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우리는 2년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은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베트남, 인도, 태국 등 주요 쌀 수출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밀 수출국들이 일시적으로 곡물수출을 중지했고 세계 곳곳에서는 쌀을 비롯한 식료품의 사재기현상까지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처럼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식량부족국들은 앞다퉈 정부가 나서 식량비축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차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40.7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3.9%,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24.1%나 올랐다. 종전 최고치였던 20112월 기록을 갈아치우며 FAO1961년 처음 세계 식량가격지수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 가격지수 역시 133.8로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가격이 상승, 전년 동월 대비 14.8% 상승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5번째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곡물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곡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등 주요 곡물과 유채씨,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으로 양 국가로부터의 공급중단은 이미 식량과 투입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식량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미 러시아의 침공으로 보통 6월에 작물을 수확하는 우크라이나 농업인들로서는 정상적으로 작물을 수확해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분명한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주로 흑해 연안의 항구를 통해 수출해 왔지만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국의 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두 주요 곡물 수출국의 농업활동 차질은 전 세계적으로 식량불안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식량위기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듯 취동위 FAO 사무총장은 지난달 11지난 2년 간 코로나19는 세계 식량안보에 많은 도전과제를 제시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또 다른 도전과제를 부여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국가별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중단 등 농업활동 차질에 대응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취동위 사무총장이 제시한 정책 권고사항으로는 식량·비료 무역 개방 다양한 식품 공급국 모색 국내 실향민을 포함한 취약계층 지원 임시방편의 정책 대응 지양 시장 투명성과 정보 공유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대체 공급국을 찾아야 하며, 국내 생산을 다양화해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양질의 식단을 유지하도록 하고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빈곤과 기아에 처하게 될 것이므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제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개별 국가의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 볼 수 없는 만큼 단발성 정책 대응보다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국제 곡물시장의 잠재적 영향까지를 고려한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취동위 사무총장의 견해다.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기에 이상기후까지 앞으로 식량생산을 저해하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무수히 발생할 것이고 이는 식량위기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특히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그 파고가 더욱 높고 심각하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한번 식량안보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가 돼 좀 더 탄탄한 식량안보 시스템이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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