가 적극적으로 인턴을 키워야 한다. 현직 수의사는 ‘인턴을 고용할 여유가 없다’, ‘너무 바쁘다’는 등의 이유로 인턴을 가르치는 것을 꺼려한다. 농장동물수의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신진수의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인턴 할 병원을 찾는 일이다. 또한, 인턴을 하려는 신진 수의사도 열정 페이만 받으며 일을 배우기를 꺼려한다. 결국, 농장동물 수의사의 육성을 위해서는 이런 개인의 노력과 희생에 대한 사회의 인정과 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목장주는 신진수의사를 격려해 줘야 한다. 최근 수의학과에는 여학생이 절반을 차지한다. 수의 선진국에는 여학생의 비율이 85%에 이르러 농장동물수의사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여성수의사가 농장동물 분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목장에서 보는 시선이다. 필자가 처음 방문하는 목장에 여성 수의사를 대동하면 대부분 목장주는 신기하게 보지만, ‘여자가 이런 험한 일 어떻게 하려고’라는 의구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의사로서 그 능력을 보여주면 다음 진료 때는 진료팀의 여성 수의사를 먼저 찾는다. 농장동물수의사의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진 일본은 많은 여학생이 농장동물수의사로 진출하고 있다. 결국, 남성이건 여성이건 인턴 수의사에게는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명의(名醫)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농장동물수의사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 우선, 학생 시절 농장동물 임상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기존의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 입원시설의 증축을 통해 환축에 대한 진단과 처치 교육이 가능하도록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턴 수의사를 받고 가르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가 응급의학과 전공의를 지원하듯이 부족한 농장동물수의사를 육성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재 시범사업 중인 가축질병치료보험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려면 한 명의 수의사만 근무하는 동물병원은 과중한 업무를 떠안는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된 목장을 진료하는 동물병원에서 인턴 수의사를 키울 때 인턴 수의사의 월급 지원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보험제도의 효율적 운영과 더불어 농장동물수의사의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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