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인수위 간사단 회의 모두발언에서 인수위는 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망치만 들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현 정권의 여러 정책적 실패들이 망치만 들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망치라는 규제책이 아니라 삽이라는 진흥책까지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망치를 규제 일변도에 삽을 진흥책에 비유한 안 위원장은 문제의 본질을 살피고 필요한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규제책과 진흥책을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지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안 위원장의 망치와 삽의 비유는 차기 정부가 각종 현안을 다루고 정책을 세울 때 반드시 챙겨야 할 기본적인 포인트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면을 돌려 대한한돈협회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돈가·사료가격 안정 대책 회의에서도 삽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회의는 코로나19에 이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식량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는 데다 국제곡물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사료원료로 사용되는 대두박, 옥수수 등의 가격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개최됐다.

한돈협회는 해외곡물가에 운임, 환율을 포함한 국내 도착가격을 지난 2월 기준으로 kg당 대두박은 603, 채종박은 432, 옥수수는 394원으로 추정했고, 오는 9월에는 이보다 약 30% 상승한 각각 818, 516, 51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양돈용 배합사료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kg151.2원 인상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사료비 인상 압박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협회가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사료비 인상에 따른 비육돈의 지난해 생산비는 전년 대비 마리당 59107원 오른 것으로 추정됐고, 지난해 비육돈 116kg 기준 생산비는 사료가격 인상분만 반영 시 전년보다 17.3%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 같은 현실과 전망을 놓고 사료가격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자성의 목소리도 잇따라 제기되면서 연말까지 비관적으로 보면 kg100원이 더 인상돼 2년간 260원의 사료가격 인상도 가능한 수준이다, 사료허실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농가의 사료회사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농가차원의 노력이 더 집중돼야 한다, 골프채 대신 삽을 들어야 한다……사료회사에서 온 참석자들은 이처럼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협회 임원 등 일부는 농가 이미지 왜곡 등을 우려하며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생산성적의 지표 중 하나로 사용 중인 모돈 마리당 연간출하마릿수(MSY)는 협회 추정치가 지난해 18.2마리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 기준 덴마크 31.3마리, 네덜란드 28.7마리, 독일 28.2마리, 미국 25.5마리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생산성이 일정 수준 이상 나오지 않으면 모돈과 시설 투자가 많은 양돈은 사료비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축산 진흥을 위해서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삽을 들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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