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해녀로 남고 싶지만 사각지대 해녀의 삶
집 값 비싸고 빈 집 없어 엄두 내기 어려워 어촌계원 되지 못해
낚시배 등으로 인해 물질 때 위험 노출
신체보호하고 작업효율 높이기 위한 해녀복·장갑 등 개발해야

조업준비를 마친 해녀 우정민(왼쪽) 씨와 진소희 씨. 청년들이 해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업준비를 마친 해녀 우정민(왼쪽) 씨와 진소희 씨. 청년들이 해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햇살이 화창했던 지난 16일, 경남 거제시 덕포어촌계를 찾아 유튜브, 방송 등에서 화제가 됐던 ‘요즘 해녀’ 우정민(36)·진소희(29) 씨를 만났다.

가계를 위해 우연한 기회에 해녀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우 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해녀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강한 청년이다. 진 씨는 최연소 해녀에서 시작해 최고령 해녀로 남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청년이다. 올해로 6년차 해녀인 두 청년 해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촌계원이 되지 못한 이방인들

“우리는 언제 어촌계원이 될 수 있나요?”

차량에서 내려 덕포어촌계 사무실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은 정민 씨는 이형표 덕포어촌계장에게 어촌계에 언제 가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계장은 정민 씨와 소희 씨의 선주이자 어촌계장이다.

이 계장은 현행 규정상 정민 씨와 소희 씨는 어촌계 구역 내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어촌계원이 될 수 없다는 거제수협 측의 설명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계장은 무뚝뚝하기도 하지만 정민 씨와 소희 씨를 살뜰히 챙기는 선주이자 마을의 계장이다.

청년 해녀 두 사람이 계원이 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규정은 수협법 시행령 6조다. 현행 수협법 시행령에서는 어촌계원의 자격으로 ‘어촌계의 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촌계의 구역에 빈집은 거의 없다. 실제로 박현규 충남 서산시 중왕어촌계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왕어촌계는 시골마을이지만 사람이 살만한 곳에 빈집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어촌의 빈집이 4만4000동이 되지만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지만 이는 실제 어촌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는 괴리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정민 씨와 소희 씨는 덕포어촌계의 구역으로 이주하고 싶었으나 땅값이 비싼데다 빈 집이 없어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정민 씨는 “어촌계원이 되기 위해 덕포어촌계 구역으로 이사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모로 알아봤지만 집 값이 비싼데다 그마저도 집이 없어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 화제는 됐지만 달라진 것 없는 해녀의 삶

정민 씨와 소희 씨는 여러 방송과 언론을 통해 소개된 유명인이면서 3만6000여명의 구독자가 있는 유튜브 채널 ‘요즘 해녀’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다.

주목을 받았지만 ‘해녀’라는 직업인으로서 그들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다.

“해녀들이 작업을 준비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어선에서 몸을 씻어야 할 수도 있구요. 잠수병이 걸려도 거제시에는 고압산소치료장비가 없어서 해녀들은 통영까지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소희 씨는 지역의 해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해녀라는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있지만 해녀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해결되지는 않고 있다. 해녀단체인 거제시한라나잠협회에서 거제시와 거제수협 등 유관기관 측에 해녀들이 여러 개선과제에 대해 건의하면서 해녀쉼터는 마련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촌계에서 대부분의 공간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과연 해녀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간이 제공될지 미지수다.

정민 씨와 소희 씨가 여러 방송 등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이는 사람들에게 잠깐의 호기심으로 소비됐을 뿐 누구도 ‘직업인 해녀’의 상황을 깊숙이 들여다보지는 않은 셈이다.

정민 씨는 “우리가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10여 명이 젊은 사람들이 해녀의 일을 시작하겠다고 왔으나 다들 중도에 포기했다”며 “소득이 불안정한데다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터라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해녀를 해보라고 권하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 사각지대에 놓인 해녀의 안전

이 계장의 배를 타고 5분 가량을 바다로 나가니 정민 씨와 소희 씨가 작업하는 구역에 도착했다. 정민 씨와 소희 씨는 익숙한 듯 물질을 준비하고 테왁을 둘러맸다. 테왁을 둘러맨 손에서 육상에서 사용하는 목장갑이 보였고, 군데군데 기워놓은 새까만 해녀복이 눈에 띄었다.

“물질을 할 때 선박이 다가오면 무서워요. 특히 거제 쪽에는 낚싯배들이 많은데 이 배들은 속도가 매우 빨라 배가 다가올 때 긴장됩니다. 해녀복이 까만색이라 배에서는 우리가 안보일테니 더욱 긴장하게 돼죠.”

소희 씨의 설명이다. 해녀들이 입는 옷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사용돼온 옷이라고 한다. 거제지역 해녀들은 다른 색의 해녀복을 살 수 없다. 거제시에서 1년에 한차례 해녀복 구매를 일부 지원하는데, 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의 업체밖에 없으며 거기서는 검정색 해녀복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50여 년 전 만들어진 해녀복의 소재와 색상이 과연 해녀들의 신체를 충분히 보호해줄 수 있을까?

목장갑 역시 마찬가지다. 수중에서 손을 이용해 작업을 하기에 장갑은 작업과정에서 해녀들의 손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저렴한 목장갑이 그들의 손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수 십년 간 해녀들의 신체를 보호하고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한 해녀복과 장갑, 오리발 등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대목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해녀나 해남으로 일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일하면서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민 씨는 웃으며 말했다. 자신 역시 작업도중 손의 힘줄이 손상된 적이 있다고 한다. 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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