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수 농촌진흥청 농촌지도관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에 나오는 문구다.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세대’로 불리며 암울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들이 느낄 막연한 불안과 팍팍한 삶의 무게를 인식한 듯 제20대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3포세대’를 위한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 청년 월세 지원사업, 청년 희망적금 등 다양한 청년정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을 지키고,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청년농업인 육성정책이 제시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70여 년 동안 거듭된 농업과학 기술의 진보는 한국 농업의 규모화, 전문화를 가능하게 했다. 과거에는 없던 다양한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생산해 국민의 먹거리 선택 폭을 넓혀 왔다. 
 

1971년 다수확이 가능한 통일벼 품종(IR667) 개발로 전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한 녹색혁명, 비닐하우스를 도입해 우리 농촌과 식탁을 풍성하게 탈바꿈한 1980년대 백색혁명, 고품질 저비용 생산을 위한 품질혁명은 한국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 소득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농촌사회의 고령화와 청년농업인 감소, 농촌소멸론 등으로 현재의 농업·농촌은 대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1970년 1442만1000명에서 1990년 666만1000명으로 2배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2000년대 이후 농업의 국제 개방화가 확대되면서 더욱 심화돼 2020년에는 231만4000명으로 무려 6배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40세 미만 청년 농업인은 2000년 6.6%에서 2010년 2.8%, 2015년 1.3%, 2020년 1.2%로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농업·농촌의 활력을 잃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필자는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전국의 만 40세 미만 청년농업인 236명을 대상으로 혁신 기술 수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청년농업인이 새로운 농업기술을 도입할 때 개인적 특성(혁신성, 기술역량, 자기효능감)과 환경적 특성(네트워크, 사회적 영향)이 혁신기술 수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 조사했다. 연구 결과, 개인적 특성 중 ‘혁신성’과 ‘자기효능감’, 환경적 특성 중 ‘사회적 영향’이 혁신기술의 수용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필자는 농업혁신의 주체로서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혁신성과 자기효능감이 높은 청년농업인의 특성을 감안하여 지역 참여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청년농업인 유형별(승계농, 창업농 등), 단계별(유입기, 정착기 등) 종합 지원을 위한 국가 단위 청년농업인 육성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농업인이 농촌에 유입된 이후 정착단계를 초기·중간·최종단계로 구분하여 이들과 현장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정착 단계별 맞춤형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이들의 안정적인 농업 정착을 위해 일회성·단편적 지원이 아닌 기술과 사업이 결합된 통합 패키지형 공모사업(2∼3년)을 종합적·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넷째, 청년농업인의 사회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국단위의 청년농업인 품목별·지역별 네트워크 통합 플랫폼 구축·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농업인의 협업과 소통을 위한 공간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함께 농업혁신의 주체로서 청년농업인을 육성할 것을 정책적 시사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청년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됐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지금부터는 제시된 정책들을 하나씩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다듬어 청년농업인이 농업·농촌의 신(新) 혁신주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가 끝까지 힘이 돼야 한다. 
 

‘바람은 언제나 청년농업인의 등 뒤에서 불고, 청년농업인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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