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어선임대사업추진단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경기도에서 버스를 몰고 있는 김경기 씨는 평소 낚시를 좋아해 쉬는 날이면 늘 바닷가를 찾아 낚시를 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도시의 일상에 지친 그에게 바다는 힐링 이상의 무엇이었다. 어느 순간 김경기 씨의 마음속에는 도시에서 떠나 매일 바다를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에 김경기 씨는 소형선박 조종면허를 취득했다.

전남 목포에서 살고 있는 장목포 씨의 고향은 신안군 흑산도다. 최근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간 장목포 씨는 고민에 빠졌다. 흑산도에서 살고 계신 어머님의 건강이 최근 급속히 나빠져 목포로 어머님을 모시고 싶었지만 흑산도에서 나오시기를 거부하시기 때문이다. 고향에 들어가 살아 볼까도 했지만 어업 외에는 먹고 살길이 없는 고향에서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남 고흥에서 살고 있는 이고흥 씨는 새벽 일찍부터 출어를 준비한다. 4.99톤 연안통발 어선의 선장인 이고흥 씨의 부지런함은 동네에서도 유명하다. 지난해 한 해동안 고흥에서 최고 많은 매출을 올린 어선의 선장이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고흥 씨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선장이긴 하나 배의 주인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배에서 나온 수익은 선주에게 가고 이고흥 씨는 얼마의 급여를 받는다. 그러나 이고흥 씨는 불평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자기 소유의 배를 살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청년어선임대사업에 지원해 사업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의 상황을 일부 각색해 쓴 내용이다. 어촌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은 귀어인, 그리고 어촌에서 나고 자란 지역민 모두 저마다의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공통된 고민도 있었다. 바로 어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어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수산자원과 노동력, 그리고 어선이다. 최근 수산자원이 남획 됐다고 해도 아직 바다에는 물고기가 충분히 있다. 청년들에게 노동력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선은 어떨까?

허가를 포함해 연안어선은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청년들에게 이 비용을 오롯이 감당하게끔 하고는 그간 우리는 청년들이 어업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더욱이 어업은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데 우리의 어촌과 어업은 이방인에게 결코 협조적이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어업은 쇠락해가고 있다. 어가인구는 줄어들고 그와 함께 급격한 노령화로 어느 순간 어업이, 어촌이 소멸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더 이상 기우가 아니게 돼 버렸다.

매년 감소하는 어가인구와 어업인구의 노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귀어귀촌을 장려하고, 관련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매년 1000명 내외가 어촌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귀어 추세는 최근 소폭 감소하고 있다. 또한 귀어인의 평균연령이 52.9세로 이들이 어업의 새로운 활력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업과 어촌의 위기 대응을 위한 해결책은 청년들이 진입해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어촌에서 먹고사는 문제, 즉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청년들에게 어선을 빌려주는 ‘청년어선임대사업’이 추진된다. 올해 선정된 청년어선임대사업 대상자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일까지 강원 귀어학교에서 어업교육을 이수했다. 이들은 우리 어업과 어촌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또한 청년어선임대사업으로 많은 청년들이 어촌에서 꿈을 이루고, 수산업·어촌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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